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자안전사고시 인증취소한다는 의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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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환자안전사고시 인증취소한다는 의료법 개정안
  • 병원신문
  • 승인 2018.02.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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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의료진 형사처벌은 막아야
▲ 김선욱 변호사
최근 중환자실 신생아 사고 등으로 병원 내 환자 안전에 대한 의구심 어린 여론이 만연되어 있다.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병원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매우 높다. 고 신해철씨 사망사고 때도 그랬지만, 시류에 따른 의료현안에 대한 입법안 제출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춘숙 국회의원은 2018. 2. 8. ‘환자안전사고 발생한 병원 의료기관 인증 취소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공개했고 그 무렵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하였다.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2010년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의료법 제58조에 등장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인증을 위한 평가는 절대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원칙적으로 4년간 인증을 표시할 수 있다. 인증기준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환자의 권리와 안전이다(의료법 제58조의 3 제1항 제1호). 허위로 인증을 받거나 개설허가가 취소되는 경우에는 당연 인증 취소가 되고 인증의 전제나 근거가 되는 중대한 사실이 변경되는 경우는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위 국회의원의 입법안의 취지는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연속적인 사망 등 심각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인증의 유효기간까지는 계속해서 인증 의료기관으로 인정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여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환자안전법에 따른 환자 안전사고 발생시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입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환자안전사고’라는 개념의 이해에 있어서 오류가 있었다. 환자안전사고는 ‘가치중립적’ 개념이다. 위 입법안이 연결하고 있는 환자안전법은 밝혀지지 아니한 약의 부작용이나 병원 의료진의 고의과실이 명백하지 아니하지만 예상치 않은 악결과가 발생한 결과론적 문제를 파악하여 대비하고자 하는 법이다. 입법안이 제시하는 환자안전법 제2조 제1호상의 환자안전사고라 함은 ‘사망·질환 또는 장해 등 환자의 생명·신체·정신에 대한 손상 또는 부작용을 말한다(환자안전법 시행규칙 제2조).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의 귀책사유가 전제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다.

둘째, 입법의도와 법안 성안에 있어서 불일치이다. 입법의도는 귀책사유가 있는 병원에 대한 인증취소라는 행정적 불이익 제공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통해 입법의도를 밝힌 바와는 달리, ‘연속적인 사망’이 아닌 단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인증취소가 될 수 있게 규정이 고안 되어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단순한 환자의 사망에 대해서도 인증취소가 가능할 수 있게 된다.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으며 사회통념상 의료사고가 아닌 이상 정상적인 일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안전법이나 위 의료법 개정안은 규정의 문리적 해석으로는 명확한 과실을 전제로 하는 의료사고가 개입된 환자의 사망을 대상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입법안은 보도자료 내용과는 달리 무엇인가 문제가 의심되는 표현인‘연속적인’환자안전사고라고 규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물론 법 개정 과정에서 ‘연속적인 환자 안전사고’라고 규정이 수정되거나 추가 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연속적인’이라는 추상적인 문구의 해석은 매우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 법규가 가져야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셋째, 현행법의 해석에 의하여도 추가적인 입법 개정의 필요 없이 인증취소가 가능하다. 인증 조건에 해당되는 환자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허위 자료제공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당해 인증을 필요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 또한 당초 인증 기준에는 맞았으나 인증을 받고 난 이후 환자안전에 관한 시스템이 변경되었고 이를 통해 환자 안전 문제가 소홀이 되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재량에 따라 취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위 입법안의 내용도 역시 취소할 수 있는 경우(재량적 취소)에 불과하여 현행 법 규정에서 나열하고 있는 재량적 취소 규정의 내용과 실제에 있어서 무엇이 다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행정청인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 행사 여지를 너무 좁혀버린 것이어서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의료법에 따른 인증제도는 여러 제도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의료법상 상급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은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수련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병원은 공공적 서비스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는 특성상 선의성에 기인한다. 일부러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물론 시스템적인 오류나 무관심 또는 소홀에 의하여 환자 안전이 위협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사전에 인증제도를 두어 평가의 단계에서 걸러 내거가 개선시킬 수 있다.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우연한 악재가 겹쳤다는 이유로 인증을 받은 병원을 취소를 하게 되면 당해 병원은 사실상 폐업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수많은 다른 환자나 직원 또는 수련의사들의 장래적 안전은 과거의 우연한 사고 때문에 철저히 희생되어야 한다. 입법은 반드시 추구되는 가치 이외에 그로 인해 희생되는 가치 또한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법은 균형성이 있게 고안되어야 한다.

포퓰리즘적 법안은 사이다처럼 감각적으로는 시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법이 악용되어 발생하는 부작용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계와 일자리를 희생시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연속적’으로 환자가 사망하지 아니하는 병원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병원은 연속적으로 사람이 태어나고 연속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할 수 있다. 실수에 대하여 우리 사법체계는 여러 보상이나 배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실수의 근원은 시스템의 문제이고 잘못된 구조는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 보다는 병원자체를 분풀이로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매우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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