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드래곤볼 에볼루션

2009-03-12     이경철
"드래곤볼 에볼루션"(감독 제임스 왕)은 일본 인기 만화 "드래곤볼"을 스크린에 옮긴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학창시절 기억 속에 고이 간직했던 원작 만화를 꺼내 들 필요는 없다. 기본 설정과 인물들만 빌려왔을 뿐 이 영화는 만화와 별 연관성이 없으며, 줄거리도 극히 단순하다.

가장 큰 맹점은 꽤 많은 분량의 원작이 있는데도 고작 85분의 상영시간을 흥미롭게 채울 만큼의 내용조차 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드래곤볼"을 원작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 즐거운 각색물로 만들려 했다기보다 쿵후, 가라테를 섞은 동양풍 액션물 한편을 만들기 위한 원안 정도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 손오공(저스틴 채트윈)은 할아버지로부터 생일 선물로 드래곤볼을 받는다. 드래곤볼은 모두 7개인데 이것을 모두 모으면 소원 한 가지를 이룰 수 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돌아온 악당 피콜로(제임스 마스터스)에 의해 목숨을 잃으면서 무천도사(저우룬파ㆍ周潤發)를 찾아 가라는 유언을 남긴다. 손오공은 드래곤볼 레이더를 만든 부르마(에미 로섬)와 함께 무천도사를 찾아내고, 피콜로와 맞서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동양에서 가져왔다는 "기(氣) 사상"과 "너 자신을 믿으라"는 철학이 내내 되풀이되지만 겉멋을 부리는 데 이용됐을 뿐 이야기에 전혀 녹아들지는 못했다. 뻔한 소년 영웅담을 재생산했을 뿐이다.

또 홍콩 누아르 스타 저우룬파와 미국의 여러 청춘 스타들을 기용하고도 캐릭터들의 개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과 헤어스타일만 어색하게 느껴진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상업 블록버스터임에도 컴퓨터그래픽(CG)과 액션 장면들 역시 높아진 요즘 관객들의 눈에 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홈비디오로 즐길 정도에 그친다.

손오공이 좋아하는 소녀 치치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 배우 제이미 정, 손오공 일행에 동참하는 야무치 역을 맡은 god 출신 박준형의 비중은 꽤 높다.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