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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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11.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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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 정부 계획 작심 비판…병상 동원 방식 비효율적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공공의료확충 예산 2,356억원 증액 필요
공공병원 예타 면제·국비부담 강화·적자 지원 등 ‘공공의료 3법’ 통과 촉구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가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소 역학조사관 충원과 공공병원 인력확보 없이 병상만 동원하는 현재의 정부 정책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윤 교수는 11월 10일 오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보건의료전문가·보건의료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코로나19가 지속적인 재유행을 반복하는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올 겨울 5차 대유행이 발생해 하루 확진자 수가 최소 5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김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선 보건소 역학조사를 강화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상과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에는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리는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가 예산을 2~3천억원을 들여 보건소 방역 인력을 2~3천명 늘리고 이들을 투입했다면 20~3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훨씬 낮은 단계로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 피해 보상 비용만 더 늘어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병상을 늘리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면서 정부가 병상을 동원하기보다 지역별로 감염병센터를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센터를 지정해서 이들 병원으로 하여금 병상과 인력, 장비를 확충하고 진료체계를 정비해 지역별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일정 수의 병상을 확보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어서 늘어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세계 어떤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고정된 병상을 확보해 그 안에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대다수라서 병상 동원이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것.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수십배의 확진자가 발행하지만 전체 병상의 30~70%를 코로나 환자 진료에 배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적어도 대기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정부가 병상만 늘리면서 인력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시 말해 병상만 동원하고 인력을 확충하지 않는 코로나19 환자진료체계는 ‘일상적인 진료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진료용 중환자 병상에 진료비의 5~10배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고 최근까지 약 3조원을 병원에 지원했다고 하나 병원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어도 구체적 통계나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국민이지만 공공병원의 일상회복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확진 환자 진료에 올인해 기존 진료 환자들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마도 작년, 올해 공표될 소위 초과사망 숫자의 상당 부분이 공공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한 저소득층 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보건소 역학조사관 및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병원의 일상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을 공공병원이 돌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일상회복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시급한 9개 지역 신축병원 예산 900억원을 포함해 초 2,356억원의 예산 증액과 함께 공공병원 예타면제, 공공의료확충 국비부담 강화, 공익적 적자에 대한 국가지원 제도화를 담은 일명 ‘공공의료 3법’의 정기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나순자 위원장은 “공공의료확충은 9.2 노정합의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여전히 정부는 노력하겠다는 말만 할 뿐 예산 및 법 개정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공공의료확충 없이 위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면서 “공공의료확충은 예산과 법으로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해 여야 대표와 대선 후보들에게 명확한 요구를 원한다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공공의료확충에 대해 정책예산으로 반영해 줄 것을 주장했다.

나 위원장은 “정책예산으로 2022년 정부 예산에 관련 예산을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한다. 여야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면서 “노정합의대로 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 신·증축을 위해선 ‘공공의료 3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고 이러한 요구들을 여야 대표와 대선후보와의 면담을 통해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반영과 법 개정을 통해 일상회복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다시 한번 노정합의 이행을 위해 여야와 대선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과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등이 나와 공공의료확충 예산확보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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