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직원이 즐거워야 환자도 즐겁다…순천향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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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직원이 즐거워야 환자도 즐겁다…순천향스럽게
  • 병원신문
  • 승인 2018.06.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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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기 순천향대서울병원 미래전략실장
▲ 김양기 미래전략실장
대학 병원은 생사(生死)가 오가는 공간이다.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의 직원들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크다.

매사에 책임감과 진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과 일반 직원들 모두 ‘사람’이다. 때문에 매일같이 정신 없이 돌아가는 병원 환경으로부터 요구되는 적잖은 책임감과 진중한 태도들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이는 업무 피로와 불만족을 계속해서 누적시킨다. 타 직종 대비 대학 병원 종사자의 높은 이직률은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어만 가는 병원 내 속사정의 두께를 가늠하게 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의 미래전략실은 병원 직원도 결국 ‘사람’이라는 점에 가장 깊게 주목했다. 동시에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피로도와 직장 불만족 등을 시스템적으로 풀어가고자 했다.

드라마틱한 효과가 매번 드러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다 보면, 언젠가는’이라는 생각으로 순천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들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과정에서 ‘뭘 그렇게까지…’ ‘그냥 하던 대로 하지…’라는 생각들이 저항의 파편으로 돌아와 부서원들이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이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부서원들이기에 서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이라고 다독이며 일하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 곱해져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다”

미래전략실에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한다. 병원의 여러 가지 업무들을 포괄하여 다양한 안목으로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통계,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예산 등 적어도 본인의 분야만큼은 ‘탁월하다’는 말이 과분하지 않을 친구들이다. 그러다 보니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나누어주면서 일을 이끌어나간다. 덕분에 어떤 업무가 주어져도 아주 잘 맞춰진 퍼즐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곤 한다.

어찌 보면 작은 부서 단위에 불과하지만 미래전략실의 모습은 대학 병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병원은 다양한 전문 직종이 하나로 집약되어 있는 조직이다.

각자의 전문 능력이 잘 융합되어 최대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종 간 갈등이나 업무 비협조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전문 영역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잘 맞춰진 퍼즐처럼 일을 이끌어나갈 때, 대학병원은 ‘더 좋은 진료’를 위한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꼬집어내 시스템적으로 풀어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모르는 척 넘길 때가 많다. 지적하기 귀찮거나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된다.

최근 병원 계에서 연쇄적으로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감염이슈나 환자안전이슈도 ‘불편함’을 애써 모르는 척 지나친 데서 시작됐다고 본다. 미래전략실은 병원에서 피어나는 불편함을 굳이 아는 척 한다. ‘사망 환자(가족)에게 SMS 문자 서비스’를 보내는 경우를 개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원무팀에서는 환자(가족)에게 외래 예약 관련해서 문자 서비스를 하곤 한다. 문제는 이미 사망한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은 부분 같지만 해당 문자를 받은 유가족 입장에서는 속상함을 넘어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무팀 입장에서는 내원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그 선의에 대해 당연히 나무랄 수 없다. 결국 사망 환자를 미리 걸러내는 간단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모두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원무팀 직원들도, 사망 환자의 유가족들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사소한 불편함이지만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쳤다면 아마도 지금 이 순간까지 누군가는 계속해서 불편하고 있을 것 같다.

“직원이 즐거워야 환자도 즐겁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직원 만족도에 큰 관심과 투자를 쏟는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 할애하는 직원들이다. 그 직원들을 계속해서 불만스럽게 만드는 대가를 잘 아는 셈이다.

행복하지 않은 직원을 아무리 채근한다 한들 업무 비효율은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과물 또한 좋은 방향으로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미래전략실은 직원들이 기꺼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순천향 Harmony라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대면하기 어려운 부서나 직종들과 함께 뭉쳐서 친분을 쌓고 즐겁게 이해해나가는 ‘순천향스러운’ 판을 깔자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대면하는 부서나 직종이 한정적일 때가 많다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간호사는 흉부외과 의사나 간호사는 매일 같이 보지만, 그 외, 보험심사팀이나 사회사업팀 같은, 부서와는 거의 대면하지 못한다.

그러나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은 1,800여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일하는 조직이다. 모두가 서로 술잔을 기울일 만큼 각별한 사이까지는 아니어도, 오며 가며 ‘싱긋’ 인사할 수 있는 사이는 되었으면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불만스럽고 짜증나는 일이 있기야 하겠지만, 순천향 Harmony를 통해 서로 속상했던 마음도 풀고, 그 마음을 함께 공감해주기도 하면서 ‘사람 좋은 맛’에 즐거이 흘러 넘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2012년도에 처음 시작한 순천향 Harmony 워크숍이 올해로 6년째 진행 중이다.

“소통의 공간을 충분히 열어주어야 한다”

말 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켜켜이 쌓인다. 그러나 다들 본인의 입장과 경험을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일이 바쁘고 힘들면 더 그렇다. 미래전략실은 그 점을 인정하되,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고 소통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터주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잘 지내요’ 프로젝트가 있다. 인턴과 간호사, 전공의와 간호사는 어느 대학 병원이나 서로 티격태격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특히 주어지는 업무와 책임이 크다 보니 업무 분장이나 역할 구분과 관련해서 ‘내 탓 네 탓’할 때가 많다. 이에 미래전략실이 둘 사이의 Bridge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가 바라는 부분들을 정성껏 들어주고 정리하여 전달했다.

포스터도 만들어 붙이고 분기 별로 설문지를 배포해 서로의 입장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공유한다. 물론 이런 노력들의 결과가 급진적으로 보여 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 완화와 소통 활성화를 위해 병원이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장기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친 김에 Bridge 프로젝트의 적용 범위를 전 부서로 확대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소통으로 인한 어려움, 관계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중재하고 풀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최근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순천향라디오’다. 전 세대가 고루 사용하는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전 직원을 위한 소통 공간’이다.

카카오톡에서 순천향라디오를 검색하고 친구 맺기를 하면 직원 누구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재는 콘텐츠를 구축해나가는 단계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1,800여 명의 직원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소셜 채널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편하게 알아가고, 쉽게 이해하고, 즐겁게 일하게 만드는 시작점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전략실은 ‘참 별난 짓을 많이도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기존에 병원에서 해오던 일 보다는 새롭고 재미난 일들에 달려들곤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고생스럽고 귀찮을 때도 많다. 하지만 오직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과,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진심에서 하는 일들이다. 그렇게 미래전략실은 오늘도 별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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