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경고, 백신접종률 능사 아냐…정성적 방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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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경고, 백신접종률 능사 아냐…정성적 방역 필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0.2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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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위드 코로나 전환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진단
염호기 교수, “5차 대유행 시 확진자 2만명까지 폭증할 수도”
김재석 교수, “환자 수 증가에 따른 의료체계 마비 대비해야”
왼쪽부터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 김재석 의협 코로나19 전문위원회 위원(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
왼쪽부터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 김재석 의협 코로나19 전문위원회 위원(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앞둔 가운데 의료계가 백신접종률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성적 방역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5차 대유행 시 확진자가 2만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따른 의료체계 마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10월 27일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른 준비와 대책’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방안 등을 논의했다.

KM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 김재석 의협 코로나19 전문위원회 위원(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위드 코로나가 확진자 수 폭증과 함께 자칫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에 공감하고, 현재 의료체계와 방역시스템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를 짚어봤다.

또한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다른 나라들로부터 시사점을 얻어 개인 및 집단 방역 수칙을 명확히 하고 업종별 방역 수칙까지도 세밀히 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계절적 요인 겹쳐 5차 대유행 올 수 있어

방역기준, 숫자놀음 아닌 정성적으로 해야

먼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염호기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안정기에 접어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5차 대유행이 오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증시 확진자 수가 2만명까지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염 위원장이다.

김재석 교수도 “많은 국민이 예방접종을 받고 면역력이 생긴 단계지만, 코로나19 환자 수 자체가 계절적 요인 때문에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백신접종률 70% 돌파가 위드 코로나 도입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염 위원장은 “지금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있지만,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하루에 5만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해서 확진자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염 위원장은 “접종을 해도 10% 이상의 돌파감염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단순히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이유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옳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과 같은 모임의 숫자만 조정하는 정량적인 방역을 중단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원칙에 따른 정성적인 방역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체계 마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 필요

자가검사키트가 깜깜이 확진 확산시키는 ‘구멍’

단계적 일상회복을 피할 수 없다면 돌파감염 등의 취약점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재석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일상회복으로 가는 단계에서 확진자 수는 어쩔 수 없이 증가할 것인데, 의료체계가 마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 위원장도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전환의 당위성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염 위원장은 “생활치료소의 경우 실제 치료보다는 격리만 시키는 상황이고 10일이 지나면 검사도 없이 퇴원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10% 정도는 감염력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염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재가치료의 경우에도 지역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필수인데 준비가 덜 됐다”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신속항원 검사가 즉, 자가진단키트가 깜깜이 확진자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박 대변인은 “신속항원 검사 같은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가 계속 쓰이고 있는데 실제 사람들이 검사결과로 음성이 나왔다고 회사 등에 제출한다”며 “자가 검사를 전문가적 접근에서 하지 않으면 결국 깜깜이 감염과 확산을 만들고 방역에 구멍이 난다”고 비판했다.

염호기 위원장과 김재석 교수도 박 대변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염 위원장은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 자가검사키트가 무작위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진이 사용하고 결과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초기 방역의 성공은 PCR검사법에 기인한 면이 큰데, 신속항원 검사를 통하면 일부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이 안 된다”며 “델타변이가 유행하면서 신속항원 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
 

경증 재택치료·중증 전담병상 시스템부터 갖춰야

전문가단체와 긴밀한 협의 통한 방역 정책 필수

위드 코로나 이후 확대될 재택치료와 관련해서는 당장 가동이 어렵더라도 충분한 중증환자 전담병원, 음압병실 등을 준비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염 위원장은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고위험이 아닌 환자들이 재택치료를 하지만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을 경우 빨리 이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환자가 급증 가능성에 상시 대비해 중증환자 전담병원, 음압병실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 수 폭증을 대비하자는 제언도 있다.

김 교수는 “PCR 검사가 상당히 신뢰를 받고 있지만, 검사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응급 검사와 일상적인 검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응급 검사만큼은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의료체계가 마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더라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제일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라며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공표와 함께 중환자 수 등을 공개해 국민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수치가 제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염 위원장은 “백신 접종률 80% 이상으로 집단 면역을 달성하는 상황을 기대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백신 접종률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방역수칙과 지역사회 방역수칙 등을 준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과학적인 원칙과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있어서 전문가단체와 공유하고 긴밀히 협의해 정책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번아웃 상태인 의료진들에게 과다한 업무량이 주어지는 문제 또한 병상 확보 이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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