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외에 누구를 위한 법인가”…의료계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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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외에 누구를 위한 법인가”…의료계 ‘일촉즉발’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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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치협·간무협·응급구조사협 등 간호법 반대 공동기자회견
보건의료 뿌리 흔들고 체계 혼란 초래…간호사 이익만 추구하는 법안
간호사 외 다른 당사자 모두 반대…국회 심사 즉각 폐기 촉구

“간호사 외에 누구를 위한 법인가?”, “보건복지부조차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회 심사는 말도 안 된다”, “간호사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 심의를 즉각 철회하라.”

의료계가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를 앞두고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 전 직종이 간호법 제정 논의에 반기를 들었다.

간호사 외에 다른 당사자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게 ‘간호법’이라며, 11월 24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의를 폐기하라는 게 의료계의 요구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등 10개 단체는 11월 22일 오후 3시 국회 정문 앞에서 ‘간호법 제정 국회 심의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분위기에 편승해 간호법안 심의가 이뤄지려 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강력한 투쟁까지 전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의료법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까지 포괄해 ‘의료인’으로 통합·규율해 왔다”며 “의료법에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규정된 업무범위 및 요건 아래 의료행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운을 뗐다.

즉, 간호법 제정은 단순히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을 떼어내 별도의 법을 만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의료법 체계의 근본을 바꾸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이들은 “간호법은 그 필요성 여부부터 단계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전제돼야 하는데, 마치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들을 분리하면 끝나는 것처럼 법안이 발의됐다”고 비판했다.
 

간호사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의 극치

이들은 간호법이 보건의료인의 최고의 가치이자 책무인 ‘국민건강’ 향상을 저해하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경우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업무적 감독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고,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규정해 의사의 의료행위와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간호법안은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향후 국민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한 이들 단체다.

또한 현행 의료법에 근거해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만들어 간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만 강화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노인복지법 상 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까지 간호사의 보조인력이 돼 결국, 간무사와 요양보호사 간 불필요한 직종 갈등만 유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이미 규정돼 전체 보건의료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간호법에 따로 존재해 간호사만을 위한 혜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한 것은 마치 ‘특별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은 보건의료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야기하고 간무사와 응급구조사를 포함한 타 보건의료직군의 존폐 위협과 그 사회적 필요성이 상실될 것”이라며 “타 직종의 업무영역 침탈과 함께 생존을 위협하고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와 관련된 다른 직종의 권익은 침해하면서 오직 간호사의 이익만 반영한 간호법은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부언했다.
 

간호사만 찬성하고 다른 당사자는 반대하는 법안

특히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만 관련된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간호사 외에 다른 당사자는 모두 반대하는 현실을 국회가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간호법은 간호사와 함께 간호인력으로 분류되는 간무사는 물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그리고 의료법 외의 법률에서 간호인력을 규정하는 어린이집,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까지 당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단체는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관련 직종과 단체들은 모두 간호법 제정을 반대한다”며 “핵심당사자인 간호조무사도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조차 간호법 제정을 ‘신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실상 간호법 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간호법을 두고 △독립법 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별도 규율 시 타 직역 간 연계성 저하와 행정체계 정합성 부족이 우려된다 △요양보호사의 업무영역이 간호와 상이해 간호사의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간호사 업무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는 것은 타 직역과의 논의 및 사회적 합의자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등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간호법 폐기 위해 강력한 투쟁도 불사

이들 단체는 관련 당사자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통과가 시도될 시에는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을 경고하고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아울러 21대 국회 임기가 2024년 6월까지이므로 간호법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복지부 주관 하에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상생·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며 “국회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개별 직역 입법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더 강력한 연대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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