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0 포럼Ⅲ] 중환자실 관련 당면 문제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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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0 포럼Ⅲ] 중환자실 관련 당면 문제들(1)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12.2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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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등급 상향 조정의 필요성
이상민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이상민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우리나라 중환자실 현황을 보면 전체 3,420개 병원급 의료기관 중 약 333개기관이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병원의 약 10%가 중환자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비율이 제일 높고 종합병원, 병원 순으로 규모가 줄어든다.

실제 병상수로만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약 3%, 종합병원이 약 5%, 전체 53만여 개의 병상 중 8,300여 병상이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서 병상수를 구분하면 실제 병상수가 커질수록 중환자실 병상수가 증가한다. 500병상 이하 병원은 약 15.5개 병상을 운영하고 1,000병상 이상의 경우는 98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8세 이상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용자 현황을 살펴보면 실제 연간 이용 환자 수는 25만여 명, 이용횟수는 31만 회 정도다. 기계 환기 사용 비율은 23.7%, 중환자실 재실 기간은 중앙값이 4일, 병원사망률 13.8% 정도다.

흥미로운 데이터는 인구 10만명 당 입실률을 계산해보니 환자의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약 85세까지는 중환자실 입실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환자실 사망률도 인구 10만명 당 85세까지 사망률이 증가했다.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2060년까지 노인환자가 많이 증가한다. 결국 노인환자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사망률도 늘어날 것이다. 향후 인구구조변화를 예측했을 때 우리나라 중환자실 이용률과 사망률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치료성적은 어떨까? 대표적인 질환인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 데이터를 보면 거의 35% 이상이다. 반면 다른 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데이터를 보면 각 연도별 나라별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8.5%에서 많게는 25%의 패혈증 사망률을 보여 우리나라의 패혈증 치료성적이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여부에 있다. 외국의 자료를 보면 중환자 사전담전문의 상주 시스템에서는 사망률이 거의 40% 이상 감소시켰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다기관 패혈증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보면 패혈증 사망률이 각 기관별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났다. 전담전문의가 있는 경우 사망률이 17.9%, 없는 경우는 41.62%로 약 2배 반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 2009년 H1N1 유행 당시 중환자실 사망률을 보면 전담전문의가 없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50%를 넘었지만 있는 경우에는 30%로 떨어졌다. 이런 자료들을 봤을 때 중환자전담전문의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 향상 활동이 이뤄져 전반적인 중환자 치료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다른 역할 가운데 중요한 것은 교육으로 이들이 전공의나 전임의 교육을 담당하고 더불어 간호실 교육이 가능해 중환자실 환자들의 예후가 향상된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전담전문의 역할은 위급한 상황을 조기에 인지해 거기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여러 구성원으로 이뤄진 다학제팀의 리더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럼 이렇게 중요한 전담전문의가 국내에는 어떻게 분포할까?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발행하는 백서를 보면 2019년과 2015년 전체적으로 80% 내외로 보고가 됐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큰 차이가 없다. 1,000병상 이상이 제일 높긴 하지만 500이하에서도 80% 정도가 전담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 중환자실 간호사와 이들이 돌보는 환자 비율에 따른 패혈증 사망률 데이터를 보면 1명이 환자를 2명 볼 때 사망률이 20%, 3명이 38.75%, 4명 이상을 볼 경우는 41.67%로 두배 이상 높았다. 즉 간호사가 환자를 적게 집중해서 케어할 때 중환자실 치료성적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2015년도와 2019년도를 비교한 데이터를 보면 전담전문의와 마찬가지로 중환자실 형태와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2015년에 비해 2019년 중환자실 간호사 대비 환자 수가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실제 이러한 중환자실 간호사와 환자 비율이 중요하지만 하나 더 생각해 볼 부분은 숙련된 간호사의 유무다. 중환자실은 숙련간호사가 많이 필요하다. 신규간호사로 바뀔수록 치료에 따라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과실(medical error)로 인해 치료성적이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가 2015년 전국 105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실제 3년 미만의 간호사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이직률도 높다. 2016년 5개 병원에서 조사를 해보니 일반병동보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이직비율이 더 높았다.

