[나는 코로나 전사다] 2021년을 코로나19와 함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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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2021년을 코로나19와 함께하며
  • 병원신문
  • 승인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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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련 강동경희대병원 13B병동 코로나19 전담병동 파트장
긴장한 모습으로 좁은 음압텐트에 누운 환자 모습 안타까워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어려운 건조한 환경, 핫팩으로 온기를

2021년을 코로나19와 함께하며

처음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병동에 입원할 때, 환자들은 음압 텐트에 누워 얼음처럼 굳은 자세로 간호사의 설명을 온 신경을 기울여 듣고 필요한 사항을 잘 따른다. 모든 근심이 그 좁은 한 평도 안 되는 텐트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아 입원환자를 맞을 때마다 세상 마음이 안타깝다. 기침에, 고열에, 낯선 환경에, 얼굴도 보이지 않는 우주복 같은 보호구 차림의 의료진에, 무표정한 같은 방 환자들에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힘들 것 같아 씁쓸할 때도 많다.

코로나19 확진자들끼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대화를 하지 않는 건조한 세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이렇게까지 변했나 싶기도 하다. 죄를 짓고 감옥에 있어도 이렇게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 식사 시간 외에 마스크 착용을 항상 하고 있어야 하며 화장실 가는 것 외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 운동도 할 수 없고 편의점 라면과 음료수가 별식이 되는 그런 곳이 코로나19 입원 병동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땡볕의 모래사막 같은 느낌으로 순간 답답함이 밀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다. 감염병 전문병동이니 최대한 외부 접촉이 차단돼 하니 말이다.

뉴스를 볼 때마다 매일매일 1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록을 갱신하듯 하늘로 치솟고 있다. 치료라는 명목 아래, 감염지침이라는 규칙 아래, 세상 온갖 번잡스러운 절차를 거치면서 치료해야 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은 누구를 탓해야 할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환자들이 짠하고 치료에 협조적인 환자들이 고맙고 오히려 의료진을 걱정해주는 말씀 한 마디에 용기를 얻고 있다. 본인들이 가장 힘들텐데 말이다.

열이 나고 오한이 들어 춥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일회용 핫팩을 주고 있다. 병원의 온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리고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다들 마음이 힘들어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는 지금 간호사로서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온기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환자 한 분 한 분 손잡아가며 이야기를 들어가며 2021년 겨울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길을 걷고 있다. 저기 긴 골목 끝 길모퉁이를 돌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가을도 지나가고 겨울도 지나가고 걷다가 하늘도 쳐다보는 딴짓을 하다보면 어느새 길모퉁이 돌아 ‘봄’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쯤 코로나19는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바란다.

간호사로서 하얀색의 무결점 보호복을 입으면 경건해지고 차분해진다. 옛 한복의 느낌이 이렇지 않았을까? 한 번도 밟지 않은 하얀 눈 같은 보호복을 입은 나 자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모두 다 퇴치해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이랄까? 사명감이랄까?

1984년 또는 2016년 리메이크된 전설적인 영화 ‘고스터버스터즈’의 유령퇴치 전문가처럼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특수장비를 갖추고 출동하고 있다. 위엄있게 또는 온몸으로 다 때려잡겠다는 바이러스 헌터들처럼 말이다.

퇴원한 환자들의 기억 속에 우리가 어떻게 남아있을까? 코로나19가 끝나도 간호사인 나의 환자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환자분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퇴원하는 날일 것이다. 퇴원하는 순간의 그 표정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환하기 그지없다. 병원생활 20년 넘도록 코로나 환자들의 퇴원 발걸음이 가장 쿨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투명한 유리막 너머로 처음보는 환자와 대면하며 환한 미소에 마지막 퇴원 인사 후 잠깐 고민해본다.

“아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이마에 보호구 자국이...‘아차’ 싶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나는 코로나19병동 간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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