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의 미래 - 슬기로운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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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의 미래 - 슬기로운 규제개혁
  • 병원신문
  • 승인 2021.06.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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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행복한 삶에 대한 국민의 기본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의료산업은 질병, 치료 및 예방 등, 국민건강과 직결된 주요산업으로써 최근 초연결사회와 기술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산업군보다 부가가치 및 고용유발계수도 상당히 높은 분야여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일자리창출 등의 고용문제 해결에도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의료환경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질병중심의 의료에서 환자의 건강, 질병예측, 예방에 초점을 둔 환자중심의 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전문지 Forbes는 보건의료시스템의 자동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디지털 치료, 정밀의료 등을 글로벌 헬스케어의 핵심변화 및 새로운 시장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10조 달러에서 2020년 11조 9천억 달러를 넘어서 연 평균 5%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시장참여자의 인식전환, 기술발전, 정책변화 등의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의료산업 시장규모는 2017년 약 1,491억달러로 전 세계 12위 규모이며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7%로 올해도 수출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진단용 키트등 K-방역 물품과 관련한 의료기기 수출도 29.1%라는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등을 살펴 볼 때 우리나라 의료산업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2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로 초고령 사회 진입이 눈앞에 있는 상황이며, 뇌신경 및 대사성질환 등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OECD 국가 평균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의료수요의 급증은 의료산업의 새로운 수요 및 발전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써 관련정책이 급변하는 의료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운 사례 등이 속출하고 있다.

규제와 관련해선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현장에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아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아이의 엄마가 스마트폰 앱을 연동한 혈당 측정기를 고안하고 사용해 범법자로 고발당한 것은 언론에 자주 보도될 정도로 유명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해프닝 같은 작은 사례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의료산업의 발전을 옥죄고 있는 여러 규제 등을 이 사례에 오버랩해 들여다 보면 꽉막힌 규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개선점 등을 지적하면서 의료기기의 ‘선진입 후평가 제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의료 빅데이터, ICT, IoT,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보험수가산정 등과 관련한 많은 규제들이 여전히 큰 논란거리이다.

물론 정부는 이와 관련한 패스트 트랙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2년간의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설사 선정되더라도 나중에 규제가 풀릴지 명확하지 않아 업체에서는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편, 올해 초에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규제챌린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비대면 및 공유경제 등의 굵직한 기존 규제도 해당부처에서 ‘해외 사례는 없지만 한국 특성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말짱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현장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의 소리등이 세밀히 살펴져서 의료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담은 규제 혁신이 이루어지길, 그리고 잘못된 규제로 귀중한 결과물 및 item 등이 갈길을 잃고 소리없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의료산업에서는 기술 자체만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의료산업은 의료정책당국, 의료계, 의료산업체, 환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등의 역할과 입장 등이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이다. 그중에서도 당국의 의료산업정책과 관련한 규제부분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혁신은 규제 혁신이 뒷받침 되어야 진정한 혁신으로 완성된다.

대한병원협회는 회원병원 및 국내 유수 의료산업체들과 함께 의료의 미래를 대비하고 의료산업발전과 교류를 위해 2013년부터 미래의료산업협의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켜 매월 회원병원장과 업체CEO가 참여하는 병원의료산업희망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산업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학계, 병원계, 의료산업계의 명망 있는 강사 등을 초빙해 청취하면서 의료산업 현장에서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코엑스에서 병원의료산업박람회도 함께 개최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의료산업체 제품홍보부스 전시와 별도로 국내의료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의료산업 규제개혁 및 혁신’을 주제로 관련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을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의료계, 의료산업체 등 의료산업관련 당사자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헬스케어를 선도하는 first mover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향후 고령화와 감염병 증가에 대한 범국가적 의료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규제개혁’만이 의료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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