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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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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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기생충학자 채종일 교수의 글모음-삶 그리고 이야기’

국내 기생충학의 대가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이 그간 연구해 왔던 기생충과 얽힌 삶의 이야깃거리, 그리고 국제협력사업에 관한 에피소드, 한 인간으로서 겪은 삶의 진솔한 순간을 옮긴 글 등을 모은 책 ‘기생충학자 채종일 교수의 글모음-삶 그리고 이야기’를 최근 펴냈다.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세계기생충학자연맹(WFP) 회장이기도 한 대학자 채종일 회장의 따뜻하고 섬세하면서도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전문가로서의 깊은 식견이 깃든 문체는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쉽게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에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온 기생충에 관한 알거리 역시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 책에서 채종일 교수는 강아지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세간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전문가적인 해답을 던져준다. 한때 사재기 대상이었던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보다는 사람 구충제인 ‘알벤다졸’과 ‘메벤다졸’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외국에서 30년 전부터 수행돼 왔고, 최근에는 부작용이 덜한 메벤다졸을 이용한 의미 있는 임상시험이 수행 중이어서 그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벤즈이미다졸(benzimidazoles)이라 불리는 이들 약물은 회충이나 구충, 편충 등 장내 기생충의 세포내 미세관 기능을 차단, 기생충의 포도당 흡수와 전달을 못하게 함으로써 구충 작용을 하는데 포유류의 세포 중 급속도로 분열하는 암세포에도 같은 작용을 함으로써 암세포를 굶어죽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약물에 의한 독성이 치료효과를 상회하는 사례가 많아 임상시험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장기간 고용량을 복용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한 메벤다졸을 이용한 항암치료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채 회장은 소개했다.

그 외에도 대다수 사람들이 좋아하는 횟감이나 생선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에 대한 전문가의 충고와 안전한 섭취를 위한 요령 등도 매우 유익한 알거리다.

이 책은 ‘삶, 그리고’ 파트에서 △송어의 수난 △콘돔의 용도 △내 나이 육십 △어머니의 치매 △중국인의 손님 접대 △고도 근시 △온정리 인민병원 △탤런트 기생충학자 S 교수 △풋술 △아날로그세대 △정년 △기생충학의 수난 △꿈 이야기 △추억의 대학로 △꼰대 △외손자의 건망증 △테스형2 △골프 만상을 다루고 있다.

또 ‘이야기-기생충 연구에 관한 단상’ 파트에서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기생충 △라오스 예찬 △압해도의 참굴큰입흡충 △베트남의 뜨거운 한류(韓流) △한적한 시골 고향 같은 나라 라오스 △탄자니아 아이들의 주혈흡충증 △코메섬의 주혈흡충증 퇴치사업 △오! 아프리카 △미라에서 발견된 참굴큰입흡충 △영화 <기생충> △맛있는 바다생선-기생충 걱정 안 해도 될까? △미얀마에 뿌리내린 기생충학 한류 △뱀을 가방에 넣어 바다 건너 일본으로 △캄보디아에서 메콩극구흡충의 세계 최초 발견 △광어와 쿠도아충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 △코로나19와 기생충 질환의 관계 △길이 18미터짜리 기생충의 정체 등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누 刊, 235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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