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0 포럼Ⅲ] 중환자실 관련 당면 문제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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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0 포럼Ⅲ] 중환자실 관련 당면 문제들(3)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12.2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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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시대에 있어서의 중환자실 디자인
김현진 서울아산병원 건설추진본부 운영팀 대리(중환자실 간호사)
김현진 서울아산병원 건설추진본부 운영팀 대리(중환자실 간호사)

중환자실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는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과 정보통신을 이용한 네트워크, 마지막으로 편의성이다.

실제 중환자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환자실은 일반병동과 관리 집중관찰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진으로부터의 관찰이 중요하게 언급됐고 각종 진료재료나 약품, 도구 등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움직임이나 동선이 증가하게 되면 감염전파의 위험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 간에서도 잘 보여야 한다. 감염병환자를 최일선에서 보는 간호사나 의사들은 폐쇄된 환경이나 레벨디(level D) 같은 보호복으로 인해 서로를 잘 보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 직원간 서포트와 안전을 위해서라도 잘 보여야 한다.

환자 관찰 측면에서는 여러 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방병상구조를 많은 병원들이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개방병상 내에서 병상 간 이격거리 등 기준만 맞춘다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개방병상구조는 일단 환자들이 한눈에 잘 보이고 의료진의 동선도 수월한 면이 있다. 하지만 중환자의 다양한 감염균 전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기비말 접촉에도 취약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인실 구조의 개별병실 형태의 이상적인 구조가 권장받는 추세다. 개별문 구조로 굉장히 깔끔하고 감염이나 소음으로부터도 개선된 환경이지만 잘 보인다는 관점에서는 단점이 있다.

물론 CCTV를 활용해 환자를 관찰할 수 있지만 소리나 알람 등은 개방병상 만큼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많은 동선이 필요하고 이런 과정에서 감염전파 위험도 갖고 있다. 감염관리 상 1인 병상 추세로 가지만 취약한 동선, 잘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과제다.

특히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중환자실은 더 열악하다. 바로 전실이라는 구조 때문이다. 병실과 복도 사이에 위치한 구조로 물론 격리중환자실에서는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를 관찰하거나 동선이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전실 구조가 생기게 되면 환자 관찰이 장애 요소가 된다. 이에 중환자실의 경우에는 간호사 1명당 2명의 환자를 관찰한다고 할 때 제안된 구조 설계가 있다.

병실간에 앨코우브(Alcobe)라는 ‘ㄷ’ 형태의 구조물을 통해 환자를 관찰을 할 수 있는 업무공간을 만들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실 공간에 일부러 할애해서 PC나 책상, 모니터로 구성된 공간을 만들면 의료진은 환자를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이고 해외병원에 많이 도입돼 있다.

2병상당 하나씩 있는 이런 구조가 중환자실 의료인력을 감안할 때 이상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전실이나 병원 면적이 더 허용된다면 이론적으로 더 가까운 배치가 가능할 것이다.

의료장비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야 한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의료장비들은 가급적 환자 병실별로 구비 돼야 하고 각 병실에 소규모의 진료재료 보관 공간을 설치하면 개별적 재료 사용이 가능해져 감염관리에 더 안전할 것이다.

환자관리 외에도 의료진 간의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중환자실 의료인은 많은 의료인이 팀워크를 구성하는 행위들이 많다.

음압구역내 의료인은 쉽게 밖으로 나올 수 없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전화기 같은 통신장비에 의존하고 유리창 너머와 소통도 해야 하지만 이마져도 원활하지 않는 응급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격리 구역 외부와 내부가 전체 창(전창)으로 구성해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밖에서 서포트 하는 의료진이 서로 잘 보일 수 있게 해야 하고 격리 구역 외부와 내부가 잘 보이는 구조의 실별 배치도 필요하다.

또다른 키워드인 안전은 환자 이동에 관한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이동한다는 것은 철저한 이동계획과 인력계획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에크모를 비롯해 이동형 장비들이 많이 달려서 이동한다.

현재는 장비가 증가도 했고 감염병환자의 경우 레벨디 같은 보호복을 입고 양쪽에 의료진이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 더 넓고 침대 환경을 고려한 복도의 폭이 필요하다.

또 병실문도 당연히 넓은 문을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편으로 너무 문이 많이 열릴 경우 공기감염 관리상 부적절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문이 열리는 폭을 고려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병실 출입문이 기존 병원들은 1.2~1.3m 내외가 되는데 1.6~1.7m 정도가 되면 양쪽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침대를 핸들링하는 수준이 된다.

엘리베이터 이동도 가급적 감염환자가 전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수직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문도 엘리베이터 앞에 별도 설치가 필요하다.

의료진도 안전해야 한다. 일반적인 접촉이나 비말 수준의 감염은 장갑이나 가운으로 해결이 가능했지만 코로나 환자의 경우 레벨디 수준의 보호장비가 필요하다.

보호복 탈의실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곳이 아니라 중환자실의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개념도 필요하고 개별 샤워실로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되면 더 안전한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환경적인 안전구조는 청결공간과 오염공간을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염구역에서 청결구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가급적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 문 색깔이나 바닥색을 달리하고 또는 표지를 통해서 위험 동선을 최소화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또 패스박스 설치를 통해 사람이 통하지 않고 물건을 전달할 수 있고 병원 소독장비로서 UV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UV등은 사람이 노출될 때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이 있을 때는 작동이 안되게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격리병실에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문을 많이들 기본적으로 설치하는 데 자동문을 조작하는 단계까지도 동작센서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접촉이 없는 환경이 가능할 것이다.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중환자실에서는 다양한 의료진이 협력 진료를 하게 된다. 의료진 당사자들 간에도 보호복을 착용하면 서로 식별이 안돼 이름을 붙이거나 식별표시를 붙여 사용하게 된다. 또 격리공간에 있는 의료진은 양방향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터폰창, 관망창을 통해 상호소통을 할 수 있다.

특히 레벨디라는 장비를 사용하고 공기정화기까지 장착하면 모터소리 때문에 전화를 통해서 소통이 안된다. 스피커폰을 통해 이용하는데 공기정화기 모터소리가 통신에 간섭되지 않도록 소리 주파수대를 조절하는 작업들도 병행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CCTV 모니터실, 손위생 빈도 통계를 위한 장비 등이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편의성이다. 중환자실에서 정기적으로 하루에 한 번 면회를 할 수 있었는데 이 시간이 코로나로 없어졌다. 지금은 화상진료 회진 시스템을 적용해 의료진 간의 불필요한 통행으로 인한 감염도 막고 있다.

의료진의 편의도 중요하다. 보호복을 벗고 쉴 수 있는 별도의 휴게 공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보호장구를 입은 상태에서는 이용이 불가능 하다. 격리공간에서 벗어난 곳에 배치되야 한다. 손으로 조작하는 것도 어렵다. 디지털 보드를 활용하면 업무도 감염되고 접촉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잠잠해 지더라도 학습효과로 인해 기존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중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개념이 PFCC(Patient and Family Centered Care)로 환자와 가족 중심의 간호다. 90년대 초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되지는 않았다. 개념자체는 의료인과 환자, 환자가족이 상호 헙력해서 치료계획을 세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중환자실에 보호자실을 만들고 면회를 자유롭게 하고 의료진과 수시로 면담하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감염병으로 인해 폐쇄적인 환경이 강조되면서 PFCC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돼 왔던 보호자나 의료진의 접근성이 어려워졌다. 차후에 환자 친화적인 면을 고려한 중환자실 디자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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