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안과 유전자치료제 투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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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안과 유전자치료제 투여 성공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1.09.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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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노바티스 ‘럭스터나(Luxturna)’ 20대 여성 환자 대상 수술 진행
시력상실 막고 야맹증 개선…일상생활 자립 도와
레베선천흑암시 환자인 장 씨를 진료하고 있는 김상진 교수
레베선천흑암시 환자인 장 씨를 진료하고 있는 김상진 교수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과 분야 세계 유일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의 수술적 투여에 성공했다고 9월 8일 밝혔다.

노바티스의 ‘럭스터나(Luxturna)’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와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 중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성망막변성 치료제로, 지난 2017년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

레베선천흑암시는 망막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망막의 시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소실되어 어려서부터 심한 시력 저하, 야맹증, 안진(눈떨림)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밝은 곳에서도 캄캄한 어둠 속에 등불 하나 켠 수준의 빛만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10만명 중 2~3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RPE65는 망막에서 시각회로의 중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로서 1993년 미국 국립의료원 국립안센터의 마이클 레드몬드 박사팀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빛이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시신경으로 전달되기 어렵게 되어,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나고 점차 심해져 실명에 이르게 된다.

럭스터나는 인체에 무해하도록 만든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복제한 뒤 환자 망막에 투여해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치료 후 정상 수준의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영구적인 시력상실을 막고,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빛 감지 능력을 높여주는 등 시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팀은 지난 7월 1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버선천흑암시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를 유리체절제술을 통해 20대 여성 환자의 한쪽 눈에 투여했다. 일주일 뒤 반대편 눈에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약물 투여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해 망막과 망막 아래 망막색소상피세포층 사이에 공간을 만들며 약을 투여하는 고도로 정교한 과정으로, 이번 수술에는 최첨단 유리체망막 수술 기법인 3D 디지털 보조 수술 방법이 이용됐다.

환자는 장미지 씨로, 생후 5개월 무렵 처음 저시력증 진단을 받고 0.1 이하의 시력을 갖고 있었다. 안경을 써도 더 이상 시력을 교정하는 건 어려운 상태로, 시력뿐만 아니라 시야도 매우 좁아 중심부 아주 일부 시야만이 남아 있고 이마저도 점차 좁아지고 있어 간신히 사물을 구별하는 정도였다. 특히 극심한 야맹증이 생활에 가장 큰 불편을 주고 있었다.

장씨를 어려서부터 진료해 온 오세열 삼성서울병원 소아 안과 교수는 유전성망막변성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함께 소아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 김상진 교수에게 환자를 부탁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방식으로 장씨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 RPE65 유전자의 병적 변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여러 나라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유전자치료제의 정식 승인이 나질 않아 경과를 지켜보던 중 럭스터나 판권을 가진 노바티스에 김 교수가 도움을 요청해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럭스터나 치료 후 경과를 검사하고 있는 장 씨
럭스터나 치료 후 경과를 검사하고 있는 장 씨

국내에서 럭스터나가 처음 투여된 탓에 장 씨의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할 방법이 없었기에 김상진 교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평가법도 직접 만들었다.

럭스터나를 투여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장 씨는 “세상이 이렇게 환한 줄 미처 몰랐다”며 “평소 영화관을 가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는데 혼자서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진 교수는 “국내에선 안과 의사들도 유전성망막변성은 불치의 병이라고 단정하고 유전 진단을 시도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아직은 한 가지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나와 있지만, 수 년내 여러 유전자 치료제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정책적 배려가 더해진다면 해당 환자들에겐 말 그대로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안과에서는 김상진 교수와 함돈일 교수가 망막색소변성, 레버선천흑암시, 원뿔세포이상증 등 다양한 유전성 망막변성의 유전 진단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하여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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