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동자에 사회적 지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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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노동자에 사회적 지지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8.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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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육체 소진·높은 감정노동…코로나 블루 심각
보건의료노조, ‘2021년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전국보건의료산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조)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가장 최선의 방역과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선 충분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확인된 후로부터 1년 여년이 지난 2021년 2월, 코로나19의 최전선을 도맡아온 보건의료 노동자의 각종 노동실태를 1개월에 걸쳐 조사했다.

이번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에는 가장 많은 4만 3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를 추가해 감염병 재난 시기의 관련 노동조건 변화를 점검했다.

먼저 코로나19가 전체 국민들의 생활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 노동자 역시 전체 응답자의 78.7%가 자신의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어 심리상태 역시 70.6%가 나빠졌다고 응답해 감염병 재난에 따른 사회적·정신적 불안이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더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정기조사에서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직무소진(번아웃)이 높게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이어진 감염병 재난사태에 극도로 높아진 심리적 긴장 상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코로나19가 개인으로서의 업무에 미치는 유해영향에 대한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우려’는 90%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았으며 코로나19 이후 ‘사고성 질환’과 ‘정신 질환’에 대한 우려도 60%가 넘었다. 다만 소음성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우려는 37~47%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5.7%가 코로나로 인한 노동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매년 80%가 넘는 정기조사 참가자들이 평소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느끼고 그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 온 만큼 코로나로 인한 노동조건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매우 당연스런 결과라는 것.

코로나19를 전담한 병원의 노동자가 50.5%가 노동여건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일부 병동이나 일반병원에서 확진자 진료에 참여한 응답자가 약간 더 높은 각 57.7%, 57.8%로 노동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해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와 소속기관의 코로나19 대응평가에서도 방역에 해당하는 항목에 비해 지속적인 코로나19 진료역량을 유지하는 인력 등 노동조건 항목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낮게 나타났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에서 방역·백신·진료체계 항목은 평균 60~65%의 긍정비율(매우 잘했음+조금잘했음)을 보였으나 인력지원은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 구분 없이 긍정비율이 크게 떨어져 긍정비율이 평균 44.5%에 그쳤다.

이는 소속 기관에 대한 평가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에 상황에서의 적정인력 운영’ 항목에서 평균 39.2%의 매우 낮은 긍정비율을 보였으며, ‘노동자 건강권 보호’ 항목에서는 평균 47.3%, ‘고용·휴가·휴직 사용 등 노동권 보호’ 항목에서는 평균 50.5%의 긍정비율을 보였다.

전담병원에 비해 비전담병원의 인력 등 노동조건 평가가 모두 낮았다. ‘코로나19에 상황에서의 적정인력 운영’ 항목에서 전담병원의 긍정비율은 44.8% 였는데 반해 비전담병원은 긍정비율이 약 38%에 머물렀다. 역시 ‘노동자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는 전담병원의 55.3%에 비해 비전담병원은 약 45%로 10%의 차이가 났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에서는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일반병원의 전담병동운영 또는 확진자 진료참여) 소속의 노동자들의 평가가 갈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과 백신, 진료체계 평가에서 60% 이상이 긍정적이었으나 방역의 경우 전담병원은 70.9%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3%만이 긍정적으로 봤다. 백신에 대한 평가에서도 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9.6%의 긍정비율이나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코로나 대응에 모든 체계를 개편해 투입한 전담병원에 비해 일반적인 병원 현장이 더 혼란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담병원의 경우 일반 환자소개와 전담병상 확보, 인력이 긴급히 재배치 되는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의 혼란이 있었던 것에 비해, 비전담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과 코호트 격리, 추후 민간병원의 전담병동 참여 등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지속된 체계의 변화와 지침의 변동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소속기관에 대한 평가에서는 △보호구 지급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 △확진자 관리·조치의 역량에서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의 평가에 차이가 나타났다.

예방대응 항목인 ‘보호구 지급’에서는 전담병원이 75%의 긍정비율을 보인 반면 비전담병원은 약 66%의 긍정비율을 보인데 그쳤고,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에서도 전담병원이 70.2%의 긍정 평가가 높았던 반면에 비전담병원은 긍정 평가가 약 60%로 나타났다.

사후대응 항목인 ‘원내 확진자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에서도 전담병원은 67.5%의 긍정비율을 보인데 반해 비전담병원은 약 60%의 긍정비율을 보였고, ‘확진자 발생시 관리·조치 역량’에서도 전담병원은 70.7%, 비전담병원은 약 62%의 긍정비율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처럼 정부·지자체 평가와 소속기관 평가 결과는 반복적인 감염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로 훈련되고 준비된 감염병전문병원의 설립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2021년 정기 실태조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한 달간 전수조사에 준하여 실시됐으며 2020년 12월말 기준 조합원 77,092명 대비 43,058명의 높은 유효 응답률(55.9%)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는 △임금현황 △노동조건 △의료서비스의 질 △조직운영 및 조직문화 △노동안전보건 △코로나19 환경 평가 등 총 6개 영역의 구조화된 37문항에 대해 자기 기입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전국 141개 사업장 총 43,058명의 유효 응답이 사용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0.2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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