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드 오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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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드 오브 워
  • 윤종원
  • 승인 2005.11.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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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좀 엉뚱한 경로를 통해서였다. 주인공 니컬러스 케이지가 한국인 여성 앨리스 김과 결혼하면서 알려진 것. 두 사람은 결혼 직후 바로 "로드 오브 워"의 촬영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 겸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 영화는 니컬러스 케이지가 출연한 많은 블록버스터들과 마찬가지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성격은 좀 다르다. "내셔널 트레저", "콘 에어", "더 록" 등의 전작에 비해 다소 엉뚱하다. 오락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지는 대신 냉소적인 태도를 가장해 나름대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무기 판매상 유리(니컬러스 케이지 분)는 냉전 종식 후 세계 각지로 흩어진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무기를 판매한다. 물론 불법이다. 그래서 그가 가는 곳마다 인터폴 요원 폴(에단 호크)이 따라다닌다. 백전노장인 그는 군용 헬리콥터를 구조용 헬리콥터로 위장하고, 무기를 실은 밀매 선박을 순식간에 농산물 유통 선박으로 위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쟁의 제왕(Lord of War)"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는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아내에게 직업을 숨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파트너였던 동생이 살육의 현장에 치를 떨기 시작하며 어느날부터 양심의 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여느 오락적인 블록버스터들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된다. 유리가 다니는 전쟁터들의 광경이 열거형으로 비쳐지고 그 과정에서 유리는 마치 제3자가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냉소적이면서도 건조한 태도를 유지한다. 또 전체적으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라 일정한 호흡이 반복되는 형식이다. 관객에 따라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총알이 빗발치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는 요란한 블록버스터는 아니라는 것.

이 때문에 영화는 지루하기 쉬운데 그래도 막판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메시지가 위안이 된다. 그 메시지는 바로 아무리 큰 무기상도 미국 대통령만은 못하다는 것. 실제로 그가 인터폴을 따돌리며 1년간 파는 무기를 미국 대통령은 단 하루 만에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재미"라고나 할까.

더불어 유리가 심드렁하게 내뱉는 대사 중 두 가지가 귀에 남는다. "무기상의 최고의 적은 평화다", "무기상의 철칙은 자기가 판매한 총알에 죽지 않는 것이다"

13개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고 하지만 정작 흥미로운 요소는 이렇듯 몇 마디 대사에 있으니 안타깝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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