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염, 단일통로 복강경수술로 말끔하게 치료

2013-05-09     박현 기자

소일거리로 건물 관리인 일을 하고 있는 배 모 할아버지(73세)는 일주일 전부터 배가 아팠지만 별것 아니겠지 하며 진통제를 먹고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는 않고 식은땀에 구토 증세까지 나타나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병원을 찾았다.

배 모 할아버지는 복부 CT검사 결과 충수염이 심해져 천공이 되어 복강내 농양주머니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검사 후 바로 단일통로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했으며 충수돌기 개구부 및 맹장에도 염증이 심해 맹장 일부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만약 배 모 할아버지가 내원을 서둘렀다면 장 절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맹장은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는 회맹판 하방의 대장의 시작부위를 뜻하며 맹장의 아랫쪽으로 약 6~10cm 정도의 충수돌기가 붙어있는데 여기에 생긴 염증을 충수염이라고 한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알고 있는 이 질환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발생 가능한 흔한 질환이지만 발생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장을 절제하거나 혹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하다.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대개 충수 개구부의 폐쇄를 일으키는 상태가 지속됐을때 충수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는 주로 충수돌기 점막하에 위치하는 림프조직이 과대 증식해 개구부를 막아 충수염이 발생하며 성인은 변이 딱딱하게 굳어 생긴 분석(fecalith)이 충수돌기 개구부를 막는 현상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종양, 이물질 등에 의해서도 충수염이 올 수 있다.

충수돌기의 위치에 따라 충수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오른쪽 하복부의 통증이 가장 전형적이다. 우측 옆구리 통증, 치골 상부의 통증, 배변 후 변을 보고 싶은 이급후증을 보이기도 한다.

초기에는 명치부위나 배 전체가 거북하고 메스꺼우며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또한 구토, 식욕부진, 드물게는 설사를 동반하기도 하고 열이 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의료기관 한솔병원 외과 정혁준 과장은 “충수염의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위장관염이나 소화불량 때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여서 쉽게 지나치기 쉽다”며 “차츰 시간이 경과할수록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심해지고 우하복부를 누를 때 압통이 있거나 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급성 충수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 충수염은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 또는 복부CT 등 여러 검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진단하게 된다. 충수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외 임신, 배란통, 골반염 및 난소질환 등과 감별이 필요하고 소아의 경우에는 급성 장간막 림프절염, 장 중첩증과 혼동될 수 있다.

그 외 성인에서는 게실염, 궤양천공, 급성 담낭염, 대장암 천공 등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우하복부에 5~7cm 정도의 피부절개를 하는 개복수술이 보편적이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배꼽에 구멍 하나만 뚫고 수술하는 단일통로 복강경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복강경수술이 복부에 3곳을 5mm 정도 절개해 수술하는 반면 단일통로 복강경수술은 배꼽을 1.5cm정도 절개하여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하나의 구멍으로 넣어 행하는 고난도의 수술법이라 할 수 있다.

정혁준 과장은 “단일통로 복강경수술은 배꼽에만 상처를 내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며 “장 유착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아 일반 복강경수술보다도 회복기간 및 입원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