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이샤의 추억
상태바
영화-게이샤의 추억
  • 윤종원
  • 승인 2006.01.2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롭 마셜 감독, 장쯔이 주연의 일본 판타지
사무라이와 함께 게이샤는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각기 일본의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는 둘은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극단성과 선정성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서양인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더도덜도 아닌 "야만"을 상징하는 키워드임에도 서양인의 눈에는 이보다 더 매혹적이고 화려해 보이는 "동양"이 없는 것이다.

"게이샤의 추억"은 "라스트 사무라이"에 이어 할리우드가 일본 문화에 대해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애정을 표한 작품이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스타 톰 크루즈가 제작ㆍ주연을 맡았는데, "게이샤의 추억"은 미다스의 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시카고"의 롭 마셜이 감독을 맡았다. 할리우드 중에서도 정중앙에 있는 인사들이 만든 것.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게이샤들을 일본 배우가 아닌 중국 배우들이 맡은 점이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한국보다 못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장쯔이뿐 아니라 궁리, 미셸 여 등 주연 3인방 게이샤가 모두 중국인 여배우. 한마디로 게이샤를 할리우드와 중국 여배우들이 "추억"한 셈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김윤진이 게이샤 출연 섭외를 받고 고민 끝에 거절한 것과 대조적이다.

각설하고, 영화는 1980년대 후반 출간된 미국 작가 아서 골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특한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어촌 소녀 지요가 최고의 게이샤로 성장하는 이야기. 소설의 분량이 방대한 까닭에 영화는 원작의 앞과 뒤를 싹둑 잘라내고, 부분 각색을 통해 할리우드 식으로 변형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 묘사 역시 대폭 간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영화의 기획 동기가 게이샤에 대한 서구 남성의 호기심 어린 시선인 만큼, 게이샤의 성적 매력과 성적인 기능에 대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의 독특하고 화려한 화장법, 남자를 사로잡는 갖가지 제스처, "처녀성"에 대한 경매 등은 서구 남성을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혼탕에서의 유희도.

게이샤들은 "예술가"로 자평하지만 결국은 돈과 권력이 있는 남성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 개인적인 삶과 사랑을 갈망하기에 나름의 인간적 고뇌는 있지만, 평생 뒷바라지해줄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사실 고급접대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 여배우들과 함께 와타나베 겐, 야쿠쇼 고지 등 일본 남자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화면을 꽉 채운다. 특히 악역 변신을 꾀한 궁리의 연기는 착착 감긴다.

하지만 이들의 영어 대사는 시종 거슬린다. 영어 대사가 "왜색"을 크게 다운시키는 기능을 하긴 하지만 배우들의 어색한 대사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여겨진다.

1930~40년대 어둡고 축축한 일본 골목길과 좁은 다다미방, 화려한 사원 등은 게이샤 못지않은 볼거리를 전해주며,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다.

2월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