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원 현실 외면한 소방시설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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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원 현실 외면한 소방시설법 개정안
  • 병원신문
  • 승인 2018.11.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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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월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를 계기로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무더기로 입법예고됐다.

예컨대, 현행 시행령 규정사항을 의료기관 등에 대해서만 법률로 상향시켜 별도로 규정하자는 법률안을 비롯, 소방시설에 의료기관은 면적제한을 두지 말자는 임종성 의원의 개정안과 의료기관이나 노유자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을 한데 묶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고 국가가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한다는 근거를 마련한 이명수 의원의 개정안,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설치를 병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한 윤소하 의원의 개정안,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설치를 모든 의료기관으로 규정한 기동민 의원의 개정안을 합쳐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법률 개정안은 모두 5가지에 이른다.

이들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와 제연 설비를 갖추어야 하고 방염처리된 합성수지류나 섬유류를 주원료로 제작된 물품을 사용해야 한다.

대한병원협회가 올 3월 조사한 ‘병원건물 현황’에 따르면 142곳의 병원의 211개 건물중 19%인 40개가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건물이고 13%인 28개는 임대건물이다. 이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은 8개에 불과했다.

병원 건물은 천장에 의료용 가스나 감염병 관리를 위한 음압병실용 배관과 환기시설인 닥트가 설치돼 있어 스프링클러나 제연설비를 설치할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노후된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에 사용될 물탱크 하중으로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환자실이나 음압격리병실, 수술실같은 특수병실은 대체공간 확보가 불가능해 의료기관 전체를 휴업하기 이전에는 스프링클러 공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스프링클러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3년도 노인복지시설 기능보강 국고보조사업 지원내용을 근거로 병상당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산출해 본 결과, 병상당 49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병상 규모의 병원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최소 5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뿐만 아니라 스프링클러 공사기간중 휴진이나 축소진료로 예상되는 수입감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접수된 상태로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지원이나 병원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신중한 법률안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의료기관의 현실도 감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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