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40% 이상 음주 상태에서 상습적 가족 학대
존속살해는 이유와 원인을 떠나 패륜 범죄라는 이름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국민적 공분을 사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난에 가려진 음주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술로 인해 알코올 중독에 빠진 당사자는 물론 그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마저 범죄자나 피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존속살해 범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음주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을 살펴보면 가정불화(49.3%)와 정신질환(34.1%)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에 대한 가정 내 폭력과 폭언이 그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존속살해 발생 요인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 가해자의 83.9%는 부모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은 44.4%로 절반에 가까웠다. 알코올 중독은 8.5%, 우울증은 6.4%로 다른 유형의 범죄자에 비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 원장은 “상습적으로 가족구성원을 폭행하는 것과 음주여부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실제로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존속살해 피해자의 40% 이상이 음주상태에서 상습적으로 가해자나 가족구성원들에게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로 누적된 분노와 적개심이 한순간 극단적인 공격성을 띄면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사건으로 지난 7월 구속된 최 씨 형제 역시 비슷한 경우다.
알코올 중독으로 이미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는 형제의 아버지(61세)는 평소 술을 마시면 행패를 부렸으며 사건 당일에도 술을 달라고 둔기로 위협하는 과정에서 큰아들이 격분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3일에는 서울 강북구에서 30년간 술에 취한 아버지(63)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아들 안 모 씨(33세)가 존속살해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사건 당일 만취한 상태에서 어머니 최 모 씨(60세)를 폭행하던 아버지를 말리다 화를 참지 못하고 부엌에서 과도를 들고 와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석산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인륜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피해가 심각한 병”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치료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