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10대에 급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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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10대에 급성장하나
  • 윤종원
  • 승인 2006.0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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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장속도는 부모, 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으며 이 때문에 인류 진화의 초기 단계에 인간의 번식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BC뉴스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인류학자 마이클 거벤 등 연구진은 영국과학원 회보(PRSB)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침팬지의 성장속도를 비교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식의 몸집이 오랫동안 작은 크기를 유지하는 것은 부모의 먹이 공급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것이라면서 일생동안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는 침팬지들은 사람보다 훨씬 늦게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파라과이와 보츠와나에 살고 있는 두 수렵-채취 부족을 상대로 자녀의 몸집과 부모의 부담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이들의 자녀가 침팬지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할 경우 얼마만큼의 음식을 먹는 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파라과이 부족 소녀들과 소년들은 각각 9%와 25%씩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반면 보다 성장속도가 느린 보츠와나 부족들의 경우 소녀들은 38%, 소년들은 54%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인간의 전략은 작은 몸집을 되도록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자립능력이 생기기 직전에 급성장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매우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침팬지가 어린 나이에 몸집이 커지는 것은 먹이 찾는 기술이 단순해 네살먹은 새끼도 쉽사리 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인 반면 인간의 경우 자립하기까지 오랜 훈련 기간을 거쳐 10대에 이르러서야 급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 인간의 어린이들은 일곱살이 되기까지는 스스로 먹이를 구할 능력이 전혀 없으며 대부분 10대가 돼서야 자립능력이 생긴다.

미시간 주립대의 배리 보긴은 이처럼 특이한 성장속도에 따라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 종들에게는 없는 `아동기"가 생겼으며 이는 인간이 젖을 떼자마자 자립하는 대신 자립 능력이 생길 때까지 오랜 준비 기간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긴의 연구에 따르면 수렵-채집사회의 어머니들은 아기가 생후 30개월 무렵에야 젖을 뗀다. 그러나 침팬지들은 새끼가 4살, 혹은 4살 반이 될 때까지 계속 젖을 먹이며 젖을 떼면 새끼들은 곧바로 제 먹이를 찾아 나선다.

보긴은 이에 따라 침팬지들은 새끼의 터울이 5~7년이나 되는 반면 인간은 2~4년밖에 안 된다면서 그 결과 "침팬지는 멸종 위기에 있고 인간은 그 반대"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자식을 낳게 되면 어머니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 때문에 "할머니나 아버지 등 다른 동물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가족관계가 생겨났다"고 보긴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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