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美ㆍ英 인간복제 논의에는 `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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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美ㆍ英 인간복제 논의에는 `앙숙"
  • 윤종원
  • 승인 2004.10.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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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둘도 없는 동맹인 영국이 유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복제 전면 금지 여부 논의에서는 미국에 가장 강경하게 맞서는 `앙숙"이 되고 있어 국익 앞에는 `혈맹" 관계도 큰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21일 유엔 총회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복제 금지 관련 결의안 토의에서 관심의 초점은 모든 형태의 복제 전면 금지안을 내놓은 코스타리카와 치료 목적의 복제 금지 여부는 각국의 재량에 맡기자는 벨기에, 벨기에안 지지국이며 세계 최초로 인간의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한국에 모아졌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복제 전면 금지안에 가장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미국 주도의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이에 불복할 방침까지 분명히 밝혔다.

이날 토의에 발표자로 나선 에미르 존스 패리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치료 목적복제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하고 이 같은 연구를 생명윤리와 연계하는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패리 대사는 "어느 나라도 자신의 가치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권리는 없다"면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마련된 우리의 공식 입장을 유엔이 뒤엎으려 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전면적 복제금지안을 주도한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패리 대사는 "우리는 단하나의 독선적이고 유연성 없는 관점을 온세계에 강요하는 코스타리카안을 유엔이 거부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만일 유엔이 생식 복제와 치료 복제를 가리지 않고 금지하는 협약을 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면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며 협약에 서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방침을 선언했다.

미국은 이날 토의에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치료 목적의 복제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가 금지돼야 한다는 방침은 명확해 영국과는 분명한 대치전선을 이루고 있다.

이날도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모든 형태의 복제가 금지돼야 하며 이런 미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2일 둘째날 토의에서 발언을 신청해 이와 같은 논리를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국제 현안에 관해 누구보다도 손발이 잘 맞았던 미국과 영국이 복제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하게 된 데는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생산하는 등 복제분야에서 최선진국의 하나인 영국과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서 뒤진 미국의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와 난자를 결합한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서울대 석좌교수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은 미국과 영국의 대립양상을 지적하면서 "학술회의 참석 등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역시 국익 앞에는 모든 나라가 냉정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러나 "미국은 다면적 사회이며 과학기술에서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고 강조해 미국이 복제연구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의 전면적 금지를 추구한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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