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빅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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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빅 화이트
  • 윤종원
  • 승인 2005.12.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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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해 시체를 훔치다
사랑하는 아내가 입만 열면 욕설을 하는 병에 걸렸다. 일명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는 커녕 운영하는 여행사는 파산 직전으로 전기마저 끊길 지경이다. 그런데 5년 동안 실종상태인 동생이 죽기만 하면 10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

다분히 컬트적인 이 영화는 그러나 인간의 밑바닥 정서를 잘 잡아내고 있다. 늘 정겨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섰던 로빈 윌리엄스가 인생의 바닥까지 가버린 폴 바넬을 연기한다. "피아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홀리 헌터는 욕설을 통제할 수 없는 마거릿으로 등장해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크 미로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80년대 네오 느와르를 선도한 독립영화 기수 코엔 형제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괴한 상황과 독특한 설정의 웃음, 종국에는 따뜻한 인간애까지 두루 짚어냈다.

폴은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 마거릿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있는 여행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동생의 보험증서를 꺼낸다. 사망시 100만 달러. 동생 레이몬드(우디 해럴슨)는 5년째 실종상태다.

그러나 보험회사에서는 알래스카 주립법에 의거해 실종 7년이 돼야 사망 처리가 된다고 알려준다. 하루가 급한 폴에게 남은 2년의 시간은 천년처럼 느껴질 수 밖에. 그런데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시체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게이 암살자들이 버리고 간 시체를 보며 궁지에 몰린 폴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 시체를 동생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시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모든 이를 속이지만 단 한사람, 보험회사 직원 테드(지오바니 리비시)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테드의 집요한 공략에 지쳐있는 폴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다. 레이몬드가 살아돌아온 것.

더욱이 암살한 시체를 보고싶어하는 보스의 명령을 받아 시체를 찾으러온 암살단에게 마거릿이 인질로 붙잡혀 상황은 더욱 꼬인다.

순탄하게 돌아가던 거짓 시체 연극이 폴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영화는 모든 이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대상으로 테드의 애인을 등장시킨다. 테드에게 진실한 사랑만을 바라는 이 애인은 전화 상담으로 답답한 이들의 가슴을 풀어주는데 폴 역시 그의 단골이다.

암살단에게 땅에 묻은 시체를 되돌려주고 아내를 찾아오기로 한 장소에 레이몬드가 등장하고, 테드까지 애인을 싣고 등장한다.

영화의 결말은 내내 알래스카의 날씨만큼이나 찬 바람이 불었던 스산한 기운을 일시에 폴의 여행사 상품이었던 와이키키만큼이나 따뜻한 종점을 향해 간다.

29일 개봉. 상영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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