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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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동의하기 어렵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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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인터뷰…원격의료 명확한 반대 입장 표명
외국 현실과 비교하면 안 돼…일방적 비대면 진료 추진 문제 많아

최근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를 두고 시대가 변한만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시대적·세계적 흐름이라는 공감대가 생겨났고, 굳게 문을 닫고 있던 의료계가 절충점을 찾겠다는 의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

하지만 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강원도의사회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처럼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나 원격의료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택우 회장은 시대의 변화와 편리성 때문에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의료시스템은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처럼 게이트 키퍼가 없는 의료전달체계와 응급의료시스템의 정비 없이는 원격의료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실제로 김택우 회장은 지난 2014년 의협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 등에 맞선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보다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부족하고 의료분쟁에 대한 책임 소재 등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의료 접근성과 지역별 의사밀도 분포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 현황과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행한 이른바 ‘전화상담’의 경우만 봐도 정부는 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오진이나 의료분쟁의 가능성 등에 대해 그 어떤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급여 고시에 있어서 ‘의학적 안전성이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시해 결국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한 셈”이라고 부언했다.

단지 지금도 필요하다면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진료 및 협진, 판독 등도 할 수 있다며 무조건 원격의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립되지 않고 의료분쟁의 책임 소재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얘기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먼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비롯해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이유의 타당성을 정부가 명확히 파악해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한 후에야 일련의 과정들을 논의할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

결국 의학적·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검증작업, 법적 책임에 대한 정비 및 의료분쟁 안전장치,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제한적 허용 등에 대한 약속 없이는 원격의료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허용방식, 허용정보 통신기술 규정, 허용질환, 제공의료기관, 제한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원격진료만 하려는 병·의원을 차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누가(어떤 의사가), 누구에게(어떤 환자에게), 언제(어떤 상황에서), 무엇을(어떤 진료를), 어떻게(어떤 방법으로)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전 논의 없이는 텔레닥터(tele-doctor)가 아니라 텔레마케터(tele-markete)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강원도는 2019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거쳐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 포함한 지역이다.

이 또한 의료계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중기부가 산업화 측면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무작정 시도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올해 초까지 20여개 기관이 참여했지만, 현재 7개 기관으로 축소된 상태”라며 “7개 기관의 경우 사업을 담당하는 교수와의 친분 및 학연 등으로 인해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분한 검증이나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보건의료를 국민건강과 공공성의 가치보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범죄자는 두 번 다시 의료계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인식 필요

한편 김 회장은 불법 대리 수술, 성추행 사건 등 연이은 의료계의 범죄 사건 재발 방지는 징계권과 관리권 등의 행정력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로는 자율정화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이제는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사후조치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며 “법을 어긴 의사는 언제든지 제2, 제3의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현재 개원가는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개설이 되고 봉직의는 간단한 면접만 통과하면 취업이 어렵지 않은데, 범죄 의사들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하자는 것이 김 회장 주장의 핵심이다.

김 회장은 “지역의사회 경유 후 신고 또는 경유 과정 및 면접 과정에서 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갖춰 ‘불법적인 짓을 한 의사는 더 이상 의료계에서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가 선행된다면 사전 방지책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의협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를 만든 이상, 불법 제보 시 자료수집 및 출석에 응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든 후 소명의 기회를 주되 규칙 위반 시 보건복지부 및 검찰에 고발조치 할 수 있도록 내부 규약을 확립하고 회원들에게 공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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