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병사 외면하면 다음 전쟁은 ‘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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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병사 외면하면 다음 전쟁은 ‘必敗’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0.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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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규 대구·경북병원회 회장 본지 인터뷰
“코로나 보상 미진하면 사기 저하 못 막아”
고삼규 회장
고삼규 회장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른 병사들에게 아무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비록 이번 전쟁에선 이겼다 하더라도 다음에 또 유행하면 그 때는 누구를 데리고 싸울 것입니까? 병사들의 사기가 꺾이면 뿔뿔이 자기 살 길을 찾아 흩어질텐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고삼규 대구·경북병원회장은 6월 25일 병원신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1차 방어에서처럼 코로나19가 향후 재유행할 때도 성공적으로 막아내려면 최전선에서 싸운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보상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회장은 “대구에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때 전국에서 자원해 달려온 의료인력들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큰 손실을 입었지만 병원들이 최전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고 그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의 보상 수준이 현재까지 알려진 정도라면 2차 대유행이 닥칠 때 1차처럼 잘 막을 자신이 없다며 우려했다.

정부의 보상 방향은 겉에 드러난 손실에 치중돼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병원들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선별진료소에 투입된 인원 외에 투입을 위해 대기한 인력의 경우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초기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부 폐쇄하거나 업무정지한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도 없다는 것.

그는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의료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병원계에 충분한 보상을 서둘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감염병 집단 유행 시기에는 무작정 의료기관을 폐쇄해 응급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인력과 방역물품 지원을 위한 공적지원체계 등의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고삼규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구와 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매우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되고는 있지만 경영난을 비롯해 사후 수습 과정에서 아직도 해소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경북 병원계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이른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대응에 아무 조건없이 달려와서 희생정신으로 확진자 진료와 선별검사 등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전국의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환자감소로 한 때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초기 코로나19 31번 신천지 확진자 발생 이후 전 의료기관이 비상방역 및 치료와 검사 등 대응에 따른 비상진료에 들어가면서 혼란을 겪었습니다.

초기 의료기관 폐쇄 및 코호트 격리 등 강도 높은 역학조사와 방역으로 대구·경북 주민들의 자체 이동자제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2·3·4월에는 외래환자의 급감(최소 40~70%)과, 이로 인한 입원환자 감소(20~40%) 등으로 병원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전문병원은 그나마 피해가 덜한 편인데도 저희 병원의 경우 2월 18일 대구 첫 환자 발생 후 2월에만 외래 환자와 입원환자가 각각 40%씩 줄었습니다.

3월에는 외래와 입원환자 각각 30%씩 줄었고 4월에는 조금 회복돼 외래 25%, 입원 11% 줄었습니다. 그나마 대구에서 사정이 괜찮은 병원의 형편이 이렇습니다.

수익은 2월에 외래 42%, 입원 5% 감소했고 3월에는 외래 33%, 입원 25% 감소, 4월에는 외래 25%, 입원 5% 감소했습니다.

전문병원이 아닌 경우 저희 병원보다 최소 20% 이상 수익이 더 줄었습니다.

저희 병원의 3개월간 손실만 9억1천만원입니다. 병원 수익률은 매출의 3~4% 수준인데 이만큼 줄면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정부에서 선지급과 개산급을 풀어 그나마 지금까지 월급은 밀리지 않고 지급할 수 있었지만 미리 받은 돈을 모두 빚이라 생각하면 앞으로 운영은 막막한 실정입니다.

대구·경북지역 중소병원의 경우 예외없이 경영악화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해 손실보상위원회에 개별적으로 건의를 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병원들의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이와 사뭇 다릅니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보상 정책 방향은 어떤 것이 있으며, 개선책에 대해서도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감염병전담병원 및 거점병원 등 확진자 진료를 전담하다 현재 일반환자 진료로 전환하는 과정속에서 1차는 4월에, 2차는 5월말에 개산급으로 보상금이 지급됐으나 운영과정에서 진료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손실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일반진료 전환 후 정상 운영까지 2~3개월은 소요될텐데 이러한 부분의 손실은 보상 지원 항목에 없습니다.

선별진료소 운영 중 시설, 인건비, 소모품비, 방역물품비 등 일체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선별진료소 예산 233억원으로는 처음부터 전국 선별진료소 운영기관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타 지역에서 대구에 자원한 의료인력과 대구 내 의료기관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타 의료기관에 자원한 의료인력 간 인건비 격차는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 및 경북 일부지역의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제99조의11이 신설됐지만, 대통령령인 시행령 제99조의10(감염병 피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제1항9호에서 의료기관은 제외 사업으로 분류해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있었던 의료기관들이 큰 실망감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신설 조세특례제한법의 감면 사업 확대를 보건복지부를 통해 5월 15일자로 기획재정부에 건의했으나 아직 어떠한 답도 나오지 않은 실정입니다.

