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0 패널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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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0 패널토의]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0.12.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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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헬스케어의 뉴 노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좌장 : 김철중(조선일보 편집국 의학전문기자)

패널 : 나군호(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교수)

        김종혁(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 실장)

        손대경(국립암센터 헬스케어플랫폼센터 센터장)

        정승은(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기획실장, 영상의학과 교수)

        이찬(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센터장)

좌장 :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100년 만에 온 펜데믹으로 인해 사회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사회와 병원의 최대 이슈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헬스케어 시스템과 병원경영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을 통해 논의를 해 보겠다.

이찬 센터장
이찬 센터장

이찬 : 저는 술기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직에서의 인재육성이 전공이다. 병원에서의 인력육성, 인사관리, 조직문화 관련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와 협업한 지 10여 년 됐다. 병원분야가 전문성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 요구한다. 근무형태 역시 순환근무여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인재육성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교육과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손대경 :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기능도 있지만 병원엔 여러 가지 자원이 있다. 의료기기, 검체 등.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해서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어떻게 하면 병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철중 기자
김철중 기자

좌장 : 병원들이 가장 힘든 1년을 보내고 있을텐데, 그 가운데 은평성모병원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정승은 : 저희 병원은 2019년 4월 개원해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올초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전체가 폐쇄됐었다. 코로나가 어떤 바이러스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메르스 방역기준을 적용해 17일간 폐쇄됐다. 남은 인력도 코호트 격리됐었다. 그 환자들에 대한 적정한 치료와 함께 외래 예약과 추적감시, 드레싱 환자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시스템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안전한 병원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프로토콜과 감염관리 시스템 마련 후에 재개원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의료기관 내에는 환자와 의료진 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또 푸드코트에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동네 인근의 일반 시민들도 식사를 하러 왔었다. 인근 소방학교에서 병원에 이발을 하러 온 경우도 있었다.

출입문을 한 군데만 오픈하고 들어올 때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를 만드는 등 감염에 취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배웠다. 지금은 원내엔 환자와 보호자만 들어올 수 있다. 또 키오스크로 체크를 계속 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DUR로 연결돼 방문자의 자가격리자와의 접촉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다.

QR체크보다 키오스크 체크 비중이 더 크다. 키오스크는 EMR에도 모두 기록돼 환자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도 원내 입장 당시엔 정상이었다가 입장 이후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경우에 붙인 이름인 ‘코드애플’이 일주일에 2~3건씩 뜬다. 키오스크를 활용함으로써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 해당 병동만 폐쇄하고 병원 전체가 폐쇄되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김종혁 실장
김종혁 실장

김종혁 : QR코드로 환자를 체크한다. 스피드게이트를 도입해 문진을 하고 QR코드 체크 후 승인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앞으로 안면인식을 통해 동선도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저희는 지난 3월말에 병실환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9살 환아가 입원한 소아병동이었다. 한 병동만 폐쇄한 것이 아니라 소아병동 네 군데를 모두 코호트 격리했다. 마침 준비를 거의 갖춰나가던 상황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직원 50여 명도 자가격리를 했다. 기숙사나 자가에서 격리 중인 이들에 대한 격려를 위해서도 병원이 애를 많이 썼다. 경험을 많이 쌓았다. 현재 200병상 규모의 4개 병동을 격리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손대경 센터장
손대경 센터장

손대경 : 저희는 주로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이다. 감염 자체는 문제가 안 되더라도 감염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고위험자가 많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모든 입원환자와 응급실 내원환자에 대해 코로나검사를 하고 있으며, 면회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간호간병서비스 병동을 늘리고 있다.

정승은 : 보호자에 대한 PCR 검사는 중단했지만 간병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병원 비용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보호자에 대한 검사를 중단한 후 오히려 마스크 착용률이 높아지는 등 감염관리가 더 잘 됐다.

