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대응 방식으론 의료시스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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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대응 방식으론 의료시스템 붕괴”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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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이왕준 단장, 코로나19 장기전 대비한 대책전환 시급
‘긴급재난수가’ 및 ‘감염수가’ 전환 등 재정적·제도적 지원 필요

과거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19 역시 2차 대유행이 예측되는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대응 방식으로는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며 수가 개선 등 대책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대응본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은 6월 3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장기전으로의 국면전환에 필요한 요소 등을 즉각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코로나19 바이러스변이가 없다면 2차 대유행보다는 지속적인 파고로 대응역량의 한계를 넘는 상황, 또는 지금처럼 산발적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이 올 확률이 높다고 전망한 이왕준 단장은 이제는 코로나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단장은 “솔직히 모든 정책에서 장기전 대비가 없다”면서 “이미 의료현장과 시스템은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데 의료 인프라나 시스템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코로나 핵심 이슈는 중환자실 관리로 의료기관의 중환자 관리 역량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의료인력이나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 단장은 “의료인력들이 모두 지쳐가고 있다. 메르스는 다해봐야 2달 정도였지만 코로나19는 벌써 5개월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병원 격리병동 간호사들이 지쳐서 쓰러지면 다른 간호사가 해야 하지만 할 사람이 없다”면서 “7명의 격리병동 환자를 보는데 최소 21명이 필요하고 격리병상 운영을 위해 인력과 자원이 일반 병동보다 정확하게 4배의 자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단장은 “지난달에 우리병원에서 확진 환자 맹장 수술을 하나 하는데 23명의 인력이 10시간 동안 준비하고 대기를 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수가는 일반 맹장 수술 수가를 준다. 긴급재난수가, 감염수가로 전환되지 않으면 앞으로 의료기관은 견딜 수가 없어 코로나 환자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대유행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이런 방식으로 가게 되면 붕괴될 것”이라며 “이제는 장기적으로 국면전환에 필요한 요소 등을 즉각 점검해야 한다. 대책전환이 없다면 현재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의료기관에 충분한 보상과 지원 필요성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대규모 병원들이 손실이 나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엄 교수는 “정부가 보상신청을 받고 이를 보상한다고는 하지만 보상청구가 감사를 받는 수준으로 너무 복잡하고 선별진료소 등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라고 해놓고는 일정 이상 비용이 들어가면 자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이 앞으로 그 장비를 계속 사용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부담까지 들어가면서 살까?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기관들은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의료현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일반진료와 선별진료소(코로나19 환자 치료)처럼 두 부분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이 굉장히 많이 투입되지만 필요한 만큼 채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채용이 안되다 보니 장시간 일할 수 밖에 없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발제자로 나선 대한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 역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따른 의료기관 병상 축소와 인력에 대한 보상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임상 자원 준비방안’에서 백 이사장은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은 코로나19 환자와 비코로나19 환자 진료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임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환자 진료는 국가지정 격리병상과 민간(상급)종합병원에서 하고 있는 만큼 재정적 지원과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코로나19 환자치료 인한 기존 중환자실 병상 축소에 대한 보상과 기존보다 많은 인력이 요구되는 만큼 인력에 대한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지정격리병상과 관련해서는 병상당 인적자원 요건을 제시해 기준을 다시 정하고 시설이 많이 노후 돼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유지비 지원이 안돼고 있다며 이 부분에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일반환자와의 접촉을 막고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의 의료기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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