의료기관 융자지원이 4,000억원 규모로 책정돼 신청을 받았는데 기관당 한도가 20억원이었으나 대부분의 기관이 신청융자액의 30%정도 밖에 융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국 약 3,900개 이상 의료기관이 1조 1,450억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턱 없이 부족한 융자지원 금액이 책정돼 현장에서는 또한번 실망했지만, 이에 대한 추가 융자지원이 빨리 결정돼야 그나마 어려운 진료환경 속에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으면서 병원을 운영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손실보상 대상 유형별 보상 범위에서 특별재난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을 요청했지만, 이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습니다. 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기관을 일부 폐쇄 후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기관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기관들 또한 손실보상 대상으로 지원이 돼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의 조치로 폐쇄 또는 업무정지한 의료기관 외에 초기에 자체적으로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일부폐쇄나 업무정지한 의료기관도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대구·경북 병원계에는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국내 어느 누구보다 더 생생하고 치열하게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과 싸우셨던 회장님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제도와 시설, 수가 측면에서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

초기 마스크 및 체온계 그리고 방역과 보호복(레벨D) 그리고 PAPR(전동식 호흡보호구) 등의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큰 혼선과 현장에서의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 대구·경북병원회에서는 방역물품 지원을 위해 감염병전담병원과 거점병원 등의 현장 방문을 통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물품지원을 위해 정부, 자자체, 병협 등에 협조를 요청하고 자체 경로를 통해 지원 물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거듭했지만 어디에서도 물품지원이나 자체매입을 통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실례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요청했던 비접촉체온계 150개를 구하는 데 모든 기관을 동원했지만 약 45일이 소요됐습니다.

그리고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로 병상수 부족 문제를 경험했고 실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도 못한 상태에서 고령의 확진자가 사망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감염병의 집단 유행시기에는 의료기관을 보호하고 정상적 진료가 진행되는 조치들이 이뤄져야 하나, 초기에 무작정 의료기관 폐쇄 등으로 일반환자들이 응급상황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부분은 저희가 되돌아보고 향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난 수준의 인력과 방역물품 등을 의료기관 등에 지원하는 공적지원체계를 마련, 의료기관들이 방역물품을 구하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거나 감염병 환자 등을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입니다.

감염병 전담병원 신설을 위해 정부에서 최근 현장조사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염병 전담병원이 조기에 준비돼 감염병 유행시기에 의료기관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면 이번과 같이 병상을 준비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음압격리실 및 중환자실 수가를 인상하고, 안심병원의 감염예방관리료와 격리관리료를 신설 지원했으나 중환자실 내 음압격리실 관리료는 100% 인상했지만 일반중환자실 수가는 6~10% 인상에 그쳤습니다. 일반중환자실 또한 감염병 예방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수가를 100% 인상해 중환자실 감염예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음압격리실 입원료도 20% 인상했는데 의료기관들이 음압격리실 설치를 추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수가 또한 추가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평상시 음압격리실을 감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경비를 충분히 지원해야 민간의료기관들도 이에 대한 시설을 추가 확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기관 방역을 위한 환자분류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류소의 경우 최소 기관별 1개 이상 설치돼 있고, 이에는 관련 비접촉체온 측정장비 등과 소모품 그리고 의료인력과 행정인력 그리고 보조인력 등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유행시기 대응을 위해 분류소를 운영할 경우 환자분류를 위한 수가가 별도 신설·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병원들은 근래 의료정책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면서 환자감소와 의료인력난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지방병원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간호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간호대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병원 증설과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 대이동을 합니다. 따라서 정책 변화에 부응할 수 있으려면 간호대 정원을 서둘러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의대생 증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대비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병원 이용행태를 감안할 때 단순한 건수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방이나 소도시에는 의사인력 구인난이 심각하지만 대도시의 경우는 오히려 넘칩니다. 결국 의료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인력 확대보다 더 시급한 정책적 우선순위라 봅니다.

지방에 의사인력이 정착하려면 별도의 보상이 필요합니다. 지방 수가를 수도권과 차별해 조정해야 합니다. 지방 환자들이 큰 병은 대도시로 가더라도 경증의 경우 본인부담을 낮춰주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수단을 외면하고 의사수만 늘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의사인력 부족은 효율적인 배치의 문제이지 의과대학 증설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봅니다.

또 PA(의료지원인력) 합법화와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재배치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직능단체 간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당사자들끼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해결해야 하나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병원회 성장과 발전을 위해 대한병원협회와 정부에 바라는 점을 들려 주십시오.

대구·경북병원회는 병원협회 지역 조직이지만 상근하는 직원이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 병원 직원들이 병원회 일을 쪼개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저를 비롯해 저희 병원 직원 대부분이 달라붙어도 일손이 딸립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병원협회가 별도의 인력을 파견해 업무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대구의 다른 단체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대구·경북병원회가 상근 직원들로 운영되는 줄 아는데 실상은 인력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상근 인력이 없어도 운영될 수 있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지방병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회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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