김종혁 : 처음에는 전수검사를 했고 병원이 부담했지만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간병인에 대해서는 검사비에 대한 보험 적용이 됐으면 좋겠다. 현재까지는 저희 병원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보호자의 경우도 비용 부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나군호 교수
나군호 교수

나군호 : 재활병원에 식사 배송반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다음에는 안과병원 외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5~10년 전 병원 확충할 때 고민이 중앙집중형으로 할 것인가, 분리형으로 다원화할 것이냐인였는데 결국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분리형으로 복수 운영하는 게 안전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닛 모듈화 돼 있던 게 대처에 큰 도움이 됐다. 만약 거리두기 3단계로 올라가서 재택근무를 할 경우 사무직의 역할 등에 대해, 원격진료를 할 때 사무직들이 어떻게 재택근무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 은평성모병원의 경험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일부 섹터를 폐쇄하더라도 나머지 병동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수술실을 다섯 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발생하기 전까지는 원성이 많았다. 마취와 수술부서에서 통합 요구도 컸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충남대병원이 가장 폭넓게 확대돼 있다. 타워마다 수술실이 다 따로 있다. 통합돼 있을 경우 코로나 상황에서 매우 위험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합을 하더라도 최소한 2개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게 좋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좌장 : 코로나19 이후 편집국을 2개로 쪼갰다. 한쪽이 감염돼 폐쇄되더라도 신문은 계속 나와야 하니까. 모듈화가 포스트코로나시대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은 재택근무를 하기에 취약한 곳이 아닌가?

나군호 :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재택근무 맥시멈 75%까지는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수납하는 인원은 출근해야 할 것이다. 키오스크도 있지만 일반 회사처럼 100% 재택근무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좌장 : 의료진의 번아웃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의료진의 번아웃에 의한 업무 효율 감소와 비용부담에 대해 의료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이찬 : 우리 의료진들은 코로나 심각단계 격상되던 2월 23일 이전부터 이미 번아웃돼 있었다. 코로나가 쐐기를 박은 셈이다. 보건복지부 추계 결과 코로나 격상 단계 이전에 이미 의사 약 1,837명, 약사 7,139명, 간호사 116,500명의 의료진 부족이 이미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번아웃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특정지역의 경우 그 이후의 이직과 퇴직 실태가 심각하다.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 간호사 36.7%가 그 이후 이직했다. 또 다른 대구지역 대학병원은 68.3%가 퇴직했다. 의료진들을 K방역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영웅시해 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의료인이 어벤저스는 아니다. 너무나 피로한 상황이다. 2020년 10월 산업별로 번아웃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든 지표에서 의료보건업의 피로도는 업계 평균 이하의 바닥수준이다. 구성원들의 케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매우 위태로울 것이다.

좌장 : 확진자 쏟아지면 퇴직자도 쏟아지는 거네요?

이찬 : 다른 산업과 다른 게 일시적으로 대체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전문인력을 요구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외견상 보이는 수치 이상의 심각성이 있다.

김종혁 : 올해는 코로나 관련 케어 문제 때문에 예년보다 고용을 더 많이 했다. 번아웃이 발생하기 쉬워 감염관리실 같은 경우 계속 인력을 보충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가끔 자가격리하는 직원이 나오고 있어 필요인력이 계속 충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사직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재택근무 관련해서는 올초부터 먼 데 사는 직원들도 있고, 격리가 발생하다보니 격리된 상황에서도 업무에 기여하고 싶다고 해 준비를 거쳐 11월부터 시작했다. 90년대생 관리직으로 TF를 구성해 방안을 마련하고 기획조정실과 인사관리팀 등의 직원 모두 재택근무를 한 번씩 경험하게 했다. 반응은 아주 좋다. 앞으로 관리직 외에 외래에서 설명하는 간호사도 재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재택은 기술적인 문제다. 애를 쓰면 상당부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교수가 자가격리되면 온라인으로 회진을 도는 것도 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 언택트TF를 만들어 감염이 확산되더라도 병원기능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찬 : 기술적인 측면 외에 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스킬 역량이 갖춰져 있느냐 고민해야 한다. 연령과 직급이 높을수록 디지털 스킬 역량 함량이 낮다.

정승은 실장
정승은 실장

정승은 : 시스템은 잘 될 수 있지만 법이 문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계속 하다보면 효용성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맨 마지막에 꼭 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비대면진료했다고 벌금 문 상황도 있다. 기술이나 시스템은 빨리 달려가고 있는데 항상 법이 길을 막고 있어 법적 검토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행정직원은 몰라도 간호사와 의사의 재택근무는 ‘불법’이라는 걸 의식해야 한다.

