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자안전법의 실효성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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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환자안전법의 실효성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 한봉규 기자
  • 승인 2019.04.1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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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보 고려대환경의학연구소 연구교수(법학박사)

지난 2010년 고 정종현 군이 백혈병 항암치료 중 정맥으로 주사해야 할 항암제인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로 주사하는 실수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했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7월 29일 ‘환자안전법’이 제정·시행되었다. 환자안전법은 의료기관에서 사망이나 장해 등의 환자안전사고 발생사실을 공유하여 다른 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이나 환자가 보건복지부장관에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사고내용을 전달 받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내용을 검토하여 모든 의료기관에 주의를 권고하는 ‘의료사고 주의보’를 내리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여가 지난 오늘에도 의료기관의 자율보고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있으나 마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의료기관이 오히려 보고할 경우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하여 사망이나 중대 상해 등 재발방지책 마련이 꼭 필요한 사고 내용의 공유는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도 병원 측이 자율 보고를 하지 않았고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직접 파악하여 전체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주의경보를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남인순 의원(2018.2.27.), 김상훈 의원(2018.3.20.), 김광수 의원(2018.5.28.), 김상희 의원(2017.11.21.) 등으로부터 환자안전법의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위원회의 환자안전법 개정안 대안이 작성·제출되어 지난 3월 2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 개정안(대안)에서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즉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고를 의무화한 환자안전사고는 ①「의료법」제24조의2 제1항에 따라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②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이 투여되거나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되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③다른 환자나 부위의 수술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④의료기관 내에서 신체적 폭력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사고 보고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규정도 신설된다.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무보고를 방해한 자에게는 각각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환자안전법 개정안(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이 미흡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환자의 안전사고의 해결은 그 사고에 대한 지체 없는 보고가 최선은 아니다. 어차피 그 해결은 안전사고의 쌍방 당사자 간에 하는 것이다. 자율적인 해결의 모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해결추진을 유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예컨대 2018년 3월 20일 김상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자안전법 일부개정 법률안(12551호)이 주는 시사점은 참고할 만하다.

즉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피해자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소통을 위하여 환자안전사고에 대하여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공감․유감․사과의 표현 등을 이후의 재판과정 등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주요병원의 연구사례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 측에서 먼저 사고에 대해 알리고 공감이나 유감․사과의 표현을 통해 피해자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경우에는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소송이 크게 줄어들고 합의에 의한 해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기간에 대해서는 그 보고를 유예해 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60일 간 그 보고의무를 유예해 주고 그 기간 내에 자체조사나 해결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 지체 없이 보고를 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해결보다 보고가 우선이 될 수는 없다.

보고가 해결의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안전사고의 보고에 못지않게 안전사고의 원만한 해결사레의 공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서 의료기관의 안전사고 보고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안전사고의 예방이나 사고발생 시 자율적인 해결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계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매년 일정한 날을 ‘환자안전의 날’로 법률로 정하여 모든 의료기관들이 환전안전에 관한 액션에 힘쓰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환자안전법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진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로 인하여 의사들의 소신진료가 안되고 방어 진료가 된다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의료기관이고 의료인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이 환자들을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해관계자들과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서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의료제도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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