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간 상생구조 속 동반 발전 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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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간 상생구조 속 동반 발전 방안 모색해야
  • 병원신문
  • 승인 2017.09.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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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의료 일원화 선결과제
의약품 선택권 둘러싼 의·약사 '성분명 처방' 논란

새 정부 들어 이해관계집단의 집단이기주의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서 쓴맛을 보았던 한의계가 의료법 개정을 통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다시 시도하는가 하면 약사회는 세계약사연맹 서울총회를 계기로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확대 공론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단 한의계나 약사회뿐만 아니라 의약품유통업계도 의약품도매업체 지분의 49%까지 투자가 허용된 약사법을 아예 1%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의약품 유통시장의 헤게머니를 쥐겠다는 발상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이해관계집단들의 해묵은 쟁점현안을 둘러싼 찔러보기식 행보는 정권초기 정책방향의 불확실성속에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유리하게 전개해보려는 치밀한 셈법이 숨어 있다.

의료계와 충돌을 빚어 법원에서 ‘허용불가’로 결론지어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문제는 의료법 개정 추진으로 다시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2012년 11월29일 엑스선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한 한의사에 대한 대구지방검찰청의 기소유예 처분후 한달반간의 한의사면허자격 정지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이에 불복한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한 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된 것이 사건내용의 개요다. 쉽게 풀이하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허용범위를 규정한 의료법 제2조와 제5조, 제27조, 제87조를 근거로 법원이 이 사건을 면허허용 범위를 벗어난 진료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의사를 밝힌 정부의 움직임에 고무된 한의계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두차례나 국회를 통한 의료법 개정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개정안이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어 법제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법에서 양한방의 면허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한 이원화 체계에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현행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논의하자면 의료일원화 논란을 끝낸후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성분명처방 의무화 주장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이후 끊임없이 약사회에 의해 제기된 단골메뉴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4 국민보건계정’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약제비는 21조7천여억원.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의 6조1,694억원에 비하면 3.5배 증가한 규모다. 이중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 이를 복제한 제네릭의약품은 2012년을 기준으로 총 의약품 판매액의 41% 남짓 차지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가치에 차이가 없다는 측면에서 ‘동일성분 동일가’ 원칙이 적용되지만, 첫 번째 제네릭 의약품이 등재된 후 1년동안은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상한금액의 59.1% 이하로 상한가를 정하고 1년동안 3개 이상의 제네릭 의약품이 등재된 후에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모두 53.55%로 가격을 인하하도록 가격구조를 설계돼 있다.

특허만료 일정시간을 사이에 두고 약값에 차이를 두다가 종국에는 ‘동일성분 동일가’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기간이 끝난 의약품은 제네릭 제품이 봇물터지듯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성분 하나에 엇비슷한 가격대의 수십종의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좁은 시장에서 같은 성분의 많은 제품들이 경쟁하다 보니 제품당 매출규모가 크지 않아 비용부담이 큰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하지 않은 제품이 많다. 우리나라는 생동성시험을 거친 제품에 한해 의사의 사전동의없이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조제장려금을 내걸고 있어도 대체조제는 극히 드물다. 2015년을 기준으로 대체조제 비중은 0.12%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약사들이 의약품의 선택권을 확보하려면 성분명처방으로 가는 길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품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이 모두 가능하다. 우리나라 약가등재방식이 임상적, 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약품을 위주로 선택하는 선별등재방식이고, ‘동일성분 동일가’라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동성시험을 거쳤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성분명처방을 의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약사의 자율적인 대체조제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일반명처방을 권장하고는 있으나 일반명 혹은 상품명 처방에 대한 선택권은 의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독일도 의사가 의학적 이유 등으로 대체조제를 금기할 수 있는 등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무분별한 약사의 대체조제를 규제하고 있는 편이다.

의료기관이 의약품도매업체의 지분을 아예 못갖게 하겠다는 약사법 개정안은 초법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공정거래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해운업법 시행령,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같은 유사입법사례에서도 발행 주식의 30%미만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다른 법과의 형평성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또한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영업의 자유와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거래에 있어서의 계약 자유의 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전문위원실의 의견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약사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이나 해운법 등에서도 ‘사실상 지배’에 대한 정의를 두고 있으나 단순·소량 주식 또는 지분보유만으로 사실상의 지배를 인정하는 사례를 확인하기 어려운 바, 타 입법례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이 특정 의약품 도매업체로 하여금 독점적 거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경우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게 복지부의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기준상 주식소유비율이 50% 이상인 경우 지배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사법 개정안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의약품도매업체를 운영할 수 없도록 하거나 의약품 도매업체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등이 지분관계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의약품 도매업체를 지배하는 여지를 남겨두지 말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의약품 도매업체 지분구조보다는 의약품유통업계 자체에서 개선해야할 여지가 더 많다. 우리나라에는 2,000곳이 넘는 의약품도매업체가 있다. 이중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도매업체는 전체의 약 2.6%. 반면 이들 도매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을 기준으로 할때 52.3%에 달한다. 불과 50곳 남짓한 도매업체가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나 도매마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은 의료기관의 지분투자한 도매업체와의 거래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전면급여화를 추구하는 문재인케어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갈등에 쌓인 혼란속에 잇속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간 상생구조속에 동반발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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