나군호 : 외국회사들을 조사해 봤다. 캘리포니아 카이저퍼머넌트그룹의 경우 외래진료의 50%가 언택트다. 일본은 스가정부가 원격진료 더 확대해서 풀고 있다. 일본은 초진까지 허가를 확대했는데 아직 확산은 안 되고 있다. 일본은 원격진료 자격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세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9월까지 68만건 원격진료가 이뤄졌다. 개인병원 원장님들도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원격이나 비대면이 시험가동에 들어갔고, 이미 열린 판도라의 상자가 닫히는, 다시 말해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 예상한다.

좌장 : 일본 원격진료는 단순한 영상통화가 아니라 원격진료 솔루션을 갖고 영상을 통해 진료를 해야지 핸드폰 영상통화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더라. 앞으로 우리나라도 병원들이 그런 솔루션을 갖고 해야 할 거라 본다.

손대경 : 원격진료란 표현 자체가 좀 조심스럽다. 시스템보다는 적용하는 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리스크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보안이슈도 있다. 위험요인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도 정리되지 않았다. 무조건 오픈보다는 시범사업과 외국 사례 등을 토대로 논의가 서둘러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논의가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

국립암센터는 환자 직접진료보다 교육이나 상담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은 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나, 진료나 처방 영역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은 모두 완료돼 있다. 보안이슈까지 점검이 끝났다. 법적인 이슈로 인해 아직 적용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전화진료만 가능한 상황이다.

김종혁 : 전화진료 외에 원격진료 시스템은 갖춰놓고 있지 않다. 산자부에서 해외교민들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의뢰해 몇몇 병원들과 함께 연구차원에서 하려하고 있다. 2개 정도 된다. 해외 환자와의 원격진료는 환경 차이와 시스템의 차이 등으로 어려움이 있어 해외에 의사가 대기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국내는 바이오산업 관련해 병원 차원에서 앞으로 원격진료(온라인 대면진료)가 가능할 것인가? 반드시 해야 한다! 불법이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도와드리는 건 불법은 아니다. 처방만 안 한다면 문제 없다. 처음엔 서비스로 하고, 충분히 환자중심으로, 환자가 원하는 것 중심으로 하면 된다.

사견이지만, 중증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온라인 대면진료를 허용하고, 경증환자는 개원가에 허용하면 서로 윈윈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미국이 50% 이상 원격진료 한다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 많은 주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했지만 전체 의료비용으로 보면 1% 이하 수준에 그쳤다. 앞으로도 원격진료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환자의 편의만 늘지, 경제적 측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 본다. 대부분 진료는 대면진료이기 때문에 환자의 편의 측면을 고려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

좌장 : 백신이 나온다고 하지만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예측하기 힘든다. 위드코로나 병원이 돼야 할 것 같다. 세브란스는 듀얼트랙 플랜을 갖고 있나?

나군호 : 분산돼 역설적으로 코로나에 더 강점을 갖고 있다. 2000년 여름쯤 스페인 독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집단면역 체계가 마련되면서 언젠간 사라질 거라고 본다. 의료기관은 셧다운되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과 유럽의 세컨드 아웃브레이크가 처음과 다르다. 환자가 더 늘었지만 셧다운되지 않는다. 이는 중증도가 더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라 본다. 방역과 위생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자체적으로 2.5단계, 3단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 본다.

