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들, 과도한 요구·인력부족·폭언 및 폭행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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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 과도한 요구·인력부족·폭언 및 폭행에 시달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6.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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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인력확충과 처우개선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상당수가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평불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병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93개 지부(102개 의료기관)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많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일부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환자가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고 직원들의 방호복을 잡아당기고 쥐어뜯는 경우, 음압격리실 치료 과정 중에 간호사들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보호자가 전화로 설명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폭언에 민원까지 제기하는 등 환자로부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격리, 면회 제한, 물품반입 금지 등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조치들을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인한 피로감이 컸으며 의료진들은 환자의 세안, 세발, 환경정리, 쓰레기 정리 및 기저귀까지 모두 관리하는데도 의료진에게 ‘너네가 하는 일이 뭐가 있냐?’는 막말을 들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정신·치매·와상환자 치료 과정의 고충은 더 심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정신, 치매, 와상, 알콜환자의 경우 침을 뱉거나 의료진의 보호장구를 벗기거나 찢으려 했고 발로 차고 욕을 하는 경우, 병실과 화장실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부숴버린 경우, 기저질환이 있다며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 치매환자가 탈출하려고 하고 간호사 꼬집고 때리고 할퀴는 경우 등 셀수 없을 만큼 많은 사례들이 조사됐다.

일부 의료진들은 똥 기저귀를 풀어 사방팔방 똥칠하는 환자, 화장실 변기에 손을 집어넣고 노는 환자, 반찬을 벽에 바르는 환자의 행동도 인내해야 만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감염병에 따른 격리, 면회 제한, 물품반입 금지 등의 조치에 따른 환자·보호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코로나19에 감염된 정신·치매·와상환자 치료에 따른 업무 하중 △코로나19 환자들의 무리하고 과도한 요구 △코로나19로 예민해져 있는 환자·보호자들의 폭언·폭행·성희롱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방호복 근무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소진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앞장서서 ‘의료진 덕분에’라는 운동을 벌이면서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희생·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력확충과 처우개선, 근무여건 개선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현장에서는 극심한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열악한 근로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 덕분에’ 운동은 캠페인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인력확충과 처우개선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정부에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력확충 △정신·치매·요양·와상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시설과 전담인력확충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개선 등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의 문제와 어려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수집하기 위해 200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의료현장 체험수기 공모전’을 현재 진행 중이다며 공모전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와 언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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