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법인과 공익법인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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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법인과 공익법인은 다르다
  • 병원신문
  • 승인 2018.02.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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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의사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게 의료법에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즉 의료법인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1973년 2월 개정된 의료법에 처음으로 의료법인제도가 규정됐지만, 어떤 이유로 어디서 유래됐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당시 턱없이 부족했던 공공의료를 보충하기 위해 일본에서 차용해 온 제도라는 정도로 짐작된다.

의료법인은 공공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지금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천845개중 1천106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주요 의료공급원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병원급 의료기관 10곳중 3곳이 의료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부족한 공공의료의 보충재 성격으로 도입됐기때문에 의료법인의 법적인 지위가 애매한게 사실이다. 공익법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8조에 의해 지방세를 일부 감면받는 정도의 대접만 받고 있을 뿐이다. 공익법인으로 인정하지 못하지만, 공공성만큼은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참고로 ‘의료법인은 병원의 설치운영을 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보건의료에 관한 연구 개발 등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일뿐이고, 공익법인법 제2조가 정한 공익법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2012년 4월13일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의료법인은 이같은 신분 때문에 설립허가나 허가취소 요건, 부대사업 범위만 의료법에 규정돼 있고 나머지는 민법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여기서 논란이 생겼다. 보건복지부가 민법을 보완해 의료법인 임원의 결격사유나 이사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이른바 특수관계인 등의 범위에 대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아예 의료법에 직접 규정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률 유보의 원칙 및 규제 법정주의’를 내세워 입법방향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공익법인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에 ‘공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자는게 과연 타당한지는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익법인과 동일하게 이사회 구성에서 특수관계인의 비중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쉬울때 실컷 부려먹고 이제 필요없으니 버리겠다는 심산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의료법인을 겨냥한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민주당 일각에서 끊임없이 주장해 온 300 병상 이하 병원 시장퇴출론이나 의료법인을 사무장병원으로 오해하는 일부의 삐뚫어진 시각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나름 소명의식을 가지고 공공의료의 구멍을 메워온 의료법인들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의 구상에 따라 의료시장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칫 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도록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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