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공공지원 공약 매번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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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공공지원 공약 매번 무산
  • 윤종원
  • 승인 2004.10.2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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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자기 돈 내서 잘 맞고 있는데 굳이…" 장기과제만 되풀이
독감 백신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받으려는 사람들로 보건소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예방접종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연간수천억원의 비용을 부모들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 의석의 91%를 가진 양대 정당이 내걸었던 예방접종 관련 총선 공약이 잘 지켜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002년 대선공약과 동일한 "국가지정 필수예방접종의 단계적 무상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한나라당이 발표했던 50대 공약에도 "신생아 예방접종의 건강보험 적용"이 들어 있었다.

방식과 범위는 다르지만 예방접종에 대한 공공지원을 대폭 늘린다는 기본 취지 에는 두 정당이 공감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1석,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양대 정당이 전체 의석의 91%를 차지했다.

하지만 양대 정당이 내건 이같은 공약은 선거가 끝나고 17대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다른 정치 이슈에 묻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선거철에 내건 예방접종 공공지원 확대 공약(公約)이 당선 후 임기가 끝나도록 지켜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약(空約)이 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당선된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영유아 예방접종 비용 전액 국고부담"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이는 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도록 실행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가 "하위소득계층 20% 가정의 영ㆍ유아들이 보건소뿐 아니라 병ㆍ의원에서도 일부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당정협의를 거쳐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한 적은 있으나 이후 2개월 가까이 아직 별다른 진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金泳三) 대통령과 신한국당이 집권하던 1997년 초에도 당정협의에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예방접종을 넣기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뒤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집권당이 바뀌면서 이런 종류의 "당정합의" 소식이 계속 나왔으나 결국 실행에는 옮겨지지 않고 매번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유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소아에 대한 BCG(결핵), DTaP(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 MMR(홍역ㆍ유행성이하선염ㆍ풍진), B형간염, 일본뇌염, 폴리오 등 6개 백신의 기본접종만 무료화해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합 1천800억원을 부담해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 방식을 택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추산은 비용과 효과를 고려할 때 국가적으로 전면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은 폐구균폐렴, Hib(뇌수막염), A형 간염, 수두, Td(파상풍ㆍ디프테리아), 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제외한 것이다. 만일 이를 포함하면 신생아 1명당 약 100만원이 들지만 건강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예산당국은 "지금도 대부분 자기 돈 내서 잘 맞고 있는데 굳이 또 예산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들은 "어려움이 많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획기적인 결단이 없는 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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