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응급실, 세브란스에선 이제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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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 응급실, 세브란스에선 이제 옛말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9.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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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감염 예방과 고질적 과밀화 해소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확장 개소
우리나라에 응급의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한 세브란스병원이 9월12일 한층 업그레이드된 응급진료센터를 선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우리라운지에서 증축 봉헌식을 가진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기존 1,520㎡(약 460평)에서 3,300㎡(약 1천평)으로 220% 확장된 전용면적을 보유했으며, 더욱 강화된 감염방지 대책과 과밀화 해소 시스템을 갖췄다.

홍정용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이날 봉헌식에서 축사를 통해 “응급의료센터는 병원 운영에 큰 부담을 주는 진료분야”라면서 “적정수가에 미치지 못하는 진료환경 아래에서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이어 “경영이 어렵다고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이 이처럼 큰 투자를 결심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은 결정이 정책 당국의 인식 개선과 국민의 신뢰를 얻으리라 확신한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축사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아닌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자격을 가진 세브란스병원 응급의료센터가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 더 많은 투자와 시설, 인력, 시스템을 갖췄다”며 “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백광제 대한응급의학회장은 “세브란스 응급의료센터의 증축은 단순한 공간 확대가 아니라 대량환자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철저하게 환자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반영됐다”며 “세브란스 응급의료센터 증축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발전에 주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응급진료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인철 소장은 이날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1년 동안의 치밀한 사전 검토와 구상에 이은 11개월간의 단계적 공사를 통해 진정한 환자 및 보호자 중심의 전문 응급진료 공간으로 거듭났다”며 “제중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33년간 이어온 ‘감염환자의 철저한 관리’라는 전통을 계승하고, 보다 수월한 응급진료 시스템을 가동해 과밀화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응급진료센터 확장공사의 두 가지 핵심과제였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철저한 원내 감염 예방책 구현은 이미 모체가 되는 제중원 시절부터 확립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 초대원장을 역임한 알렌 박사는 원내에 전염병실과 격리병동을 설치해 전염병을 가진 환자로부터 일반 환자가 감염피해를 입지 않도록 진료공간을 분할해 운영했다.

▲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내부 모습. 내부구조는 응급의료진 상주구역이 동서남북 ‘ㅁ’자 형태로 배치된 가운데 그 바깥에 환자진료구역과 처치실 등이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배치를 통해 입실한 응급환자에 대한 항시적인 관찰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사진에서처럼 의료진이 위치한 곳곳에 입원치료 중인 응급환자의 검사진행 정도와 입원결정 사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료진 전용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빠른 환자진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33년 동안 원내 감염환자 관리라는 전통을 이어왔으며, 이번 응급진료센터 확장공사에서도 핵심 고려사항으로 반영했다.

새로운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의 감염예방 노력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드는 출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3개 주출입구(도보 거동 환자용, 구급차 이동 환자용, 발열 또는 감염환자용)에는 혹시 모를 발열환자 출입을 감시하는 시스템과 외부의 오염원이 실내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음압공조 시스템이 설치됐다. 폐쇄회로 카메라(CCTV)와 발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문 개폐장치와 연동시킴으로써 발열환자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도보를 이용한 환자 출입구역엔 2중 차단 출입문을 설치했다. 열감지 시스템으로 감염의심 환자를 발견했을 경우 진료공간으로 진입하는 출입문이 자동 폐쇄돼 원천 봉쇄되는 구조다. 즉시 응급진료센터 안내요원이 출입문에 다가가 감염의심 환자에게 해외여행 경험 유무 등 감염징후 사안을 문의하고 감염의심 환자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별도의 발열 또는 감염환자용 출입구로 유도한다.

응급진료센터 내부의 진료 및 처치 공간은 감염환자에 의한 감염매개물질이 외부로 확산되지 않는 공조시스템을 갖췄다. 기존에 천장에서 이뤄지던 양압 공조시스템은 감염매개물질이 동일 구역 내에 쉽게 퍼질 가능성이 있었다. 새로운 공조시스템은 천장에서 벽을 따라 직하향하는 선형(linear) 내부 순환 공조 방식이어서 감염예방 효과가 우수하다.

진료 및 처치 공간에 설치된 격벽 차단 시설도 대량 감염사태 발생 시 감염환자 공간과 일반환자 공간을 완벽히 분리함으로써 감염예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주선 화재나 선박 침수 시 격벽이 가동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처럼 응급진료센터 구역 곳곳을 탄력적으로 폐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확장된 응급진료센터 공간에 맞춰 환자들이 치료 받는 침상 사이의 간격도 충분한 여유를 둬 감염을 예방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1인실 침상 사이를 2.5m, 2인실 침상 사이는 5m로 유격을 둠으로써 국가 권고 규정인 침상 간 1.5m를 훌쩍 넘어섰다.

