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퍼햅스 러브
상태바
영화-퍼햅스 러브
  • 윤종원
  • 승인 2005.12.2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 선율에 담아낸 사랑이야기
성공하기 위해 사랑을 버린 여자. 그에게 성공을 안겨주며 현재의 애인이 된 남자. 믿었던 사랑에게 버림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영화 "퍼햅스 러브"는 세 남녀의 삼각사랑을 다룬 애정 영화다. "첨밀밀"(甛密密)을 통해 아련한 사랑의 느낌을 잔잔하게 그렸던 중국의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이번에는 삼각관계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의 사랑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는 사랑과 함께 이를 둘러싼 인간의 복수와 질투를 섬세하게 그리며 우리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정말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영화는 홍콩 최고의 스타 지엔(다케시 가네시로. 金城武)이 중국의 흥행감독 니웨(장쉐여우.張學友)의 뮤지컬 영화에 캐스팅돼 촬영장소인 상하이로 오면서 시작된다.

그 곳에는 지엔이 꿈에도 잊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영화의 상대역이자 니웨의 애인인 최고의 여배우 손나(저우쉰.周迅). 10년 전 베이징에서 영화학도와 싸구려 바의 무명가수로 만난 지엔과 손나는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나 해바라기처럼 성공만을 쫓았던 손나는 냉정하게 지엔을 떠났다. 그 후 니웨를 만나 영화를 찍었고 영화가 성공하면서 손나는 이제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다. 10년 만의 재회. 손나는 지엔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며 모른 척 한다. 그런 와중에 영화촬영은 시작된다.

극중 뮤지컬 영화의 내용은 과거 지엔과 손나의 사랑 얘기와 흡사하다. 기억을 잃은 여자 자오유(저우쉰)가 자신의 연인 장(다케시 가네시로)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녀를 구해준 서커스 단장(장쉐여우)을 사랑하면서 벌이지는 삼각관계 이야기.

니웨는 영화 속 단장 역할 캐스팅이 여의치 않자 연출을 물론 직접 단장 역까지 맡는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지엔과 손나의 감정은 다시 요동 친다. 지엔은 손나에게 "다시 시작하자"며 유혹하고 손나는 지엔의 유혹에 흔들린다. 급기야 이들은 촬영장을 몰래 빠져나와 사랑의 장소였던 베이징으로 향한다.

베이징에 있는 이들의 낡은 보금자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10년 간 지엔이 이 집을 관리하며 그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보존해 온 것. 손나가 침대 옆 낡은 카세트 테이프 리코더의 버튼을 누르자 지엔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0년 동안 이 곳을 찾은 지엔이 방문할 때마다 당시의 심정을 그대로 녹음해 둔 것. 지엔의 사랑 고백에 손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손나는 "너에게 사랑의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꾸민 짓"이라는 지엔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내용과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는 사랑에 대한 지엔의 복수의 감정을 담지 않는다. 10년 간의 그리움은 지엔이 수영장 물 속에서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가슴 절절하다. 마지막 순간 손나에게 "복수였다"고 전하지만 그가 흘리는 눈물에는 여전히 사랑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난다.

천커신 감독은 "퍼햅스 러브"에서 이들 세 남녀의 사랑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손나가 정말로 사랑한 사람은 지엔이었다거나 아니면 사실은 니웨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식의 결말을 피하고 있는 것. 감독은 사
랑이 심오한 감정 문제이기 때문에 뚜렷한 경계선을 긋는다는 것이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 듯하다.

영화는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드라마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따라서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를 상상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듯.

그렇지만 "퍼햅스 러브"에서 뮤지컬의 역할은 성공ㆍ질투ㆍ복수 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장쉐여우의 남성적 음색에서 뿜어나오는 가창력은 니웨의 질투심을 극대화시키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희들과 군무를 함께 추는 저우쉰의 밝은 미소와 화려한 춤에는 손나의 성공에 대한 갈망이 여과없이 투영된다.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한국 배우 지진희의 춤과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지진희는 이 영화에서 천사 몬티로 출연해 부드러운 목소리와 숨겨둔 춤 솜씨를 보여준다. 지진희의 출연분이 많지 않아 다소 아쉽기도 하다.

12세 관람가. 내년 1월5일 개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