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6개 국립·사립대병원에 PA 1,68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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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6개 국립·사립대병원에 PA 1,680명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5.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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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간호사 100명 이상 병원도 15.4% 달해
보건의료노조, 불법의료 실태 고발 현장 좌담회 개최

전국 26개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에서 간호사 1,680여 명이 PA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PA 간호사가 100명 이상 일하고 있는 병원도 15.4%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5월 12일 제50주년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 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불법의료 고발 현장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의사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PA 간호사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의사가 부족해 의사 업무를 하는 PA 간호사가 전국에 1만 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하고 있는 의사 업무는 명확히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나 위원장은 지난 2019년 대한의사협회의 고발로 검찰이 대구와 부산,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을 수색한 사례를 언급하고 “의사 업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항상 불안에 떨며 일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환자들을 속이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의사 부족으로 인해 만연한 불법의료 문제를 이미 알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불법의료 문제와 보건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파업을 불사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4월 전국 50여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및 2020년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병원 현장의 불법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 26곳에서만 간호사 1,680여명이 PA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PA 간호사가 100명 이상 일하고 있는 병원은 15.4%, 50명 이상 99명 미만의 PA 간호사가 일하는 병원은 절반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5대 불법의료로 △대리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를 꼽았다.

PA 간호사 외에도 병동과 외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일반 간호사 역시 대리 처치와 시술, 처방 등 불법의료를 대부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PA 간호사는 전체 근무시간 대비 의사 업무 비중이 68%라고 답했으며 일반 병동 간호사도 근무 시간 중 37% 동안 의사 업무를 대리한다고 답했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보건의료노조 오선영 정책국장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환자 치료와 안전에 직결된 업무가 PA와 일반 병동 간호사들에게 점점 더 많이 전가되고 있다”면서 “PA와 간호사가 하는 의사 대리 업무는 정규 교육과정이나 자격조건을 갖춘 행위가 아니기에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의료사고 등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행위자(PA 및 간호사)를 보호할 법적 장치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좌담회에 참석한 모대학병원 중환자실 D간호사는 “(재직 중인)병원에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먼저 의사 아이디로 처방 내는 방법을 가르쳤다. 반면 인턴 의사, 전공의의 경우 처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결국 환자들 처방은 모두 간호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불법 의료는 운전면허가 없는 아이에게 운전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법행위를 지시·조장하는 병원 사용자에게 정부가 페널티를 주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과 PA로 근무하는 A간호사는 집도의가 바빠 수술실에 늦게 들어올 경우 집도의가 오기 전까지 대신 수술을 집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A간호사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네가 거기 있으니 네가 좀 해라”고 지시해 충수돌기(맹장), 담낭, 위장 절제까지 했다”고 밝혔다. A 간호사는 “사실상 전공의(수련 레지던트)를 넘어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전임의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를 설명했다.

또한 A 간호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신규 간호사 때부터 PA 업무를 시작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문제를 인식하고 ‘불법의료행위를 못 하겠다’며 의사-간호사 간 업무 분담을 요청하자 ‘일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A 간호사는 “PA 간호사로 경력은 있지만, 일반 간호사 일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받아 줄 부서는 없고, 당시 나는 한 번 쓰고 닳으면 쉽게 바꾸는 소모품이 된 것 같아 상실감을 느꼈다”면서 “모든 일을 의사 명의로 했기에 10년 넘게 병원에서 일했어도 입사 뒤 내가 일한 기록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PA로 일하는 C간호사도 “우리는 전산이나 기록, 차트 어디에도 남지 않는 사람”이라며 “병원이 기록을 남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병원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일을 시키기 위해 법을 피하고자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C 간호사는 “전공의 정원은 줄고, 전공의 근무 시간은 줄어드는데 의사 인력은 늘리지 않아 PA 종사자가 늘고 있다”며 “아무런 법적 보호와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쉽게 쓰이고 버릴 수 있는 대체재”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인의 양심을 가지고 환자를 속이지 않는 안전한 의료 현장을 만들자”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전공의협의회도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불법의료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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