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20 30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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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20 30 40"
  • 윤종원
  • 승인 2004.10.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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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라 일상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의 내용은 달라진다. 그러나 어떤 나이든 생을 살아가며 부딪히는 고민은 늘 존재한다.

홍콩과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 "20 30 40"은 제목 그대로 20대, 30대, 40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대엔 자신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30대의 여자는 내게 과연 진정한 사랑이 올까 걱정한다.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40대의 여자는 남편의 외도와 뒤이어진 이혼, 훌쩍 커버린 딸의 부재로 절대 고독으로 몸부림친다.

이야기는 세 여자의 일상이 교차 편집돼 흘러간다. 30대의 시앙(르네 리우·劉若英)은 엄마의 강요로 8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는 엄마의 의도가 이후 딸의 인생을 옭아맨다. "언제든 남자가 떠날 수 있으므로 혼자서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서 그 엄마의 삶 역시 녹록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시앙은 빼어난 미모와 스튜어디스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지만 남자를 만났을 때 떠날 것을 먼저 걱정하는 여자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남자를 늘 먼저 차버리려고 안달한다.

20대의 샤오지에(리신제·李心潔). 가수를 꿈꾸며 말레이시아에서 대만으로 도망쳐왔다. 낡은 호텔방에서 그와 함께 듀엣을 이룰 통과 함께 꿈과 희망에 가득찬 나날을 보낸다. 10대의 맑고 순수한 감성을 아직도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은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둘은 동성 친구 이상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통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갈등이 생긴다. 여기에 그들을 발굴한 작곡가는 앨범 녹음은커녕 노래 한번 제대로 불러 보게 하는 능력이 없다.

"러브 홈 플라워"라는 꽃집을 운영하는 40대의 릴리(실비아 창·張艾嘉)는 직원 대신 배달을 나갔다 아이까지 낳고 두 집 살림을 차린 남편과 맞닥뜨린다. "러브 홈"은 산산조각난다. 이혼을 했지만 12살짜리 딸은 엄마보다 친구와 지내는 게 더 좋은 나이가 됐다.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신문을 읽어주다 간혹 가슴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트클럽에도 가보고, 육체적 외로움에 지쳐 테니스 강사와 사귀어 보기도 하지만 허탈함은 감출 수 없다. 어느날 중학교 동창인 제리(토니 륭·梁家輝)가 나타나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지만, 그에겐 젊고 예쁜 애인이 있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외로움이 릴리를 사로잡는다.

이렇듯 영화는 세 여자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세 여자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놓치지 않는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명암의 대비가 분명한 영상의 색조, 불안함을 극대화 시킨 클로즈업 등을 통해 관객은 한발 물러서 이들의 삶을 지켜보게 된다.

영화가 제시하는 결론은 해피 엔딩이다. 세 여자 모두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모습이 짧게 비춰진다. 내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갑작스런 건강하고 행복한 결말에 어리둥절해질 정도다.

릴리 역으로 등장한 실비아 창이 감독까지 맡은 이 영화는 "해피 엔딩"에 너무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준다.

8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한때 브리짓 린(林靑霞)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였던 실비아 창과 "더블 비전"으로 인기를 모았으며 가수로도 활약중인 르네 리우, 호러영화 "디 아이"로 한국 관객에게도 얼굴을 알린 리신제의 호연이 어우러져 안정감은 있다.

91년작 "연인"에서 10대 소녀와 사랑에 빠진 중국인 부호를 열연했던 토니 륭도반갑고, "무간도"에서 경찰국장으로 등장했던 앤서니 웡(黃秋生)이 긴 머리의 히피스타일의 작곡가로 등장해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래 이 영화는 세 여배우의 노래가 담긴 음반으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각자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각기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자고 했다가 아예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덤 하나. 릴리가 고독에 몸부림치며 드라마와 아이스크림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한국어가 들린다.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며 릴리가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는 것. "한류열풍"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장면이다.

상영시간 113분.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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