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환경…병원경영 명의되는 지름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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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경영환경…병원경영 명의되는 지름길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1.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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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2022년도 병원경영과 의료정책방향 연수교육 개최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대표, 6대 시스템 운영 중요성 강조
의료품질·브랜드관리·인재육성·의사결정·성과관리·병원정보
어떤 병원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것이 첫걸음

“병원경영의 명의(名醫)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 병원은 과연 ‘어떤 병원이 돼야 하는가?’ 또는 ‘어떤 병원이 되면 좋은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고, 우리 병원은 과연 ‘모두가 고민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 사람만 고민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라는 숙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것이다.”

기대수명 증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 저출산 심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의 발전, 메타버스 도입, 정부 정책 변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팬데믹 등 급변하는 환경이 병원경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환경적인 요소는 대부분이 예측 불가능하고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병원경영을 갈수록 첩첩산중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앞서가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최근의 병원경영 추세가 눈물겨운 이유다.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1월 12일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2022년도 병원경영과 의료정책 방향 연수교육’에서 사람을 살리는 명의를 넘어 병원경영의 명의가 돼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 변화 크지만, 병원에 기회가 존재하는 이유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대표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대표

여러 환경 변화 중에서 성만석 대표는 우선 기대수명의 변화와 고령화 인구에 주목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70년대만 해도 평균 62.3세였지만, 2019년 기준 83.3세까지 늘었으며 곧 100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화 비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2020년 기준 약 16%로, 29%인 일본보다 약 13%p가량 낮지만, 고령화 비율의 증가 속도가 빠른 탓에 2050년이 되면 40%에 육박,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의 의료비 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런 흐름은 건강보험 재정수지의 적자를 유발해 결국 병원경영에 긍정적이지 못한 타이트한 수가관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성만석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병원경영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실버산업시장이 지속 증가해 2025년에는 750조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니어산업의 기반이 마련 중이다.

이들 대기업의 시니어산업 주요 전략 중심에는 병원이 있다.

실제로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 등은 노인을 비롯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일반식 중심으로 B2B 시장을 우선 공략 중인데, 이는 병원이 고령화 인구와 관련해 대규모 수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진료재료·소모품, 의료장비 등을 넘어 원격모니터링, 인공지능 판독, 디지털치료제, 스마트레지던스 등까지 신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즉, 이 같은 헬스케어 산업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곳이 병원이고 이는 곧 첩첩산중 속에서 기회를 찾아 병원경영의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성 대표는 “전통적으로 병원이라고 한다면 건강검진, 급성기 의료서비스, 재활·요양 등의 영역만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헬스케어 벨류체인 관점의 미충족수요가 증가하면서 예방과 예후관리까지 포함해 의료를 근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달리는 차 안에만 있으면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알 수 없다”며 “이처럼 병원경영 환경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데 매년 같은 고민을 되풀이하고 매달, 매주, 매일 일희일비하면 병원경영의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병원경영에서 항상 상기해야 할 ‘시스템 경영’ 핵심요소 6가지

병원장이나 이사장 등 의사결정권자가 없으면 커튼 한 장도 변경하지 못하는 병원이 있다.

이를 시스템경영 또는 부재경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표현하는데, 병원경영에 있어서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 성만석 대표다.

성 대표는 “병원 주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시스템경영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병원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재무적인 고민도 좋지만, 병원의 비전과 목적체계를 아우르는 시스템적인 안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성 대표가 강조한 병원경영자가 항상 상기해야 할 시스템 경영의 6대 핵심요소는 △의료품질관리시스템(적정화 및 전문화 전략) △인재육성시스템(교육 및 평가) △성과관리시스템(목표·자원관리 및 성과보상) △브랜드관리시스템(홍보 및 마케팅) △병원정보시스템(정보화 인프라 및 프로세스 혁신) △의사결정시스템(리더십 및 거버넌스 임파워먼트) 등이다.

