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보다 더 큰 병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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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보다 더 큰 병원 등장
  • 박현
  • 승인 2004.10.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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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대형화 속에 중소병원 설 땅 잃어
국내 병원들의 대형화 추세는 병원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병원계 내부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대형 병원들의 신·증설은 규모면에서 병상수급 적정선을 초과할 우려가 큰데다 의사를 비롯한 병원직원들의 연쇄적인 자리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정책 속에서 병원 신·증설에 따른 전공의 배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전공의 정원은 4천5명 선인데 반해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인원은 3천95명 규모로 약 910명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병협이 요구한 전공의인원은 최근 신·증설된 6개 대학병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253명은 제외된 규모로 앞으로 전공의 수급난까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되는 병원들의 대형화 추세는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풀이된다. 의료시장 개방 후 선진병원들의 국내 진입시 경쟁하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네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은 입장이 다르다.

환자를 이들 대형병원에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탈출구가 없는 한 지역 내에서 대형병원과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병원 주변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의 애타는 입장은 쉽게 헤아릴 수 있다.

본지는 병원들의 대형화 추세 상황을 점검, 문제점을 파악해 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대형화 현황

세브란스 새 병원이 내년 5월 개교기념일에 맞춰서 개원할 예정이다. 이 병원의 규모가 63빌딩 보다 더 크다고 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현대와 삼성이 병원사업에 진출하면서 병원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었다.

기업의 경영기법이 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첨단화 된 시설과 기존의 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대형화 된 규모는 병원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재 국내 병원 가운데 단위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이다. 하루 외래환자가 6∼7천명에 달하고 유동인구는 3∼4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재벌 병원들의 등장은 병원계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들 병원들은 환자들의 눈높이를 높여주었다. 환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백화점이나 은행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기존 병원들의 권위주의적이며 불친절한 진료태도에 일침을 가하면서 병원문화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아산병원=현재 2천200병상으로 가장 큰 병상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이 병원은 오는 2008년까지 400병상을 증축한다. 지하 7층, 지상 13층의 4백병상을 증축하게 되면 총 2천600병상으로 국내 최대규모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2007년 5월 완공예정으로 700병상 증축에 들어갔다. 증축공사가 완료되면 2천병상(1천268병상+700병상) 규모를 갖추게 된다. 삼성은 아시아 최대규모의 암센터를 건립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암환자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1천병상 규모인 새 병원이 내년 5월경에 개원하게 된다. 새 병원이 개원하게 되면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에 하여 총 2천300병상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교직원 및 동창은 물론 환자와 일반인이 건립기금 모금에 참여해 각계로부터 모금한 후원금을 건축비용 일부로 충당함으로써 국내 병원건립과 관련한 기부문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오는 2008년까지 1천200병상을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서울 반포동 부지에 총 3천억원을 투입해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1천200병상을 신축해 암센터, 심혈관센터 등 전문진료센터 위주의 진료를 한다는 계획이다.

▲경희의료원=내년 8월경에 서울 고덕지구에 8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지하 4층, 지상 14층에 800병상 규모인 동서신의학병원을 내년 8월에 건립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건국대병원=2005년 5월에 87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개원한다. 이 병원은 현재 국내 최고의 개원준비팀을 구성하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병원=오는 12월까지 554병상(실제규모는 800병상)의 새 병원을 흑석동 중대 캠퍼스에 개원한다. 이 병원이 개원할 경우 흑석동, 신림동, 봉천동 등 지역주민들은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인근 중소병원들은 또 한번 환자이탈을 감수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2005년 5월경에 830병상(실제규모는 1천병상)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최근 고대 구로병원장을 역임한 이석현 교수와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을 영입해 막바지 개원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병원=외래진료센터를 별도로 건립해 입원환자 병동과 외래환자 병동을 분리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새 병원의 오픈과 신축 등을 통해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09년까지 입원 및 외래환자를 위한 시설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고대 구로병원이 이달 말에 신축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며 안암병원도 임상의학연구동을 신축해 병상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편 전남대학병원이 지난 7월 화순에 새 병원을 개원했다.

◆문제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형화 추세는 외국병원들에 대응하고 국내 병원들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나 적잖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즉 이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몸집 불리기는 기존 의료체계를 완전히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초대형 병원들의 등장은 국가 전체의 의료시스템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병원들의 신·증설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서울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갈수록 지역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학병원이 새롭게 신·증축해서 문을 열 경우 인근의 중소병원들은 물론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들까지도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세브란스 새 병원이 오픈을 하게 되는 내년 5월쯤이면 일산에 소재한 백병원, 일산병원, 화정지구에 있는 관동대 명지병원 등도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감수해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대 1천병상 규모인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이 같은 해 5월경에 개원할 예정이어서 일산지역 병원들은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이 새롭게 문을 열면 환자들이 이들 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환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이나 동네병원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게될 것은 뻔하다.

경기도 분당지역도 마찬가지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분당제생병원 등이 있는 가운데 가천의대 길병원이 성남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길병원은 오는 2010년까지 양·한방 협진체계로 운영되는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병원간의 경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병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큰 것을 좋아하고 최고를 선호한다고 해서 모든 병원이 대형화만을 지향할 수 는 없다. 규모가 작은 병원도 분명 병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관계자들도 규모의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수가 체계에서는 박리다매(薄利多賣) 형식으로 병상을 늘려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책

현재로선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부관계자와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는다면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보험수가의 현실화를 통한 병원경영 환경개선과 함께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이어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동네병원이나 중소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또 주5일 근무제에 따라서 토요진료의 공휴일 가산 인정, 야간가산 산정 적용시간대 조정 및 심야가산 적용, 집중치료실 원가보전을 위한 수가개선, 응급의료수가 개선, 의료기관 종별가산율 조정 등 수가제도를 개선하고 아울러 불합리한 산정기준도 개선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병원들도 대형화에 앞서 규모에 맞는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몸집 불리기에 앞서 최소의 규모와 시설 및 장비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병원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고 민간보험을 도입하는 등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여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박현·hyun@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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