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브랜드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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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브랜드로 승부
  • 윤종원
  • 승인 2004.10.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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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경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1. 브랜드의 중요성

- 서울대학교 병원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보면 황금색 동그라미 속의 1자 마크와 ‘브랜드파워 1위 병원’이라는 말이 확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밑에는 ‘깨끗하고 밝고 부드러운 병원’이라는 서울대병원에서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그러나 우리가 100% 동의하기는 힘든-가 써 있다. 의료의 새 길 여는 서울대병원이라는 구호와 함께....

- 메디파트너, "Ye" 브랜드 글로벌화-중국, 러시아, 베트남, 미국 등 의료산업 수출
국내 굴지의 병원경영 전문 기업 메디파트너(대표 박인출)가 중국 등 해외 의료시장 개척을 통해 의료다국적 기업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3일 메디파트너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홍콩 상장회사인 CHC(China HealthCare Holdings)와 중국 대도시에 2년 내에 10개의 "예 메디컬센터(Ye Medical Center)" 병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 밖에도 2005년 내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 등에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약 1,500개의 각종 브랜드에 노출된다고 하며, 우리나라도 소비자들이 접하는 브랜드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왜 이토록 많은 브랜드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가? 브랜드가 있음으로 해서 소비자들은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 서로 비슷비슷한 상품들을 구분할 수 있다. 회사들은 브랜드를 알림으로써 자사의 제품을 사게 하고 애용하게 하여 소비자들의 브랜드 애호도(brand loyalty)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자사 브랜드의 명성이 높아지면 회사가 신제품을 도입했을 때 기존 브랜드에 대한 호감 은 같은 브랜드를 붙이고 나오는 다른 상품으로 옮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병원 브랜드란 단순한 이름짓기 차원을 넘어서 무형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점차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브랜드 자산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브랜드 자산을 높이기 위한 전략, 브랜드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다루기로 한다.


2. 브랜드 이름 정하기

- 서울 강남의 잘 나가는 여성전문병원인 미즈메디병원의 예전 이름은 영동제일병원이었다. 좀 촌스럽고 흔한 이름이어서 여성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Miz와 medical을 합쳐 멋지게 지었건만 개명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기 힘들다는 고객들의 불평이 있어 이름 바꾼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다.

브랜드는 제품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아주 신중하게 이름을 골라야 한다. 병원도 마찬가지여서 예를 들어가며 좋은 브랜드 이름의 속성을 알아보기로 한다.

. 기억하기 쉽고, 알아보기 쉽고, 쉽게 소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짧은 이름이 좋다. (보기; 白병원, 人병원, 藝치과 등)
. 경쟁사의 브랜드명과 선명하게 구별되는 독특한 이름이 좋다. (보기; 순천향병원, 꽃마을한방병원 등)
. 제품이 제공해 주는 편익을 암시해야 한다. (보기; 한마음효병원, 갸름한성형외과, 사는기쁨정신과 등)
. 가능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보기; 세브란스병원과 백병원을 비교하면 세브란스병원은 상표등록 되어 있어 더 이상 다른 병의원에서 사용할 수 없다. 반면 백병원은 그렇지 않아 전국에 수많은 백병원이 존재하여 다른 병원의 사고나 잘못이 인제대백병원으로 종종 오인되곤 한다. )
. 시각적 표현과 청각적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보기; 백병원, 차병원 등을 본 떠 사병원, 이병원이라 이름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병원은 죽을 사자와 음이 같아 별로 듣기 좋지 않을 것이고, 이병원은 치과로 혼동될 수 있으리라.)

3. 브랜드 자산

브랜드자산 (brand equity) 이란 어떤 제품에 상표를 붙임으로 추가되는 어떤 가치로서 브랜드자산의 효과는 높은 브랜드애호도, 시장점유율 또는 수익의 증가로서 나타난다.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자.
-부산에 있는 동래백병원은 한미병원이 전신이다. 동래 지역에 침례병원 등 대형병원이 잇달아 개원됨에 따라 중소병원인 한미병원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경영진은 한미병원으로는 어렵지만 백병원 브랜드라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여 백병원에 헌납하게 되었다.