'시스템 경영'의 6대 핵심요소
시스템 경영의 6대 핵심요소

첫 번째로 의료품질관리시스템의 경우 전문화 전략과 직결되고, 전문화 영역이 체계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려면 영역 선정을 비롯해 자원과 운영시스템의 유기적인 연계는 필수다.

전문화 영역의 선정은 수요의 충분성과 전망을 예측하는 ‘질환 수요’, 중증도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비전 적합성’, 진료권역 내에서 상대적인 경쟁 역량을 측정하는 ‘병원의 역량’을 모두 고려해야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다.

영역이 선정되면 전문인력, 공간 및 장비, 브랜딩, 운영시스템 등을 갖추기 위한 ‘전문화 실행방안’을 세워야 한다.

단, 전문화 영역을 통한 의료품질관리시스템의 핵심은 사후관리다.

일반적인 전문화는 투자된 자원의 기득권화를 초래하고, 투자받지 못한 자원의 상실감을 유발하니 2~3년 주기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전문센터로 선정된 분야는 책임성을 유지하고, 선정되지 못한 분야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재평가 등의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며 “단지 성과를 냈다면 해당 전문 분야의 규모 내지 연관 분야 확장을 통한 고도화를 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인재육성시스템이다.

이는 병원 내 특정 직역의 수급이 왜 어려운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직과 퇴직이 잦은 직무 또는 부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

성 대표는 직무가치 평가 및 직무수당 도입 프로세스를 도입할 때 중요도, 업무강도, 숙련도, 업무비중 등을 고려할 것을 추천했다.

해당 직무가 부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타 직무 대비 중요도를 상대평가(중요도)하고, 직무의 심적·육체적 피로도 고려 시에도 타 직무 대비 느끼는 피로도를 상대평가(업무강도)하라는 뜻이다.

이어 해당 직무 경험이 없는 직원이 직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는 기간은 절대평가(숙련도)를 적용하고, 해당 직무가 전체 업무 중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평가(업무비중)로 전환하는 게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성 대표는 “직무가치에 대한 부서 전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준 직무 대비 상대적인 난이도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난이도를 고려해 직무수당을 산정하고 피드백을 통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그는 이어 “직무가치를 두고 구성원 간 동의와 배려가 있어야 기피 부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획일적인 평가는 오히려 치킨게임을 만드니 기피 직무는 차별화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세 번째는 성과관리시스템으로, 성과급을 떠올리면 쉽다.

성 대표는 모든 병원이 만족하는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이 없듯이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급이란 있을 수 없다며 성과급에 대한 오해와 진실부터 명확히 기억해 둘 것을 주문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성과급은 재무실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조직 전략 방향성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보상이고, 성과를 낸 사람의 만족이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성과급의 근간은 단순히 늘어난 이익에만 집중하는 원가분석이 아니며 손실을 줄인 것도 인정할 줄 아는 기여에 대한 존중이다.

특히 성과급은 성과 공유를 통한 구성원과 병원의 상생 도구로 활용해야지, 개인을 압박하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면 안 된다.

이 같은 성과급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비전적합성’, ‘성과의 예측가능성’, ‘지표의 통제가능성’ 등이 꼽힌다.

KPI의 비전적합성은 지표 값이 목표대로 이뤄졌다고 가정할 때 병원 전체의 목표와 부합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인데, 손실 발생을 없애기 위해 진료량 전체를 줄이거나 환자 수는 늘지만 경증환자 뿐이어서 중증도는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 등은 비전적합성이 훼손됐다고 본다.

성과의 예측가능성은 업무 투입에 따라 성과지표의 변화 방향과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데, 정확한 분석 없이 고객만족도를 무작정 높이려고 시도하거나 대기시간 개선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진료량을 늘리는 시도 등은 예측가능성이 낮은 사례다.

지표의 통제가능성은 KPI를 해당 부서 및 담당자가 통제할 수 있는가를 뜻한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과는 처방건수가 아니라 판독건수 및 결과보고소요시간(TAT, Turn Around Time)을 성과관리에 녹여내야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성 대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에 KPI의 비전적합성 및 성과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지표의 통제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성과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불에 달궈 지진다’라는 뜻의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된 브랜드관리시스템이다.

