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

2009-04-06     이경철
김지운 감독의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이 할리우드에서 완전히 다른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에서 아빠와 새엄마(아빠의 애인), 두 자매라는 관계의 세 꼭짓점은 그대로다. 그러나 "장화, 홍련"이 소녀의 내면에서 흔들리는 감정과 공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안나와 알렉스"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꿰맞춘다.

미묘한 분위기와 아릿한 정서로 공포와 함께 슬픔을 느끼게 했던 "장화, 홍련"과는 달리 "안나와 알렉스"는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소녀들의 활약상을 그린 10대 공포물처럼 되고 말았다.

공포와 불안에 가득 차 있던 연약한 두 자매는 아빠의 약혼녀를 의심해 뒷조사를 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등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내면의 공포가 만들어 낸 공포"라는 원작의 핵심 모티프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깊은 정서를 살리는 대신 반전의 도구로만 쉽게 사용했다. 여기저기 피가 흥건하고 귀신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놀라게 하다가 마지막 반전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만든 또 하나의 평범한 스릴러 영화로 돌아온 것이다.

병을 앓던 엄마가 화재로 숨지자 안나(에밀리 브라우닝)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엄마의 간병인이었던 레이첼(엘리자베스 뱅크스)이 아빠의 약혼녀가 돼 안나를 맞는다. 안나는 레이첼이 엄마의 흔적을 지우고 아빠와 집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반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불에 탄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레이첼을 가리키며 "살인자"라고 울부짖고, 남자친구는 화재가 나던 날의 일을 목격했다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레이첼이 나타나 가로막더니 결국 남자친구도 숨진 채 발견된다.

안나는 언니 알렉스(아리엘 케벨)와 함께 레이첼의 과거를 파헤친다. 영화는 결국 안나의 엄마가 어떻게 죽었고, 레이첼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힌다.

이 영화는 지난 1월30일 미국에서 "디 언인바이티드(The Uninvited)"라는 제목으로 개봉돼 개봉주에만 1천5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레이크 하우스"(시월애), "미러"(거울속으로), "마이 쎄시걸"(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다른 영화에 비하면 좋은 흥행 성적이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