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임팩트 실험으로 무엇을 얻나
2005-07-04 윤종원
미 동부시간 새벽 1시52분(한국시간 오후 2시52분) NASA의 우주 탐사선 딥 임팩트호는 지구에서 약1억3천만㎞ 떨어진 곳을 지나는 혜성 템펠 1의 중심부를 향해 무게 372㎏에 식기세척기 크기의 충돌체를 발사한 뒤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관측한다.
시속 3만7천100㎞의 속도로 돌진하는 충돌체의 파괴 위력은 4.5t의 TNT 폭발 위력과 맞먹으며, 혜성이 받는 충격을 비유하자면 보잉 767 항공기가 모기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것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계기로 태양계가 탄생한 46억년전 당시의 상황과 당시 존재했던 물질들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억3천300만 달러가 소요되는 인류 최초의 이 혜성 충돌 실험은 태양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이상한 현상들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벗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혜성에 관한 인간의 지식은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재앙을 가져오는 불길한 존재라는 미신 차원에 머물렀으나 근래에 과학자들은 우주망원경과 근접비행을 통해 혜성에 관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혜성은 우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자 지구에 떨어지면서 물과 유기물 복합체를 만들어 내 생명의 기원을 제공한 존재로 추측되기도 한다.
지난 85년 촬영된 혜성 사진들은 이상한 모양의 핵과 기괴한 표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와일드 2"라는 혜성은 길이가 5㎞ 밖에 안 되는데도 150m 깊이의 구덩이들과 90m가 넘는 높이의 융기들, 그리고 미니 평원들이 모여있다.
혜성과 소행성 등 지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구근접천체(NEO)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번 실험으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들은 아직도 일부 혜성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있지 못하며 핵은 얼음과 바위로 구성돼 있고 화학적 구성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혜성이 내뿜는 먼지와 가스로 구성된 꼬리 부분에서 나온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먼지와 가스는 혜성이 태양계 주변부에서 태양 궤도를 도는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기를 거듭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이에 따라 학자들이 만든 혜성모델도 각양각색이다.
딥 임팩트가 발사하는 충돌체는 지질학자가 사용하는 진단용 망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학자들도 이번 충돌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충돌실험 전문가인 브라운대학의 피터 슐츠 교수는 이번 실험을 앞두고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 모델에서 나온 각종 물질이 가득 찬 빨래통 모양의 통에 조약돌 크기의 발사체를 충돌시키는 일을 해 왔다.
`폭파 도사"란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NASA의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수직 가스총을 이용해 딥 임팩트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축적했지만 누적된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엇갈린다.
어떤 이는 맨해튼 절반 크기 정도인 템펠 1에 생길 구덩이가 축구경기장만할 것으로 추정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집채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슐츠 교수는 "자연은 우리에게 커브 볼을 던진다"는 말로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을 예고하고있다.
혜성과 충돌체, 우주선 본체 등 세 개의 물체가 모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실험은 고속으로 발사된 하나의 총탄이 두 번째 총탄을 발사해 세 번째 총탄을 맞히는 정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며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게 되지만 구덩이가 패이는 시간은 대략 5분 정도로 예상된다.
이 상황은 본체에 실린 두 대의 망원경이 촬영하고 분광기가 분석하게 되며 충돌체에도 카메라가 부착돼 있어 근접 촬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이번 충돌로 생기는 구덩이의 크기나 모양, 구조, 그리고 충돌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들은 장시간의 분석을 거쳐 혜성 핵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내부 물질이 모래처럼 고운지 아니면 보다 큰 잡석 부스러기가 느슨하게 모여있는 것인지 등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