특정한 대상으로부터 느껴지는 경험이 쌓이고, 이 경험들이 다시 일관성을 갖고 축적되면 이미지를 담는 그릇인 ‘브랜드’가 생겨난다.

병원에서 환자가 접하는 다양한 경험이 브랜드를 결정한다.

그것이 불안 VS 신뢰가 될 수도 있고 의료사고 VS 실력, 낙후 VS 고급, 불친절 VS 친절, 대기 VS 신속, 불편 VS 편리 등 고객 속 이미지는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갈린다.

중요한 것은 대규모 투자 없이도 환자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점검해 브랜드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의 고객민원사항 평균 분포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의 고객민원사항 평균 분포

앨리오 의료경영 데이터베이스의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의 고객민원사항 분포’를 보면 환자의 불만은 △불친절 47.4% △실수 및 설명 부족 8.2% △원무 및 병실 배정 절차 불만 2.4% △진료 및 검사 지연 등 대기 관련 불만 7.3% △진료비용 불만 4.2% △시설 불만 8.7% △진료결과 불만 8.4% △식사 및 주차 서비스 불만 8.1% 등이다.

즉, 전체 불만의 78.7%(불친절, 실수, 설명, 대기, 식사, 주차, 청소 등)가 소프트웨어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는 의미다.

성 대표는 “서울 소재 대형병원조차도 대다수의 환자 불만이 소프트웨어와 관련됐다”며 “소프트웨어는 직원 교육, 원내 캠페인, 이벤트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유심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섯 번째는 행정절차 간소화를 목표로 하는 병원정보시스템이다.

이는 모바일·IT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병원이 경영환경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요소로, 앞으로는 단순 도입보다는 기능별 이용빈도 로그분석 및 편의성에 대한 피드백을 통한 지속적인 고도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성 대표는 “환자의 편의성은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부담은 낮추는 형태로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내원 전 문진, QR코드 인증, 수납, 주차등록, CS평가, 진료기록 조회, 약처방 조회, 진료일정 확인, 진료예약, 제증명발급, 실손보험청구 등이 가능한 프로세스가 도입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권한과 책임, 성과와 보상, 권리와 의무의 균형이 병원경영의 진취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결정시스템이다.

대학병원의 경우 의료원장, 병원장, 진료과장 등의 임기가 끝나면 평교수로 돌아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효과적인 병원경영을 펼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는 일이 흔하다.

성 대표는 “우리나라 대학병원 특성상 인사권, 예산권, 임기연장권, 정보권(작전권)을 전부 병원장이나 진료과장에게 부여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며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져야 하고, 성과가 있어도 보상은 없고, 의무에 비해 권리가 너무 제한적이면 병원경영이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임용 및 인센티브 권한, 승진요건 변경, 이익 일부 사용권, 모니터링 권한, 예산 활용 권한 등 병원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일부라도 위임하는 게 발전적인 방향”이라며 “대학병원이라고 중앙 집권적으로만 운영하면 안 되고 각 진료과 및 각 센터가 스스로 고민할 줄 아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경영 명의? 목표(비전)와 지혜(전략) 없이 ‘불가능’

이처럼 시스템관리 6가지 요소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결국 병원경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목표나 뜻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지혜와 기술을 ‘병원경영’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목표와 지혜 즉, 비전과 전략이며 만약 두 요소가 없다면 병원을 경영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성 대표의 지적이다.

성 대표는 “병원의 재무적·비재무적 목표를 설정한 후에 6대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비전과 전략의 상호작용이 달라질 것”이라며 “AI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등으로 목표관리를 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데, 병원장 혼자 의사결정 하는 게 아니라 센터 및 진료과 등 각 부서장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목표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기한이 있어야 하며, 공유돼야 할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며 “병원경영의 명의가 되는 길은 우리 병원이 어떤 병원을 꿈꾸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은 후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자 고민할지, 부서장들과 함께 고민할지, 구성원 전체와 고민할지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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