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지불제도 개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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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개선, 지불제도 개편부터
  • 병원신문
  • 승인 2017.08.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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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정보 교류, 의료인간 상호신뢰 바탕돼야
▲ 이종철 상근고문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사업의 목적으로 2017년도 진료정보교류 지원체계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7월11일 밝혔다.

“ICT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사업”은 최신 ICT를 공공분야에 접목해 각종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 국민에게 보다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의료서비스 이용 시 의료기관을 옮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동안 환자는 의료기관을 옮길 때마다 진료기록 (검사결과, CT. MRI 등 영상 자료)을 CD 등에 복사해서 새로이 방문하는 의료기관에 직접 전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의료진은 환자가 이전 의료기관에서 어떤 검사와 치료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는 의료법 제21조 3항에 근거하여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진료기록 등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료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한 의료정보화로 인해 정보시스템 간의 상호 연동과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또한 환자 정보유출 우려도 있어 지금까지 전 의료기관의 1% 정도만이 전자적인 방식으로 정보교류를 시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사본 발급이나 CD 복사와 같은 방법으로 환자가 진료기록을 직접 전달해야 하는 불편과 중복 촬영 및 중복 검사 등의 과잉진료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적절한 처치가 적기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문제 등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지난달에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었다니 너무 늦은 감은 있으나 의료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의료진 간 진료정보 교류는 의료사고를 줄이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진료정보 교류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의료인 간의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진료정보의 교류는 의료전달체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분야 공약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다.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일차 의료기관을 확실한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키우고, 제 역할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소병원에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대형병원은 연구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큰 그림이다.

그 첫 단추는 특별법을 제정해 일차 의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차 의료 기관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들고, 더불어 정부 내 일차 의료 전담조직을 신설한다고 한다. 일차 의료를 위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체계도 강화될 전망이다.

동네 병, 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하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줄여 주거나, 일차 의료 기관의 야간, 공휴일 진료 가산 비용의 확대 등이 그 예이다.

의원-병원 간 환자 의료-회송 강화 및 외래 다빈도 질환을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의원, 병원, 대형병원 간의 무한경쟁과 진료 왜곡 현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신규 진입 제한과 퇴로 확보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추가적인 중소병원의 설립은 제한하면서 기존 중소병원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도록 돕거나 반대로 시장 퇴장을 원하는 경우 적절한 통로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의협은 이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의료진 간 진료정보의 공유가 그동안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ICT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본다.

그보다는 의료전달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ICT 기술을 쓴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지불제도 및 인센티브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큰 그림의 구현에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의료기관간 진료정보 교류를 통해서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영상검사 등 중복검사를 줄임으로써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정보 교류는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진료의 연속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현재도 우리 의료계엔 의료전달체계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왜 있는 듯, 없는 듯, 할까? 이 문제의 확실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 이슈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의료진 간의 진료정보 공유와 더불어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는 수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은 결국 행위별 수가제 하의 저부담, 저수가 구조가 그 근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병원과 의원은 박리다매 식의 진료를 하면서 환자 유치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환자를 의뢰한다는 것은 바로 환자를 다른 병원, 의원에 뺏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불제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의료정보 공유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병원에 대해서는 중증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적정화하고, 의원에 대해서는 외래 진료에 대한 수가를 적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병원은 중증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를, 의원은 경증 외래환자에 대해 진료를 하는 것을 유도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실제의 임상으로 바꿔보면 영상검사 등 검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사의 진료시간에 대한 보상이 더 큰 비중을 가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체계에서 최소한 3차 진료기관에서라도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쓰는 시간에 따라 진료비를 책정함으로써 중증환자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요하다면 시범사업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의 저수가-저부담의 기조에서 '적정부담-적정수가'로의 패러다임 전환 및 정책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환자 의뢰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진료정보 공유와 관련해서는 ICT 기술 뿐만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의료용어 표준화와 정보전달 프로토콜의 표준화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새로운 근간을 만들고자 하는 새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과거처럼 의료인을, 의료계를 옥죄는 방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도움말 가톨릭의대 권영대 교수, 성균관의대 박재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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