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의료 질 평가체계의 구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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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의료 질 평가체계의 구축〈2〉
  • 병원신문
  • 승인 2018.04.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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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 구홍모 본부장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포함하여 약 19개 종류의 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제도가 있다. 이 평가제도들이 보건의료기관의 실제와 의료 질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여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기관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보건의료기관이 외면하거나,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변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그 자체만을 위한 준비를 하게 할 정도로 평가제도가 중복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은 아닐까? 그리고 국가 차원의 의료 질 관리를 통해 국민 안전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시키는 보건의료정책 마련이라는 관점에서 이 평가제도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통합 연계 구조를 가지고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평가의 최종목적은 보건의료기관이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스스로 의료 질 관리 노력을 하게 하여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그 결과 국가적으로 국민 안전을 향상시키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허용 또는 용납되는 의료행위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살핌으로써, 보건의료기관 스스로가 의료의 질을 관리하여 한정된 의료자원의 범위 내에서 실효적 비용 절감 등 자체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데 있다.

특히, 의료는 공급자의 생산과 수요자의 소비가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서비스의 특성과 위험내재성이라는 의료행위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나날이 새로운 의료기술과 의약품, 의료기기의 출현 등으로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한다. 이에 보건의료기관이 의료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여 생존력을 가지게 하는데 평가제도의 목적이 있다. 그리고 국가는 그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환자안전사고라는 커다란 사회불안 요소를 제어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정책의 실효적 시행을 위해 법적 근거 마련, 제도개선과 재정 지원 등 제반 사항을 뒷받침하여, 최종적으로 올바른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를 포함하는 선순환적인 환자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건의료기관을 위한 평가제도가 되어야 한다. 보건의료기관마다 종류가 다르고, 같은 종류의 보건의료기관도 규모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의 조사 항목 또한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만 한다. 만약 평가제도가 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인 조사항목으로 평가를 시행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건의료기관이 평가제도를 아예 외면하거나,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의료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평가 그 자체만을 위한 준비로 끝나고 그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 상태를 유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제도가 보건의료기관에 도움은 되지 않고 의미없는 일을 강제적으로 하게 하는 천덕꾸러기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전체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의 구성은 모든 보건의료기관에 적용 가능한 기본 평가체계를 마련하여 수용성과 현실성을 제고하고, 각 보건의료기관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추가 평가를 구성하여 전문성과 특수성을 확보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갖추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면 의료 질 관리의 정도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자체평가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고 상위의 의료기관 종별인 경우가 이러하다.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으면 대규모 병상과 다양한 특수진료실을 가진 의료기관에서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간혹 대형병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내용과 과정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자체 평가와 문제점 개선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보건의료기관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평가제도는 보건의료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자체 평가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수용성을 제고하고, 보건의료기관 스스로가 그 기관에 맞는 자체 평가 프로세스를 갖추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둘째, 기본 평가의 대상은 상대적으로 위험도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보건의료기관은 반드시 포함시켜 환자안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병원으로서의 고유한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미루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도 입원실 및 수술실, 인공신장실, 내시경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특수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다면 해당 의료행위의 위험내재성을 고려할 때 참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셋째, 기본 평가의 조사 항목이 보건의료기관으로서 반드시 갖추고 항상 유지해야 하는 사항이라면 수시에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일선 보건의료기관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비롯한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에 대한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평소에 평가제도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준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인력, 조사항목 및 방법의 문제, 인센티브 부재에 따른 기관장의 리더십 문제가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을 전제로 한다면 기본 평가는 수시에 이루어져 보건의료기관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전에 먼저 보건의료기관의 현황 자료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어 공유되어야 한다. 보건의료기관 현황 자료라 함은 인력, 시설, 장비등의 자료와 보건의료기관 및 담당자의 연락처 등을 말하며,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다른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현황과 차이가 있거나 누락된 내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기관 현황 파악 및 평가제도 관련 정보 전달과 자료 공유 등을 위해 현황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보건의료기관이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평가제도 마다 제출해야 했던 기초자료의 중복성 문제를 해결하여 보건의료기관의 행정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섯째, 평가 항목은 근거 중심적 이어야 한다.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평가제도는 도입 초기에 이미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된 국외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들을 벤치마킹하였다. 이는 향후 발생 가능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후발 주자로서 몇십년의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가 간 보건의료 관련 법률, 제도 및 정책 등 의료 현실의 차이가 반영되지 못한 점, 오랜 시간 보건의료기관 대상평가제도를 시행하면서 형성된 그 나라만의 의료 문화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은 근원적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국외 선진 사례를 참고하면서 우리나라만의 의료 현실과 문화가 반영된 평가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평가 항목의 구성은 평가제도의 목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의 목적이 결국 보건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사고를 줄임으로써 국민 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있는 만큼 평가항목의 우선순위는 환자안전사고의 빈도와 중요성에 따라야 정하여야 한다. 국가마다 환자안전사고 중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명 ‘중대한 사건(Serious Reportable Event, Never Event, Sentinel Evene)’의 분류와 레벨이 서로 다른 이유는 해당 국가의 개별 환자안전사고 발생 빈도와 위해 정도를 포함하는 위험도가 서로 다르고, 그동안 개선 노력을 통해 국민 안전에 위험성을 낮춘 환자안전사고의 경우는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여섯째, 평가 결과에 따라 보건의료기관에 직접적인 인센티브와 디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의료 질 관리는 그 자체만으로 보건의료기관의 생존과 관련되므로 평가결과에 따라 질 높은 보건의료기관이 살아남고 질 낮은 보건의료기관이 자연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생존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여기에 우수한 평가 결과를 받은 보건의료기관에 재정 지원이라는 추가 생존도구의 지급이라는 측면과 국가적으로는 우수 보건의료기관 양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우수 평가 결과에 대한 인센티브의 지급은 충분이 납득할 만하다. 또한 평가 항목 중에서 중요성이 특별히 인정되고 달성하기 쉽지는 않지만, 평가제도의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한 구조 또는 결과 항목에 대해서는 그 결과의 등급을 세분하여 가중치를 적용함으로써 인센티브를 달리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보건의료기관의 평가제도에 대한 동기 부여와 하향평준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중소병원이나 의원, 약국, 산후조리원 등 소규모의 보건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이러한 자체평가 시스템은 물론이고, 담당 인력을 갖추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의료 질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외부 평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의 보건의료기관 일수록 현장의 목소리와 평가목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점차 단계적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곱째, 전반적인 보건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보건의료기관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항을 평가하는 기본 평가의 수행 및 결과 관리, 그리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평가제도의 조사 항목개발과 연계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평가제도 수행 기관들 사이의 결과 및 정보 공유 등 협력체계 구축과 운영을 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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