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고3, 음주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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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고3, 음주로 '휘청'
  • 박현 기자
  • 승인 2014.11.1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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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방감, 허탈감이 과음·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난 11월13일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끝났다. 수능시험이 끝난 일부 고3 학생들이 과도한 음주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고3 학생의 음주율의 경우 남학생 37%, 여학생 21.9%가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청소년의 음주율 16.7%(남학생 20.5%, 여학생 12.6%)에 비해 높은 수치다.

청소년 음주는 음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경찰, 학교, 지자체 등에서 단속이나 선도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특히 고교생과 대학생 선후배로 구성된 각종 동아리 모임을 통한 음주 행위는 제재 자체가 어렵다. 주류 구입이 용이한 대학생 선배들과 주말을 이용, 근교 휴양지로 빠져 나가 남의 눈치 없이 손쉽게 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후 음주는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청소년 음주문제 중에서도 수능 후의 음주가 위험한 이유는 수능이라는 목표 성취, 해방감, 보상 심리 때문이다. 입시에 억눌렸던 고교 시절에서 벗어나 해방감에 들뜨거나 혹은 입시 실패로 인한 허탈감에 빠지는 등 그간의 수능 스트레스를 과음이나 폭음으로 풀 수 있다.

또래가 함께 하다 보니 '다함께 마시니까 괜찮겠지'라는 집단 심리가 작용해 절제하지 못하고 본인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술로 인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게 되면 본인의 의지대로 술을 조절할 수 없어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전체적으로 청소년의 음주율이 소폭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수능 후의 음주 행태는 조금 다른 얘기”라며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청소년들에게 음주행위는 일종의 유희이자 보상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식도염까지 발생할 수 있어

음주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적정 주량을 모르고 급하게 마시다가 급성질환에 걸리거나 자칫 잘못하다간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먹고 구토를 하게 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구토를 억지로 유도하면 좁은 식도에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토하게 되면서 식도 하부가 찢어질 수도 있고 심하면 기도 폐쇄까지 발생한다.

단기간 동안의 과음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알코올 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폭음을 하면 중추신경과 호흡중추가 마비돼 급성 알코올 중독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하면 혼수상태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김석산 원장은 “신체적인 문제도 크지만 학생들의 경우 술로 인해 자제력이 약해져 충동적인 행동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음주 후 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력이나 사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수능을 마친 고3 남학생이 설 연휴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이를 말리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능 끝난 고3을 위한 음주교육 필요

수능 후의 음주경험이 평생의 음주습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경우 모두 이른 나이에 알코올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기에 접한 알코올이 향후 성인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

사람의 뇌 안에는 동기를 만들어 내는 '대뇌 보상회로'라는 장치가 있다. 이곳을 자극하면 쾌감이나 기쁨이 만들어져 어떠한 행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동기가 형성되는데 알코올 역시 마찬가지다. 알코올을 통해 쾌감이나 기쁨을 느끼게 되면 다시 계속 찾게 돼 반복적인 음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김석산 원장은 "수능 후의 음주는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동기가 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뇌 보상회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며 ”이는 향후 술에 대한 갈망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음주는 가까운 어른, 선배 등으로부터 학습된 경우가 많다. 고3 학생들을 위한 건전한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히 청소년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바른 음주 문화를 위한 교육 등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민간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대체 문화 개발이 시급하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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