그러면 보이지 않은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는 어떻게 구성될까?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연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브랜드인지도는 브랜드가 알려진 정도를 말하며 브랜드의 친숙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지도는 일단 좋은 이름 지어서 오래 사용하면 높아질 수 있다. 백병원이 좋은 예로 70년의 역사를 가진 백병원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브랜드 연상은 어떤 브랜드를 듣거나 보았을 때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느낌, 그리고 영상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브랜드연상이 강력하고 호의적이며 독특할수록 좋은 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도가 높다고 반드시 강력하고 호의적인 브랜드 연상을 가지는 것은 아니나, 인지도 자체가 떨어지면 아예 연상이 없을 것이므로 마케터들은 일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강력하고 호의적이며 독특한 브랜드 연상들은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며 이러한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 애호도를 창출하는 경쟁우위의 전략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즉 이것이 바로 브랜드 파워라고 할 수 있다.


4. 브랜드 전략

- 요즘 신흥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제대학교에서 입시 홍보 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인제대와 백병원이 같은 재단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인제대가 개교한지 25년이 넘었건만 영남지방을 제외한 다른 지역 주민들은 백병원은 들어본 적이 있어도 인제대는 강원도 인제에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8월에 개최되는 제1회 음악 경연대회도 인제대, 백병원 주최라 하였고 통합 로고도 준비 중이다.

- 을지병원은 서울 을지로에서 처음 병원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현재 을지로 병원은 없어졌고, 의과대학은 대전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속병원은 서울 노원구과 대전에 있다. 의과대학을 개교할 때 학교명을 놓고 많은 생각이 오갔을 듯하다. 그러나 새로운 이름을 지어 이를 홍보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을지’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여 기존 을지병원의 명성과 인지도의 활용을 기대하며 학교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브랜드전략을 세울 때 회사가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중의 하나는 품목 하나하나에 개별브랜드를 붙여주느냐 아니면 공동브랜드 아래 모든 품목을 판매 하느냐 하는 것이다. 위의 인제대, 백병원은 개별브랜드 전략, 을지병원은 공동브랜드 전략으로 밀고 나갔다. 개별브랜드 전략의 단점은 백병원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명성을 활용하기 힘들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에 가장 알맞은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어 원래 브랜드가 너무 강한 제품 범주와 관련된 정형성을 가질 경우 개별브랜드 전략이 더 나을 수 있다. 인제대학교가 짧은 기간동안 종합대학교로 훌륭하게 자리잡은 데는 기존에 몇십년 동안 알려진 백병원의 브랜드를 과감히 포기하고 민족의 대학, 세계의 대학에 걸맞는 새로운 이름을 지은 것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5. 어떻게 브랜드를 홍보할 것인가?

- 올해로 일곱 번째 행사를 맞이하는 영동세브란스병원의 ‘별밤잔치’는 매년 1천명 가까운 환자와 주민이 참여하는 병원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1996년, 별을 좋아하는 한 의사선생님이 자신의 망원경으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자녀교육을 중시하는 강남지역 주민들의 정서와 맞아떨어져 날로 성황을 이루며, 별관측 뿐 아니라, 강의, 연극, 음악회, 선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단골손님들이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특히 병원직원 가족들도 많이 참여하여 내부고객만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수원에 있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이춘택병원은 중소병원으로서는 특이한 공익마케팅 방법을 채택하여 병원 브랜드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 병원 내 등산동아리가 중심이 되어 시민단체와 손잡고 병원 근처의 광교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 이춘택병원은 이러한 시민운동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발전하는 병원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효과를 보았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브랜드홍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이다. 즉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른 경쟁사와 달라야 하고 전달방식이 독특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아무리 호의적이고 강력한 브랜드연상이라도 모든 경쟁사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자사에 경쟁우위를 제공하지 못한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의 별밤잔치가 성공한 이유는 다른 병원에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행사라는 점이다. 그러니 일간지와 방송에서 자발적으로 다루어지고 엄청난 병원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지속성과 일관성도 꼭 필요한 조건이다. 별밤잔치가 잘된다고 소문나자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행사를 열었으나 계속되지 못했다. 우리 병원의 포지셔닝에 맞는 행사를 기획하여 8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발전시켰다는 것, 이것이 별밤잔치의 성공 조건이다.

즉 무형자산으로서의 브랜드 가치의 중요함을 깨닫고, 일관적이고 호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전략을 세워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브랜드 관리의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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