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마이캡틴 김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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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이캡틴 김대출
  • 윤종원
  • 승인 2006.04.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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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와닿는, 마이캡틴 김대출

착한 영화다. "휴먼 스토리"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간 감독의 우직함과 정재영의 묵직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마이캡틴 김대출"(감독 송창수, 제작 진인사필름)은 동심에 기댄 어른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휴먼 스토리를 만드는 건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TV에서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간극장"류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영화적 상상력이 알맞게 덧붙여지지 않는다면 자칫 유치한 수준이 될 수 있기 때문.

경주를 무대로 도굴꾼 김대출을 등장시킨 이 영화는 "정(情)"을 소재와 주제로 삼았다. 주연배우 정재영이 표현한 대로 "진실이 보이고 (등장인물의) 진심이 와닿는 이야기"이며 "한번도 가지지 못했던 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재영은 투박한 외모와 옷도 제대로 한번 갈아입지 않은 비루한 차림새로 정에 굶주린 채 자란 도굴꾼 김대출을 연기했다. 툭툭 내뱉는 경상도 사투리에 소탈함이 정겹게 묻어 있고,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장면에서 그는 시쳇말로 미친 듯이 연기해 소름을 돋게 한다. 여기서 그의 눈빛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아역이 등장하는 영화가 그러하듯 어른 못지않은 연기력을 과시하는 남지현, 김수호 두 어린 배우의 천진난만한 연기도 볼 만하다. 잊었던 감성을 일깨우는 데 어린이의 순수함만큼 파괴력 100배의 무기도 없을 것.

이도경, 장서희, 이기영 등 조연배우들의 곰살맞고 정확한 연기도 영화의 결을 윤택하게 만든다. 참, "여보야"로 등장하는 개의 존재도 묵직하다.

순제작비 26억원으로 만든 작은 규모의 영화이며, 따라서 화면을 압도할 만한 영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많지 않은 등장인물 속에서 김대출의 정체성을 대사 한마디로 표현하는 등 앞뒤 촘촘히 짜여진 드라마 얼개는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도굴꾼 김대출(정재영 분)은 유명한 도굴꾼의 아들. 엄마가 없는 그에게 아버지는 단 한 명의 가족이지만 늘 떠돌아다니며 아들을 외롭게 만든다.

김대출은 비리형사인 노형사(이기영)와 결탁해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지만, 그역시 도굴로 연명해 살아간다. 김대출이 도굴한 문화재를 노형사가 팔아 돈을 버는 공생관계가 유지된다.

어느날 김대출은 국보급 보물 약사여래불상을 귀신 같은 솜씨로 훔친다. 이를 부모 없이 할아버지(이도경)와 "여보야"로 부르는 개와 같이 사는 지민(남지현)에게 들킨다. 김대출은 지민이를 "문화재 관리국 특수 발굴수사대" 소속 대원으로 임명하고 불상을 맡긴다.

두 달 후 지민이를 찾아왔지만 어제만 해도 고이 지민이의 학교 사물함에 놓여있던 불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자신을 뱀파이어라 부르는 병오(김수호) 짓이다. 병오는 혈액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동춘서커스단의 곡예사 애란(장서희)의 아들인 병오는 피를 마셔 영원한 삶을 얻고 싶어한다(이 작품은 송 감독의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당선작 "흡혈소년 상봉기"를 각색한 것).

김대출은 지민이와 병오를 꼬드기기 위해 놀이공원도 가고, 신발도 사주는 등 환심을 사려 별 짓을 다한다. 부성(父性)의 결여라는 똑같은 상황에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어른과 두 아이의 공감대가 커져갈 무렵 훼방꾼이 등장한다. 노형사가 불사을 찾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한 것.

이는 되레 김대출의 아버지에 대한 숨겨놓은 그리움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신라시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왕의 자리마저 내놓고 약사여래를 찾아 헤맸던 아버지. 이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태웠던 애끓는 사랑이 담겨 있는 여래불의 전설을 전하며 김대출의 아버지는 이것만 찾으면 두 부자에게도 발붙일 둥지가 생긴다고 생각해왔던 것.

병오 모자와 김대출이 서울로 향하려던 날 병오는 흙더미에 갇힌다. 병오를 살리기 위한 김대출의 절규가 회한의 목놓임처럼 절절하기 그지없다.

격랑이 휘몰아친 후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희망을 준다.

확실히 연기는 깊을수록 맛있다. 골고루 버무러져 맛이 난다면 더할 나위없다.

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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