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생명의 경이로움과 함께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순천향대천안병원 분만실 수간호사 최은화(54)씨.
최 수간호사가 유독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를 강조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병원 산모는 고위험 임산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 수간호사는 “조산, 노산 등 다양한 고위험을 안고 있는 산모가 많아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를 볼 때 유독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최 수간호사는 매일 임산부들에게 먼저 다가가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 철학. 그만큼 분만실이라는 힘든(?) 환경에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분만 외에도 병실에 입원한 임산부들 관리도 최 수간호사의 몫이다. 조산을 막기 위해 하루 종일 병상에 누워 안정해야하는 임산부들이다. 수시로 병실을 돌며 임산부들의 몸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다. 불편한 점은 없는 지, 기분은 어떠한 지 등등을 살피며 안전한 출산, 건강한 출산, 행복한 출산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 노력이 있어 임산부들은 최 수간호사를 ‘친정엄마 같은 사랑의 카운슬러’라고 말한다. 늘 따듯한 미소로 작은 고민까지 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은 알아서 반영해 주기 때문이란다.
최 수간호사는 “간호사이자 대학생 딸을 둔 엄마의 입장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임산부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며, “대화도 자주하고, 진통이 시작되면 같이 호흡하면서 ‘지금 잘 하고 있다’, ‘계속 함께 있겠다’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최 수간호사의 휴대폰에는 구름, 꽃, 나무 등 온갖 자연풍경이 저장돼 있다. “향긋한 꽃내음, 코끝 시린 겨울내음 조차도 마음껏 느낄 수 없는 병실 임산부들을 보면 많이 안쓰럽다”는 최 수간호사. 그래서 그는 틈틈이 병원 밖 풍경을 찍어 임산부들에게 보여준다.
최 수간호사의 사랑 실천은 병원 밖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순천향대천안병원 간호부 봉사모임 ‘사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로 지역의 불우 청소년,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노력봉사는 물론 의료비, 생필품 지원 등에도 앞장선다.
봉사활동을 할 때면 도리어 자신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최 수간호사. 특히 어르신들의 ‘밥 많이 먹고 다니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는다는 그는 “봉사활동은 하는 이나 받는 이나 모두에게 좋다”라고 봉사를 적극 권한다. 병원 안팎에서 주변의 모든 이들과 살갑게 소통하며, 함께 행복을 일구는 최은화 수간호사.
그는 오늘도 벼랑 앞에 선 위태로운 고위험 임산부들을 사랑으로 멀티케어 중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분만실에는 든든한 사랑의 카운셀러, 젊은 친정엄마, 그가 있어 수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안전하게 세상과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