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의·한 협진 시범사업 보고서…연구자도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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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의·한 협진 시범사업 보고서…연구자도 좌절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2.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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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시범사업 4단계 연장에 분노…“의학적 근거 전혀 없다”
보고서 결과 자료 왜곡 심각…즉각 폐기 및 연구비 환수 촉구
복지부 및 심평원 관련자 엄중 문책해야…감사원 감사 청구 계획

3단계에 걸친 시범사업 결과 의학적 근거를 전혀 도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4단계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영역이 있다.

심지어 연구자마저 연구 참여를 후회하며 공동 연구진에서 이름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11월 25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해 12월 종료예정인 3단계 시범사업을 연장해 2022년 4월부터 4단계 시범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의·한 협진 시범사업’ 얘기다.

대한의사협회는 12월 14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상일 정책이사,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 보고서가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한방병원만 이득을 얻고 있고, 사업 연장의 근거가 된 효과 분석 연구결과는 엉망진창으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김교웅 위원장은 “시범사업이 논의된 건정심 소위원회와 건정심 본회의에서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단체와 경총 등 가입자단체도 의·한 협진 시범사업 연장을 반대했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의료계와 가입자단체까지 반대한 시범사업을 연장한 실질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하며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와 한의계의 야합에 따른 정부의 정치적 결정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복지부가 ‘3단계 시범사업 평가연구’ 보고서를 협진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로 세우고 있지만, 보고서의 실체를 확인한 결과 시범사업 연장은커녕 사업의 즉각적인 폐기와 이에 관련된 공무원들의 문책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일갈한 김 위원장이다.
 

시범사업 단계 진행될수록 한방의 의과 의존도 높아져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현재 약 7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재정은 1단계 5억 원, 2단계 22억 원, 3단계 53억 원이 쓰였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주로 진행한 ‘의·한 협진 시범사업 3단계 평가연구’를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협진효과에 대한 신뢰성 높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구가 연구결과에서도 한계점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의한협진 3단계 평가연구 결과 중 일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년)
의한협진 3단계 평가연구 결과 중 일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년)

특히 3단계 시범사업 협진 의뢰의 98.33%가 한방에서 의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에 의과에서 한방으로의 협진 의뢰는 1.67%에 불과해 한방치료 자체가 필요 없는 수준이라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즉, 한방의 의과 의뢰 의존도는 시범사업 단계가 지날수록 더 높아진 것이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과에서 한방으로의 의뢰비율은 줄어들고 한방에서 의과로의 의뢰는 지속 증가한 것은 의과에서 한방 협진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거나 한방치료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참여기관 79곳 중 51개가 한방병원인 것을 고려할 때 한방병원에 방문한 환자를 한의사가 먼저 진료한 후 같은 한방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진료를 유도해 후행급여비를 받고, 양쪽에 중복으로 협의진료료 비용까지 받아내 한방병원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실체”라고 꼬집었다.
 

효과 분석 왜곡 심각…연구자까지 두손 두발 다 들어

아울러 의협은 심평원 발주 3단계 평가연구 보고서에서 치료의 완료 시점을 협진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로 단정해 치료 효과를 왜곡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해당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은 질병의 치료 시점이 아닌데 타 의료기관 방문이나 단순 내원 중단, 기타사유 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함에도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뇌경색 환자 30명이 협진을 받으면 단 하루 만에 치료가 완료된다는 비상식적인 데이터를 통계에 활용한 점도 논란의 중심이다.

상종뿐만 아니라 병원의 경우에도 비협진일 때 63일을 치료받아야 하지만, 보고서는 협진 시, 이 역시 1일만에 치료가 완료된다고 분석했다.

즉, 의·한 협진을 하면 치료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이 도출돼 버린 것.

김 위원장은 “협진의 효과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증명된 바 없음에도 정부는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효과가 있다고 해놓고 효과가 있는 질환을 선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 질환 선정이 어려우니 모든 질환을 다 넣어서 본사업을 하자는 믿기 어려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범사업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연구 참여를 후회한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로 알려졌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3단계 의·한 협진사업 효과 분석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 한 명이 연구보고서에 동의하지 않으니 공동 연구진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외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 스스로가 건정심에 보고된 연구보고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성훈 법제이사도 “공동 연구자의 의도에 반해 임의로 연구 내용을 해석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연구 내용을 잘 살펴보고 합당한 결과를 도출해야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의협은 의·한 협진 시법사업 폐기와 시범사업 연장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은 “문제가 된 시범사업 평가 연구보고서를 폐기하고 지급된 연구비 전액을 환수해야 한다”며 “특히 시범사업 연장을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을 유도하고 허위 결론을 건정심에 보고한 복지부와 심평원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의협은 이번 의·한 협진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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