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어른의 감성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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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른의 감성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 윤종원
  • 승인 2006.03.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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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영화다.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가 선명히 붙어 있는 영화답게 노출 수위도 파격적이고, 영화의 진행 방식도 과감하다. 과거와 현재가 치밀하게 엮여 있으면서 관조하듯 어른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엔젤 언더그라운드ㆍMK픽처스)은 "문소리와 지진희가 선택한 최초의 코믹 영화"라는 홍보문안에 방심하면 안된다. 물론 상황과 설정은 키득거릴 만한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 점잖은 지진희 입에서 육두문자가 쉴새없이 나오고, "똑소리나는" 문소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간드러진 유혹을 할 때 그렇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실제벌어지는 일들은 가슴의 밑바닥까지 건드릴 만큼 집요하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충분히 증명됐지만 문소리의 거침없는, 자신있는 연기는 영화에의 몰입을 종용한다. 노출이란 그저 배우에게 작품이 요구하는 연기의 한 방식일 뿐이라는 걸 말없이 보여준다.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아우라를 형성해왔던 지진희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태도로 연기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영화의 매력임을 새삼 느끼게 할 정도. 건들거리는 지진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과거의 한 순간이 존재한다. 그 순간은 머릿속에 콕 박히는 기억이 되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건 아니다. 그저 삶의 과정에 있는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만화가 박필(지진희 분)이 지방 전문대인 삼천대학 만화과에 초빙 교수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염색과 조은숙(문소리) 교수를 만난다. 재회이지만 처음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조은숙은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드는 환경단체 회원들을 오가며 마음을 줄 듯 말듯 위태로운 애정행각을 벌인다. 그러다 삼천방송국 김영호 PD(박원상)를 만나 자신의 남자로 선택한다. 조은숙의 태도가 변하자 교사, 교수들로 이뤄진 환경단체 회원들은 박필을 의심한다. 그중 가장 집요한 유선생(유승목)이 박필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

영화는 박필, 아니 본명 박석규와 조은숙의 과거로 돌아간다. 중학 시절 조은숙은 석규 형의 연인이었다. 중학생이라 얕보면 안된다. 이들은 벌써 섹스에 탐닉해있는 "양아치"들이다. 우연한 사고로 그들 무리의 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다.

아내가 있음에도 당당히 조은숙의 애정을 갈구했던 유선생은 이들의 범상치 않은 과거에 상처를 받고 역시 사고를 당한다.

"그 여자 교수 맞아?"라 할 정도로 석규가 놀랄 정도의 변신을 한 조은숙과 그녀가 "너는 북쪽, 나는 남쪽. 우린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 말하는 석규의 현재 모습은 다분히 상처받은 과거의 기억이 있음에도 애써 그를 무시한 채 살아가려는 인간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남자들의 구애를 즐기는 여자, 유부남임에도 여왕벌처럼 한 여자를 모시려는(?)남자들, 중학생 때나 지금이나 주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묻혀가려는 또 다른 남자.

단편 "용산탕" "1호선" 등으로 주목받았던 이하 감독이 "질투는 전투다!"라는제목으로 출품해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본성을 휘저어놓는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만났음에도 문소리와 지진희가 입을 모아 했던 말이 기억난다. "키득키득 웃지만 결코 소리내 웃지는 못한다. 그들을 이해하고 때론 그들처럼 하고 싶지만 숨기고 싶은 게 드러날 것 같은 창피함에."

문소리가 나신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영화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려면 어른들이 봐야 한다. 이는 역으로 영화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웃기는 하지만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의 코믹 성향은 분명 여느 코미디 영화와 달리 스타일리시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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