정승은 : 코로나 상황에서 직원들 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예전에는 아파도 일을 하는 게 문화였지만 지금은 아프면 쉴 수 있는 분위기다. 쉬어도 이를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호사의 경우는 잘 되고 있지만 의사는 잘 안 된다. 외래환자 예약이 잡혀 있는데 몸이 좀 불편하다고 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찬 : 듀얼로 가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대다수 병원들이 그런 환경이 안 된다.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버티는 게 목적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종혁 : 먼저 직원관리 측면 어렵다는 부분 공감한다. 아산병원은 감염관리병동(i동) 독립건물로 건립 중이다. 감염 의심환자는 모두 그 건물에서 검사 대기하고 수술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듀얼체계로 운영하면 감염 관리에 도움이 되겠지만 비용도 수백 억원이 들어가고 평상시에는 적자가 수십 억원에 달할 것이다. 격리관리료 등 수가 조정, 입실 기준 완화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병원들이 감염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걸 감안하면 듀얼트랙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중증도가 올라갔다. 경증환자 덜 와서 중증도가 높아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잡혀서가 아니라 경증환자들이 병원을 잘 안 가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 판단하고 있다. 개원가는 환자가 줄어 어렵고, 대형병원에 경증환자가 오면 수가에서 불이익을 받으니까 어려움이 있다.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가운데 한 질환은 중증이지만 그 외의 합병증이 경증인 경우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 환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본다.

좌장 : 당장 내년에 인턴 없는 병원, 내후년에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됐다. PA문제 등 의료인력 공급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나군호 : 갑자기 의료진을 늘릴 수는 없다. 의대나 간호대 모두 마찬가지다.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각 직군 간 아주 엄격하게 업무 영역이 나눠져 있다. PA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 전체 의료계가 이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기술도입이 필요하다. 만성질환서비스 우리나라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많은 개원의들이 참여했다. 대학병원에서 디자인됐던 시스템이라 케어코디네이터가 있어야 수가를 받을 수 있다. 당장 한두 명 고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채용의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코디네이터 유치하면서 만성질환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데이터서비스는 환자 주도의 비대면진료, 건강관리, 만성질환서비스가 될 수 있어 의료인의 권한 영역을 재구성하는 것, 환자주도의 데이터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손대경 : 국립암센터는 워낙 중증환자 비중이 높아서 여유 없이 운영돼 왔다. 코로나 사태도 그렇고, 내년부터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 예측돼 큰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PA도 있고 처치전담 전문간호사도 있다. 내년 문제 병원 차원에서 논의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좌장 : PA 양성화가 불가피하다면 새로운 형태의 면허가 아닌 병원 베이스의 면허 시스템으로 가면, 병원들끼리 면허체계 충돌 없이 잘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김종혁 : 한 10여 년 전부터 서울아산병원은 PA라 부르지 않고 CNS(clinicla nurse specialist)라 불렀는데 국가적으로 정착되기 전부터 육성을 해 왔다. 제도가 정착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용해 왔다. 비슷한 일을 하는 SA(Surgical Assistant), 코디네이터 등 간호사이면서 의사의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인력들을 많이 양성해 왔다. 앞으로 레지던트는 교육생으로서의 역할이 더 커질테니 제도적으로 그들을 육성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그 당시부터 내다봤다. 지금은 임상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를 의료법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전문진료인력이라 부른다. 한때 복지부나 심평원에서 각 병원의 실태조사를 했는데 자료를 모두 오픈하기엔 쉽지 않았다. 정책적인 배려를 계속 강조했다. 이 문제 역시 무엇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환자들이 전공의보다 숙달된 간호사에게 케어를 받는 게 더 낫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면, 전공의들이 충분한 휴식과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고 업무영역 충돌 없이 PA와 파라메디컬도 안정적인 체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찬 : 병원에서 인력 운용할 때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마른수건 쥐어짜기 전략에 가깝게 구성돼 왔다. 이제 한계점에 왔다. 원격진료를 원격진료로 못 부르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도 멋진 화상시스템을 갖추고도 고작 교육에만 활용하고 있다. 국내 병원이 외국처럼 직무분석에 기반해 업무를 분장하고 인력수요를 예측해 배치를 해줘야 한다. 국내는 행정직과 의료진 업무분장과 인원 수요를 예측해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역할과 책임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

행정직에 대한 부분 외에 기술직군도 육성체계나 인사관리체계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서 관심이 더 필요하다.

좌장 : 입원전담전문의 얘기를 해보자.

정승은 :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에 대한 정립이 잘 안 돼 있다. 법적으로는 8시간 근무만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원내에서도 역할 정립이 잘 안 돼 있다. 전공의 정원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

규모가 작거나 서울 외곽에 있는 병원은 입원전담의 구할 수 있는 기전이 적다. 활성화하려면 어떤 업무를 어떤 식으로 하고, 당사자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원내에서,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정의가 잘 돼야 한다.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 본다.

