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역으로 번지는 반대 물결…‘전문간호사’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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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전역으로 번지는 반대 물결…‘전문간호사’ 개정안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09.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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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9월 13일까지 보건복지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전국광역시도의사회회장, 공동 성명서 통해 즉각 폐기 요구
응급구조사협회, “응급구조사 필요성 소멸시킬 것” 비판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관련 규칙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전역으로 반대 물결이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8월 31일부터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개정안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와 응급구조사협회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은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건강을 위협할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의협은 9월 13일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며, 복지부가 특정 직역의 면허범위를 임의로 확대하기 위한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 각 직종이 면허의 범위와 각자의 영역 안에서 맡은 소임을 다할 때 국민생명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며 “보건의료체계를 파괴하고 의료질서를 부정하는 잘못된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칫 잘못하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만연케 할 것”이라며 “간호사는 진료의 보조 이외의 업무는 수행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의료법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범위를 벗어나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임원들. 왼쪽부터 이현미 총무이사,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임원들. 왼쪽부터 이현미 총무이사,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아울러 주사 및 처치 등의 의료행위의 지도 주체에 한의사를 포함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 회장은 “한방의료행위만 할 수 있고 의과의료행위인 주사 및 처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는 한의사의 지도 또는 지도에 따른 처방을 받아도 전문간호사가 주사·처치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9월 3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개정안의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이번 개정안이 상위법인 의료법의 하위 시행규칙이지만, 세부 조항에서 불명확한 업무범위와 용어의 정의를 사용해 상위법을 위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복지부가 국민건강의 증진과 보호를 목적으로 둔 의료법을 위배할 수 있도록 명분을 줘 불법의료행위를 시행규칙을 통해 왜곡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의 지시와 지도 없이 전문간호사 단독으로 환자에 대한 처방, 투약, 처치, 시술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과연 국민건강의 증진과 보호를 위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개정안 폐기 요구를 묵살한다면 투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경고했다.

협의회는 “개정안을 강행한다면 복지부 스스로가 의료법에 명시된 ‘국민건강의 증진과 보호’를 위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한 투쟁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구조사들, “탈 간호 인력의 책임은 간호협회에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이번 개정안이 응급구조사의 사회적 필요성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킬 것이라며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9월 1일부터 의협과 함께 릴레이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특히 협회는 복지부가 지난해 5월 간호정책과 신설 이후 타 보건의료 직군의 다양성, 전문성, 협업성을 무시한 채 간호사 위주의 정책만 펼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9월 3일부터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의협과 함께 전문간호사 개정안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9월 3일부터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의협과 함께 전문간호사 개정안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협회는 “타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잠식하고 침해하는 개정안은 이미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간호사 인력 위주의 보건의료 생태계 교란 현상을 더욱 가속화 뿐이고 종국에는 소수 보건의료 직역의 완전한 멸종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을 떠나는 소위 ‘탈 간호사’ 인력이 생겨나는 원인은 대한간호협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탈 간호 인력은 약 8만명으로, 병원 근무 중인 간호사 인력 대비 41.7%에 이른다”며 “병원 간호 인력 부족의 진실은 간협의 포식적·문어발식 업무영역 확장에 있다”고 역설했다.

협회는 이어 “전국 4만여명의 응급구조사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한 반대 및 입법 철회를 요구한다”며 “보건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해결과 의료제도의 공정한 발전은 모든 직종이 피해를 보지 않는 상태에서 직종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부언했다.
 

간협, 복지부 앞에서 맞불…조속한 개정안 시행 촉구

이처럼 의료계 타 보건의료 직역의 비판을 받는 간협도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며 맞불을 놨다.

9월 3일부터 시작한 1인 시위에는 첫 주자로 곽월희 제1부회장과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이 나섰으며 신경림 회장도 현장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신경림 회장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불법진료의 근원은 의사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며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규정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이어 “하지만 의협은 정부와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 전문인력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의협은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 간 협력과 상생을 위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마감일인 오는 9월 13일까지 의료계 직역 간의 갈등은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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