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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병원계 이슈-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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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병원계 이슈-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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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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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국민건강보험을 보완·보충하는 목적으로 탄생한 민간의료보험 상품인 실손의료보험은 2020년 3월말 기준 가입자가 3,400만명을 상회할 정도로 대한민국 성인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으며 치료 목적의 의료비를 포괄적으로 보장함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와 같이 실손보험료 인상을 유발할 수 있는 비합리적 행태도 종종 목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진료비 영수증 등 관련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함으로 인해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종이서류 기반의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이나 약국도 관련서류를 발급해 주어야 하는 행정부담이 발생하고 보험회사도 연간 수천만건의 보험금 청구서류를 수기로 입력·심사할 수 밖에 없어 보험금 지급업무에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되어 있는데 법률안의 주된 공통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에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보험소비자들의 편익을 제고한다는 것이 주된 취지입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소비자의 편익 제고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실손보험으로 인한 손실률을 줄이고자 하는 민간 보험회사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법안으로서 법적으로도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입법에는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의료기관의 서류전송의무는 보험계약의 법률관계상 계약당사자 책임 원칙에 반한다는 점입니다. 보험업법상 실손의료보험의 법률관계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수익자 중심으로 구성되며, 의료기관은 보험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므로 보험계약에 따른 어떠한 계약상 의무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진료 후 민간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시 그에 대한 자료 수집 및 근거 확보 의무는 민간보험사에게 있으며 만약 그 과정에서 보험계약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보험금 청구절차 개선의무도 민간보험사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와 관련하여 보험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료비 증명서류를 민간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한다면 보험계약에 따른 당사자의 계약상 의무를 부당하게 제3자에게 전가함으로써 민법상 계약책임의 원칙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에는 보험금 지급을 위한 업무수행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고 보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보험회사에게 보험소비자의 이용 편익을 도모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에서는 그 의무를 부당하게 의료기관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행 의료법 조항과도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21조에서는 환자에 관한 기록은 본인에게만 열람 또는 사본발급 등 내용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만 몇가지 경우에만 제3자의 내용확인이 가능하도록 예외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자동차손해배상보험 등과 같은 공적 보험에 한해서 환자의 기록에 대한 내용확인이 가능하도록 할 뿐 민간보험사가 환자 기록에 대한 내용확인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료법 조항의 개정 없이 보험업법 조항만 개정될 경우에는 서로 내용이 상충하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과연 의료기관의 의무를 규율하는 의료법 조항을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민간보험사에 서류전송을 해도 되는 것인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큰 혼란과 불편을 겪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 서류전송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환자 진료정보는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와 같은 본인 식별을 위한 개인정보보다 훨씬 더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그 비밀이 보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처럼 환자 본인의 직접 확인을 거치지 않고 관련서류가 보험사에 전송된다면 그 과정에서 정보주체인 환자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전자적 전송 과정에서 진료정보가 해킹 등 위법한 방법이나 중계기관의 과실로 인해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실제로 유출된 경우에는 그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중계기관과 민간보험사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관련서류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전송을 요청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원치 않았던 정보까지 민간보험사에 함께 넘어가게 될 개연성도 있고 그러한 경우 환자 개인의 사생활이나 비밀이 의도치 않게 침해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넷째 심평원이 관련서류 전송 업무에 개입되는 것이 심평원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며 심평원으로의 정보집적 및 남용의 우려도 있습니다. 심평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법인, 즉 공적기관으로서 심평원 운영을 위한 비용은 건강보험료에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평원을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과정에 개입시키는 것은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한다는 심평원의 기본적인 설립 목적 및 역할 등에서 벗어나므로 심평원의 설립 근거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입법 위반 소지도 있으며 향후 실손의료보험의 심사업무까지 민간보험사가 심평원에 위탁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전산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한 사무를 심평원에 위탁 시에는 비급여 정보 및 실손의료보험 청구 정보 등 환자의 모든 진료정보를 토대로 심평원이 건강보험 청구비용 심사 시 악용하는 등 임의적인 환자 진료정보의 남용 가능성도 우려되며, 민간보험사에서 비급여 항목이나 비용이 높은 항목에 대해서는 진료비 영수증 외에도 세부내역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심평원으로 비급여 항목 등 모든 진료비용 및 내역자료가 집적되어 심평원으로의 진료정보 집적화 및 독점 권한 강화의 소지가 높습니다.

다섯째 위와 같은 여러 위험성이나 우려가 있는 반면에 과연 민간보험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보험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상당한 의문입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보험소비자가 관련서류를 병원에서 직접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간보험사에 대한 서류 전송과는 별개로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 청구 작업을 해야 하고 의료기관이 환자의 보험금 청구 업무까지 대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라는 주된 업무 자체는 환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므로 보험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서류 전송 요청 방법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하고 있는데 서류 전송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서류 전송 요청 여부를 둘러싼 분쟁위험성 예방을 위해서는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문서로 요청하도록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차피 보험소비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경우 의료기관 방문 필요성은 기존과 차이가 없으므로 편익 증진이라는 실효성이 매우 의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진료관련 정보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이므로 단순히 환자 본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제공 과정에서의 편익만 추구해서는 안되고 보안성 유지를 위한 본인확인 절차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소비자 편익 증진과 소액보험금 청구 원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의료기관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인 보험회사로 하여금 환자 진료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보험청구를 간소화할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특히 보험금 청구 업무는 보험계약 당사자인 환자가 수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서류전송 업무에 공적기관인 심평원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민간보험사가 민간 핀테크 업체와 협력해서 보험소비자의 보험청구 절차 업무를 간소화하는 합리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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