요약해 보면 국내 중환자실에 대한 수가가 올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중환자실 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으로 부족하다. 결국은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누적돼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중환자실 전담 인력의 증원에 대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일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인력 증원이 안 돼 과중한 업무 부하로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타 부서에 비해 근무 만족도가 낮다. 또 이직 빈도가 높아 중환자 간호 업무의 숙련도는 떨어지게 돼 결론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결국은 중증환자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최소 환자 15명당 1명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도 전체 중환자실의 상당수가 전담전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2017년 심평원 적정성 평가를 보면 전담전문의 282개 기관 중 113개 기관이 있다고 파악해 40% 정도다. 상급종합병원은 100%, 종합병원은 약 3분의 1이 전담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다.

전담전문의 1인당 병상 수는 1차 평가에서 44.7병상이었지만 2차는 24.7병상으로 많이 개선됐다. 상급종합병원 중앙값은 18.3, 종합병원 중앙값은 22.8로 아직도 15병상 기준에는 미치는 못한 상황이다.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수도 1차 평가에서 1.10병상에서 2차 1.01병상으로 개선은 됐지만 큰 차이는 없다.

실제 평가등급별 기관 현황을 보면 1차 때는 1등급 비율이 적었다. 2차 때는 22%까지 많이 좋아졌다. 1차 평가보다 종합점수도 상승해 1등급과 3등급 기관 증가 반면 4등급과 5등급 기관은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많이 개선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여전히 1등급 기관의 비율을 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른 지역들은 1등급 비율이 떨어지고 있어 지역별 분포 차이가 여전하다.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의 중환자실 인력 현황은 어떨까?

일본만 하더라도 최고 등급은 24시간 상주, 호주도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만 전담전문의 1인 이상으로 하고 있다.

간호사 대 환자 비도 일본은 1대 2, 의료기사 24시간 상주, 호주는 기본적으로 1대 2, 인공호흡기 환자의 경우 1대 1, 특수장치 경우도 1대 2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다양하다. 상급종합병원은 평균 1대 3~4로 소수의 병원이 겨우 1대 2를 유지하고 있다.

전담의 1명당 환자 수도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24.7, 일본은 10명 내외, 호주도 8~15명 미만 정도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등급화 안을 마련해 봤다. 상급종합병원에 국한된 것으로 ‘상급종합병원 성인 및 소아 중환자실 등급화 안’이라고 명칭을 붙여봤다.

상급종합병원의 모든 중환자실은 3등급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1등급의 요건을 만족하는 중환자 병상이 전체 병상의 1.5%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한해서 1등급, 2등급, 3등급의 3개 등급을 제안하고 각각의 의사, 간호, 설비/장비, 프로세스에 대한 안을 만들어 봤다.

1등급은 전담전문의가 상주하면서 1인이 10명 이하고 간호사 대 환자수는 1대 1.5 이하, MV, CRRT, ECMO 등이 가능하고 격리실 비율이 10% 이상, 전용 초음파가 있어야 하며 전담전문의에 의한 입퇴실 관리와 임상약사, 임상영양사, 물리치료사를 기본적으로 포함하는 다학제 회진이 되야 한다.

2등급은 전담전문의 1인당 15병상 이하, 간호사 대 환자수는 1대 2 이하, 전담전문의에 의한 입퇴실이 관리돼야 한다. 3등급은 전담전문의에 1인당 20병상 이하, 간호사 대 환자 수는 1대 2.5명, 설비 장비는 유사하고 전담전문의에 의한 입퇴실 관리가 되는 안을 제안하고 싶다. 결국은 기존보다 상향된 내용이다.

전담전문의는 당해 요양기관에 소속돼 중환자실에 근무하며 실제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 실제 중환자 진료의 근거가 의무기록에 명확해야 한다. 전담전문의는 외래진료 또는 병동 환자 진료 등을 병행할 수 없다는 것을 제안한다.

단, 중환자 진료 관련 협진,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한 사유가 있는 환자 및 신속대응팀 진료는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하고 이외의 다른 기준은 일반 또는 소아 중환자실 전담의의 적용 기준에 따르면 될 것 같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은 근무시간 중 직접적으로 중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로 수간호사, 전담간호사, 휴가자는 산정하지 않는다. 2등급과 3등급 중환자실에서 초음파 장비는 타 중환자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요약하자면 고령화와 더불어 중환자실 입실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상황이고 아직 병원 종별, 지역별 차이가 크다. 전문성을 가진 숙련된 간호사들이 이직 없이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환자실 역할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그에 따른 인력과 시설 구조를 정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수가가 정해진다면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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