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원 이용 왜곡 해결 목적 TF 개설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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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원 이용 왜곡 해결 목적 TF 개설 필요성 대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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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김미애·최연숙 의원, 한국 의료자원 이용 왜곡과 대안 토론회 개최
김병근 평택 박애병원장, 체계적인 의료이용 유도할 정책 수립 중요성 강조
의료계 관계자들,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분원이 중소병원 몰락 원인 지적

상급종합병원 분원 개설 문제를 포함해 의료인 수급 및 현장 활용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수립돼야 의료자원 이용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이를 해결할 목적의 테스크포스(TF) 구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첨언도 함께 나왔다.

평택 박애병원 김병근 병원장은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국민의힘 김미애·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한국 의료자원 이용 왜곡과 대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병근 병원장은 “의료자원 이용 왜곡은 상급종합병원 분원 개설뿐만 아니라 교수 및 전문의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지방 필수 의료의 부재, 보건의료 관련 국가 행정력 낭비 등 다양한 이유에서 기인한다”며 “의료기관 종별 기능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평택박애병원 김병근 병원장
평택박애병원 김병근 병원장

특히 김 병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미래 지향적 체계로의 대응을 위해서라도 중소병원 지원확대 및 다양한 수가개발을 통해 중소병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은 만큼 의료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의 TF 먼저 구성하자는 것이 김 병원장 주장의 요지다.

그는 “의료자원 이용 왜곡 문제를 두고 정부가 의료계에 많은 대안을 제공한다고 한들, 입법을 통해 수립된 것 외에는 당장 손쓸 방법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TF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공의 수련 제도 및 전문의 배출 등 의료인력 개혁도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한 김 병원장이다.

그는 “모든 의사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전공의 기간을 거쳐 최고 수준의 기술을 익힌 전문의가 될 필요는 없다”며 “의료인 수급과 배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수많은 수술과 경험을 쌓은 의사들이 후배와 지역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 개원을 하는 것도 의료자원에 총체적인 왜곡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일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무제한 경쟁 구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형병원 분원 설립, 지역 중소병원 몰락으로 이어져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의 문어발식 분원으로 인한 무분별한 병상 증가가 중소병원 지역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더 큰 문제는 의료인력 부족, 인건비 부담 가중 등으로 이미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의 존립 자체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데 있다.

결국, 대형병원 분원 문제를 해결해야만 중소병원의 몰락을 막고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우선, 대학병원 분원 신설이 급증하는 이유는 정부의 의료자원 관리에 관한 정책 부재와 제도적 허점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기 때문에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있는 반면,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지자체장 권한으로 적절한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없는 허점을 틈타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학병원과 정치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것.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자체로서는 유명 대학병원 분원이 지역에 신설될 경우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기에 신축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며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 없이 진료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원 신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우 소장은 “대학병원 분원은 처음에는 지역의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 치료, 지역 병의원 상생을 표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수익성 문제로 경증환자까기 진료하는 형태를 보인다”고 부언했다.

게다가 대학병원 분원 신설은 의료전달체계 왜곡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우려한 우 소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왼쪽)과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왼쪽)과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대학병원 분원 증설로 인해 오히려 의료비가 폭증하고,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창출은 급감하며, 인건비가 낮은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건강보험통계연보 2010년 대비 2020년 의료기관 종별 기관당 요양급여비용 현황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125%, 종합병원 97%, 병원 68%, 요양병원 61%, 의원 48% 순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기관당 요양급여비용 증가가 현저히 높다.

종별 허가 병상당 연간 요양급여비용 비교에서도 허가 병상 1병상당 상급종합병원 3억3,390만 원, 종합병원 1억3,640만 원, 병원 4,680만 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병원보다 약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의 2019년 의료기관 종별 종사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양급여비용 10억 원 당 종사자 수는 병원급 15.14명, 의원급 12.1명, 상급종합병원 7.77명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별 의사 인력의 경우에도 상급종합병원은 2010년 전체 의사 인력 8만2,137명 중 1만9,327명(23.5%)이 근무했으나 2015년 2만1,386명(22.5%), 2020년 2만1,556명(20%)으로 점유율이 점차 하락했다.

우 소장은 “상급종합병원과 대형병원 분원 확대는 향후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진료비 증가의 주된 요인만 돼 고비용·저효율의 극단적 상황에 이르게 만들 것”이라며 “PA와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 분원 신설을 확정하고 건축에 들어간 후에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을 초래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개설 인허가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또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하고 간호사 고용을 위해 편법으로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의 신규채용 간호사 대기제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대형병원 분원으로 환자쏠림현상이 심화되면, 중소병원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고, 그 끝에는 ‘의료생태계 파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 김 보험이사다.

그는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령 개선이 시급하다”며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즉,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지적에 정부는 공감을 표하면서 지역별 병상 수급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지역별 병상 수급 현황을 확인하고 있고, 시도와 협의해 시도별 병상 수급 계획을 작성할 예정”이라며 “대형병원 분원 설립에 대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이어 “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 대기 문제 개선을 위해 내년에는 같은 날에 간호사 면접을 보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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