▲ 많은 응급환자와 보호자들로 혼잡할 수 있는 접수대기공간을 크게 넓힌 모습. 내원 환자는 간단한 접수 후 바로 인접한 진찰실에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나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응급진료센터는 불의의 사고와 뜻하지 않은 질병을 겪는 환자가 찾아오는 의료공간이기에 예약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외래 진료공간에 비해 혼잡도가 극심하다. 또 응급진료센터를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스스로를 가장 먼저 치료 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을 갖는다. 특히 오는 12월3일부터 응급진료센터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환자 비율을 5% 미만으로 유지해야하는 법령도 시행된다.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종합적인 과밀화 해소 대책을 내놓았다.

신속한 진료흐름 확보를 위한 첫 걸음이 전문간호사가 실시하는 내원 환자분류(트리아제, triage) 제도다. 2곳으로 증설된 환자분류 접수대에서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 : 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를 준수해 응급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1등급(최고 응급 중환)에서부터 5등급으로 평가한다.

환자분류 제도를 통해 1~3등급으로 판정 받은 중증환자는 연령에 따라 모두 52병상으로 구성된 성인응급구역과 소아응급구역으로 나눠 분산된다.

블루존(Blue Zone)인 성인중환구역은 또다시 A·B·C 세 구역으로 나뉜다. 모두 격벽이 설치돼 감염예방이 기본적으로 이뤄진다.

중증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A구역에는 1인용 침상이 16개 배치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1인용 침상 수를 확보해 초응급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 2인실로 구성된 B구역은 공간을 넓게 배치해 쾌적한 치료환경 속에서 환자들이 머물 수 있도록 조성했다. C구역은 침상에 눕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중증환자들의 치료 공간이다. 환자들은 항공기 1등석처럼 개인모니터가 설치 된 안락한 의자에 앉아 수액치료를 받는다.

핑크존(Pink Zone)인 소아중환구역엔 격리실을 포함해 도합 8개의 침상이 마련됐다. 소아 응급환자들은 중환보다 경환 비율이 높아 치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간 확보가 우선 고려됐다. 대신 환아와 보호자가 함께 앉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총 20세트의 치료유닛을 설치해 동시에 4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기존 소아중환구역보다 70% 확장된 공간을 자랑한다.

오렌지존(Orange Zone)은 내부의 중환공간까지 들어와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의 공간이다. 수액치료가 필요 없으며 앉아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오렌지존에는 접수 및 대기공간도 포함된다.

감염성 질환 의심환자를 위한 특수구역에는 국가기준에 부합하는 음압병실 2병상이 마련됐으며 모두 전실을 갖췄다. 응급진료센터 중환구역에서도 별도의 격실구조를 갖춰 원내 감염을 원천 봉쇄한다.

이러한 환자 치료 공간의 분리는 환자들에게 프라이버시와 안전성 및 편의성을 제공해 환경심리행태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의료진은 방사형 평면공간에서 근무하면서 환자 관찰을 위한 시야확보가 용이하며, 치료를 위한 동선이 짧아지는 이점을 갖는다.

새로 단장된 응급진료센터에는 전용 병동도 마련돼 과밀화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25개 병상이 지상 2층에 자리 잡았으며 환자의 동의를 얻어 최대 48시간까지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진단을 위한 응급진료센터 자체 검사장비 확충에도 노력했다. 기존 CT촬영실에 더해 ANGIO 촬영실을 내부에 확보함으로써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처럼 초응급 상황을 맞이한 응급환자 대상 진료 수월성을 갖게 됐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4단계로 구분된 전자 현황판을 통해 예정된 진료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전자현황판은 의료진이 환자의 검사와 진료 단계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5명의 간호 인력이 24시간 활동하게 될 전원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는 타 의료기관에서부터의 이송을 조정하고 원내 각 임상과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신속한 진료흐름이 이어지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또 2008년 설립돼 24시간 상주하면서 중증 외상 질환자들의 진단 및 치료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환자외상외과와의 긴밀한 업무연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박인철 소장은 “확장에 의한 업그레이드 효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해 향후 효율적 관리와 체계적인 응급환자 관리가 이뤄지는 컨트롤타워로 육성시킬 계획”이라며 “지역 내 소방서 소속 구급요원들의 정기교육도 강화해 진정한 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100%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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