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네팔 신생아, 한국서 새 생명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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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네팔 신생아, 한국서 새 생명 얻어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2.1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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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 ‘대혈관 전위’ 신생아 한국에 데려와 치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 못 받아, 서울아산병원 치료비 전액 지원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심장병 ‘대혈관 전위’로 인해 시한부 통보를 받은 네팔 신생아가 카트만두로 의료봉사를 온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팀은 지난 1월 29일 네팔에서 긴급 이송된 신생아 쓰리전(Srijan)의 바뀐 혈관 위치를 제자리로 돌리는 동맥치환술과 심실 사이에 있던 구멍을 복원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후 쓰리전은 순조로운 수술 경과를 보여 수술 19일 후인 2월 17일 무사히 퇴원해 고국으로 돌아갔다.

왼쪽부터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 쓰리전과 엄마,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
왼쪽부터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 쓰리전과 엄마,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

지난해 12월 4일에 네팔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 ‘쓰리전(Srijan)’은 현지 의사로부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3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6년 만에 가진 첫 아이가 말 그대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쓰리전은 바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한 달 안에 2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는 선천성 심장병 ‘대혈관 전위’를 가지고 태어난 것.

쓰리전이 앓고 있던 대혈관 전위는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폐동맥과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의 위치가 선천적으로 뒤바뀌어 있어, 피를 통해 온몸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선천성 심장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부전 증상이 심해져 숨 쉬기 조차 힘들고 심장이 제대로 피를 내보내지 못해 생기는 청색증 때문에 피부가 파랗게 변해간다.

부모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게 하고 싶었지만 네팔의 의료 수준으로는 치료가 불가능 했고, 쓰리전은 한 달을 꼬박 버텨냈지만 아이와 그 가족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기적이 찾아왔다. 쓰리전의 부모가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이 카트만두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쓰리전의 부모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를 안고 약 70km 떨어진 처우따라(Chautara)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카트만두에 도착해 한국에서 온 의료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곧바로 쓰리전을 진료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은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한 시라도 빨리 한국으로 데려가 수술을 하는 것 뿐이라고 판단, 아이를 살리기 위한 긴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네팔에서는 바로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10%밖에 되지 않았고 인도에 가서 수술을 받으면 그 가능성은 높지만 치료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쓰리전의 가족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네팔 카트만두에서 쓰리전을 진료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팀 김영휘 교수(소아심장과)는 “피부가 파랗게 변한 쓰리전의 심장을 초음파로 검사하자마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받는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로 한국에 있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했고, 윤 교수는 네팔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수술이 가능하니 최대한 빨리 쓰리전을 한국으로 데려오라는 답변을 보냈다.

서울아산병원은 쓰리전 치료를 위해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고, 현지에 있던 해외의료봉사팀은 쓰리전 가족의 여권, 비자 발급 등의 행정 절차를 15일 만에 완료해 1월 26일 쓰리전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네팔 아이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윤태진 교수는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쳐 수술이 쉽지는 않았지만, 쓰리전의 심장이 약 두 달간 잘 버텨준 덕에 잘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엄마 쓰리저너(Srijana) 씨는 “6년을 기다린 첫 아이였는데 쓰리전이 선천성 심장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정말 절망했다”며 “그때 기적적으로 나타나 쓰리전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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