나군호 : 입원전담전문의가 내과 내에 하나의 과로 승격했다. 미국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도입 당시 호스피탈리스트로서의 입원전담의는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중증질환 케어 환경과 맞지 않았다. 코넬대의 경우를 보면 역할이 다르다. 2월에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에 100여 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데, 당사자보다 기존의 교수들이 이들을 잘 수용을 못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수술 당사자가 왜 회진을 못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 또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병원 경영진의 의구심도 제기됐다. 역할을 보장해 주는 게 필요하다. 아직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경기도지만 예상보다 채용이 잘 됐다. 독립적으로 역할을 보장한 게 배경이 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해법을 제공해주질 못한 측면이 있다.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입원전담의 본사업 의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꼭 필요한 제도니까 운영을 해주길 건의한다.

김종혁 : 서울아산병원에는 48명의 입원전담의가 있다. 각 과에서 직접 운영한다. 입원전담전문의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진료교수라는 이름으로 승진제도와 평가제도도 마련했다. 정확한 역할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마취과나 영상의학과 등은 전담교수라는 호칭으로 해당 과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승은 : 빅5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잘 운영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만은 학회도 별도로 운영, 2년 수련을 별도로 한다.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 나라도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같은 체계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좌장 : 아산시스템과 용인 시스템을 보면서 제도를 잡아가면 될 것으로 본다.

손대경 : 국립암센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안전과 업무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도입, 로봇기술을 활용한 업무효율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좌장 : 이제 거시적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내년에 백신도 나오고 새로운 변화를 맞을 것 같은데 병원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종혁 : 2013년 나온 엘리시움이란 영화가 있다. 2100년대가 무대다. 지구 오염으로 위성을 띄워놓고 돈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안에서 살면서 콘솔을 이용해 치료도 한다. 아주 먼 미래 애기다. 헬스케어 산업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헬스케어가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예방이나 건강관리쪽으로 계속 커질 것이다. 병원이 그런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의료사업 할 수 있는 체계가 된다면 병원의 미래는 밝다. 또 밝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한때 케어모라는 회사가 보험공단과 협의해서 보험료 절감책을 제시했다. 일상생활에서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어 의료비 절감하겠다는 시스템을 만들어 각광을 받았다. 의료의 미래는 그런 식으로 가야 하고, 병원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이찬 : 병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 된다. 코로나가 심각하다고 병원이나 의료진을 지금처럼 대하면 어려워진다. 대부분 병원인들은 다른 분야 근무 경험이 없다. 다른 직종은 병원과 다르다. 환자들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종사하는 구성원들부터 케어를 해야 한다. 병원 내에서만 논의하면 자칫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만큼 대내외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병원의 미래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정승은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면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병원이 생길 수 있다. 보이는 병원에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병원들이 환자의 의료기록(PHR)을 바탕으로 인터넷 상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의료가 상품화되고 산업화되는 걸 억지로 막을 순 없다. 건강에 정말 큰 영향을 준 건 사실 상수도가 의료보다 더 컸다. 예방이나 공중보건 환경이 많이 발전해 왔다. 또 적정진료와 과잉진료에 대한 개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차원에서 해야한다. 태어나자마자 유전자검사를 하면 일찍부터 환자로 취급될 수 있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손대경 :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의료의 공공성에 동의했다고 본다. 병원도 과연 공공재인가? 의료인도 공공재인가 하는 이슈가 생겼다. 평상시에 어떤 지원을 했는가?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것은 옳은가 등 공공병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나군호 : 코로나 이후 두 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대한민국 의료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20년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의료계가 품었고, 빚을 좀 갚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의료계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서 대면진료의 큰 축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는 데 다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그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의료 외에 모든 산업이 골고루 발달했고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조만간 세계를 리드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고 이를 선도하는 대한병원협회가 되리라 본다.

좌장 : 그간 병원 내에서의 많은 문제와 이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신속하게 개선시키는 액션은 부족했다 생각한다. 오늘의 논의가 내년에는 보다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액션으로 옮겨져서 새로운 병원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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